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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이티 Jun 27. 2022

플라스틱 빔보 -서평-

-내가 아닌 다름 사람으로 사는 것-

플라스틱 = 석유를 가공해서 만든 딱딱하고 때로는 부드럽고 무엇이든 될 수 있는 물체. 편리하지만 지구를 오염시키는 물질. 하지만 플라스틱의 장점은 무엇이든 될 수 있다. 검은색 액체에서 텀블러든 티셔츠든 칫솔이든 나이키 슈즈도 될 수 있다. 마치 이러한 플라스틱의 특징과 비슷해서 성형수술을 영어로 플라스틱 써저리라 하는 수도 있겠다. 이 책은 10대의 터널을 지나는 청소년에게 성형수술에 대한 부작용과 생긴 대로 살자는 교훈적인 뻔한 메시지를 닮고 있지는 않다. 성형에 관심 없는 사람들도 빠져들만한 정확한 정보로 성형이 단순히 뚝딱하고 변신하는 게 아니라 최종 보스를 향하아 달려가는 주인공처럼 일련의 과정에 따라 체계적이고 정확한 시스템에 따라 성형이 이루어지는 과정을 보여준다.


 외모에 콤플렉스가 있는 주인공과 친구들은 '공동구매' 카페 이른바 플라스틱 빔보 카페를 만들어서 미운 오리 백조 되기 프로젝트에 도입한다. 성형정보도 나누면서 상담도 받고 공부가 아닌 얼굴로 성공하겠다는 포부로 동지들을 찾아 지하조직을 만들어 활동하다가 이런저런 비극의 사건(리샤의 죽음/ 소희의 죽음)을 겪으면서 성형에 대한 회의감을 느낀다. 카페는 플라스틱 빔보에서 안티 플라스틱으로 이름을 바꾸면 청소년 성형 반대 운동으로 이어간다. 어떻게 보면 뻔하디 뻔한 10대 성장 소설이라 할 수 있겠지만 역시 뻔한 스토리보다 재미를 주고 몰입을 주는 것은 배우들의 연기듯이, 한 단어 한 문장에 닮고 통찰력이 돋보이는 대사가 돋보인다.

 

작가가 말했듯이 이미 '외모지상주의' 덫에 갇혀 자본과 성형의 알고리즘에 갇혀있는 세상에서 티브이만 틀면 연예인들이 성형을 자랑하듯이 이야기하고, 선남선녀 드라마 주인공들을 보면서 얼굴을 품평하는 게 자연스러운 일상에서 외모가 중요한 게 아니고 내면이 중요하다는 이야기가 얼마나 공허한가? 설령 그 말이 사실이고 맞는 말이라도 과연 이 메시지가 10대의 귀에 들리기는 할까? 아름답고 예뻐지기 위한 것은 인간의 본능이자 자연스러운 것이라면 각종 다이어트 광고와 화장품 그리고 자기 관리랍시고 바디 프로필 촬영하는 것도 비판할 수 있을까? 어쩌면 새로운 일자리 창출이자 아름다움의 욕망을 이용한 새로운 k-뷰티 산업이 아닐까?


성형수술은 본디 전쟁과 사고를 당한 환자들을 위해서 '치료'목적으로 이루어진 수술이다. 하지만 무엇이든 그 원래 취지와 목적은 당장의 쓸모와 유용성에 그 고상한 자리를 내주게 된다. 우리나라 최고 비싼 동네 강남 그것도 대로변에 빌딩 한가운데 입주한 성형외과 빌딩을 보면 반대로 이런 생각이 든다. 성형외과 병원이 아니면 대체 어떤 사업체가 더 비싼 임대료를 감당할 수 있을까?


문제는 여기서 시작된다. 이제 더 이상 성형은 치료가 아니고 의료행위도 아니고 단순한 미용도 아니다. 경제를 일으키고 건물주를 떠받치고 부동산을 지탱하는 새로운 산업이 돼버렸다. 심지어 외국에서도 의느님을 영접하러 온 성지가 되었다. 그런데 소설 속의 "안티 플라스틱" 운동은 얼마나 위험하고 땅값 떨어지고 주가 떨어지는 소리인가? 얼마나 많은 관련 종사자들을 실업자로 길거리로 보내는 반 자본주의적 운동임에는 틀림없다.


아이폰 에어 팟 뭐 이런 거 없이 살았지만 이제는 없으면 못 산다. 사치품이 필수품이 되는게 역사의 철칙이다. 문명의 이기들은 갈수록 새로운 모습으로 진화해서 우리를 유혹한다. 신상품이 굳이 필요하지 않지만 필요한 것처럼 '착각'을 해야만 회사가 돌아가는 건데, 미래의 지속 가능한 고객인 10대들이 자신의 외모에 만족하면 미용 산업은 거품처럼 무너져 내린다. 단순히 성형의 부작용 때문에 성형을 반대하자는 주장은 교통사고 때문에 자동차를 타면 안 된다와 같은 주장이다.


그보다 더 구조적이고 거대한 담론 때문에 성형과 미용 산업은 꺼지지 않을 것이다. 이들이 살아남기 위한 영업전략은 간단하다. 계속해서 고객들에게  '불만족'과 '비교'를 심어주어야 한다. 주인공 혜규가 '너 얼굴이 이상해 보인다. 아직 다 낫지를 않았나 봐' 혹은 '카메라에 안 받는 얼굴이라서 아나운서 면접에 계속 떨어지나' 무심코 스쳐지나가는 소리에 멍하니 있다가도 활짝 웃고 있는 연예인의 행복한 v-log를 보면 외모가 아름다우면 일이 잘 풀리고 저렇게 환희 웃을 수 있나? 다시 말하면 나도 행복해질 수 있는 것인가? 하는 착각이 들게 마련이다. 그 순간 알고리즘 광고가 떠억하니~ 뜬다면 과연 클릭을 하지 않을 수 있을까?


작가는 성형에 대한 이데올로기적 메시지를 강요하지 않는다. 아마 10대의 터널을 지나는 독자에게 선택하라고 질문을 던지는데, 각종 볼거리가 많고 화려하고 하나 같이 보기 좋은 얼굴들이 나오는 영상을 밀어내고 이 책을 집어 드는 독자가 있을지 의문이다. 하지만 읽고 난 후 분명한 건 성형 before & after처럼 확실히 느끼고 깨닫게 되는 사실이 있다.


내가 자연인이든 성형인이든 쌍수가 있던 없던, 코가 매부리 코던 분필 코던  얼굴은 내가  본다.


외관이  빠진 포르쉐를 타도 나는  윤기 흐르는 겉모습을  수가 없다. 그렇다면 내가 예뻐지려고 노력하고 돈을 쓰는  남의 눈에 보기 좋게 하려는 이타적인 마음에서 비롯된 것인가? 기부인가?


그렇다면 성형은 찬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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