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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이티 Oct 14. 2021

오징어 게임의 나라

서바이벌 강국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이제 전통 놀이가 아니라 전 세계인의 놀이가 되었다. 김치의 나 라에서 bts의 나라 이제는 오징어 게임의 나라까지 그야말로 케이컨텐츠의 전성기를 달리고 있는 지금 우리는 이 올림픽 금메달 같은 기분을 느껴야 할까? 기뻐야 하고 축하받을 일이지만 영화 내용은 그렇게 유쾌하지 않고 씁쓸하다.


살아남기 위해 혹은 돈을 위해 동료를 버리고 배신하고 경쟁하고 미션을 수행하는 게 비디오 게임처럼 오락거리로 인간을 다룬다는 게 잔혹하기도 하지만 인간의 본성과 경쟁사회의 단면을 보여준 거라 생각하는 극찬하는 사람도 많다. 무엇보다 이 어디서 본듯한 작품이 이토록 흥행할 수 있었던 것은 지금의 시국이 그만큼 간절하고 절박한지도 모르겠다.


첫 번째 게임이 진행 후 과반의 찬성으로 인해 다시 집으로 돌아갔지만 결국 다시 오징어 게임장으로 돌아오는 장면은 현실에서 비참하게 사느니 차라리 목숨 걸고 게임하다 죽겠다는 사람이 많다는 게 씁쓸하다가 나도 저 상황에서 어떤 선택을 할지 솔직히 대답이 바로 나오지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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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사람의 목숨 값 1억이라.. 모든 사람의 생명은 소중하고 누구나 존중받아야 한다고 배우지만 영화 속에서는 한 명 한 명이 사라져야 내 주머니가 두둑해진다. 영화 다크 나이트의 조커 게임처럼 상대방이 죽어야 내가 더 잘 산다면 어떤 선택을 내릴까?


영화에서는 누구나 공정한 룰 속에 기회를 주는 경쟁이라고 말하는데, 그 공정함이라는 기준은 저마다 다르기 마련이고, 정작 출발점과 개개인의 능력이 다른데 공정한 게임은 존재할 수 없다. 영화에서 나오듯이 '깍두기'가 존재할 수밖에 없다. 다시 말해 도움이 되지 않는 쓸모없는 사람들 말이다. 극 중 이정재는 손을 내밀어 같이 하자 말하지만, 조금이라도 피부색이 다르거나 사는 것이 달라도, 눈길조차 안주는 현실에서 어쩌면 이 잔인한 영화가 더 부드러웠는지 모르겠다.


애초에 공정한 경쟁은 있을 수가 없다. 누군가에게는 사회 교과서에만 나오는 단어일 수 있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티브에서는 경쟁 오디션 서바이벌 프로그램은 쏟아진다. 서바이벌에 미친 방송국 엠넷이 톡톡히 재미를 보고 있는 핫한 프로그램 '스우파' '쇼미 더 머니'를 보면 이제는 누구나 공감하듯이 악마의 편집이 도사린다. 의도적으로 '깍두기'를 만들고 '마녀'를 만든다. 때로는 조롱과 냉소에 때로는 억지 감동과 긴장감을 만든다. 논란과 관심을 얻는 확실한 방법이라는 것을 그들은 아는 듯하다. 더 신기한 것은 사람들은 욕하면서도 즐긴다라는 것이다.


마치 오징어 게임의 VIP처럼 참가자의 탈락과 생존을 참관하고 결정한다. 마치 신이 된 것처럼..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을 번다는 의미는 어쩌면 내가 하고 싶은 일이 아니라 남들이 원하는 것을 해주고 별점의 대가로 받는 종이인 듯하다. 맛집과 상품을 평가하고 소고기 등급을 구분하듯이, 그렇게 사람도 상품화시키려면 기준이 필요하다. 마블링이 어느새 고기의 등급이 된 것처럼 말이다.


그런데 사람은 몇 번 본다고 바로 알 수 없고 심지어 등급을 내릴 수도 있다. 겪어보고 지내봐야 알 수 있는데 네모난 화면 넘어 나오는 장면으로 어떻게 알 수 있을까? 알 수 없는데 어떻게 평가를 내릴 수 있단 말인가? 그래서 친절하게 편집을 해준다. 선택하기 편하도록 실수하는 장면, 혼나는 장면, 웃고 있는 장면 등


자원이 부족하고 인간의 욕망이 무한해서 경쟁이 생긴다면 어째서 경쟁하지 않는 유한계급이 있고 왜 그들은 남들에게 경쟁을 강요할까? 그들은 소수고 나머지는 다수가 아닌가? 경쟁하지 않고 혹시나 연대라도 한다면 얼마나 무서울까? 연대까지는 아니더라도 말을 안 듣기라도 하면 말이다.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한 명만 사라져도 1억이 생기기 때문이다.


경쟁이 나의 실력 향상과 자기발전이라 믿는다 해도, 미워하는 마음으로는 남을 이길 수 있어도 '깐부'가 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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