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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Teacher Jul 18. 2023

병을 알고 나니 더 아프게 느껴지기만 합니다.

마음이 약해져 몸이 아픈 것인지, 몸 때문에 마음이 약해지는 것인지

 어제보다 더 나은 오늘을 보내기 위한 노력은 조금씩 차도를 보였다. '이런 생활이 정말 사람이 사는 것이 맞는가', '조금만 움직여도 1시간을 꼬박 누워 있어야 하는데  평생 이렇게 살아야 한다면 나는 어떻게 해야 할까'라는 생각에서 "죽을병도 아닌데 이렇게 많은 분들께 염려를 끼쳐 죄송하다."라는 마음가짐까지 올라왔다. 조금씩 나는 일상을 회복하고 있었다. 마음의 회복할 때는 몸도 함께 좋아지는 듯했다. 조금이라도 더 바지런히 움직이고 싶었다. 또 언제 움직일 수 있을지 모르니 말이다.

 

 하지만 어떤 날단순히 먹고 씻는 정도의 일상생활도 전혀 되지 않았고, 조금 움직였다는 이유로 하루 온종일 누워 있어야만 했다. 그럴 때면 내 처지가 너무 서글프게만 느껴졌다. 귀에서는 점점 알지 못하는 기계음이 심하게 들리며 외부의 소리를 차단시켰다. 그럴 때면 나 혼자만의 세계에 고립되었다. 내 귀를 장악한 이명은 뇌를 울렸다. 이명으로 인한 소리의 파동은 목 뒤를 저릿하게 만들었다. 목 뒤가 뻣뻣해지며 두통을 호소했다.


 마음이 그러하니 더 몸을 움직이기 힘들어지고 침대 밖으로 나가기 어려웠다. 퇴원 후 매일하던 반신욕도 일어나 앉기가 어렵다는 핑계로 건너뛰었다. 마음을 다 잡기 위해 매일 하던 필사와 강의 듣기도 모두 무의미하게 느껴졌다. 이 시간이 영원할 것처럼만 느껴졌다. 나는 이렇게 교사로서의 삶도, 엄마로서의 삶도, 여자로서의 삶도, 나로서의 삶도 이대로 끝이라는 생각만 들었다.  '내가 꼭 해야 할 일이 뭐가 있겠나.'라는 생각에 그냥 아무것도 하지 않는 하루들. 한 게 있다면 울다가 자다가만을 반복하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온몸의 통증과 어지러움이 여과 없이 작은 세포 하나하나를 움직이며 알려주었다. '이제 그만 포기해. 그리고 적응해.'라는 몸의 외침만 같았다. 그 느낌을 오롯이 느끼고 있자니 또다시 울적함이 밀려오기를 반복하였다. 분명 나의 청신경 종양에 근육통과 컨디션 저하는 없다는데 꼭 몸살을 하는 것 마냥 온 근육과 관절 마디마디가 쑤신다. 손 발도 저려오고 눈 밑도 떨려왔다. 혹시 병이 더 진행된다는 뜻일까? 핸드폰을 잡고 검색을 해 보지만 이내 다시 닫아버렸다. 안면신경을 누르고 있는 경우의 가능성이 핸드폰 속 세상에서 펼쳐졌다. 마음이 또 쿵 하고 주저앉음을 느꼈다.

 

 이 시간을 나만 느끼고 있는 것은 아니다. 온 가족이 함께 느끼고 있는 것이다. 나의 작은 변화에도 가족들은 민감하게 반응했고, 더 배려하고자 눈치를 보았다. 그러한 모습이 더 별로였다. 내가 뭐라고 나는 또 나 자신에 대한 못남을 인정하며 베개를 끌어안았다. 가족은 무슨 죄가 있겠는가. 가족을 봐서라도 힘을 내야 했다. 하지만 억지로 쥐어짜 듯 내는 힘은 내 몸과 마음을 일으키기는 역부족이었다. 매일 1%의  좋아짐을 느끼는 것에 목표를 두었다. 물론 어제보다 오늘은 더 안 좋을 수 있지만 멀리서 보면 우상향이기를 바라며 버텼다. 아주 작은 목표가 효과는 있었다. 어제보다 글자 하나 더 쓰기, 밥 한술 더 먹기가 목표였다.


 몸이 아프니 마음이 약해지는 것인지, 마음이 약해지니 몸이 아픈 것인지 무엇이 먼저인지는 모르겠지만 둘 중 하나를 일으키면 나머지는 함께 일어나지 않을까 작은 기대를 해본다. 부디 내일은 둘 중 하나는 괜찮기를 간절히 바란다. 오늘의 부정적 마음들이 내일은 내면의 단단한 힘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기를... 그리고 내일은 꼭 당연하짐 나에게는 어려운 일상을 살아갈 수 있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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