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부처

by 제이티

눈을 지그시 바라보면 눈물이 나는 상대.


서로 거짓이 전혀 없는 상태.


사람들은 대화할 때 상대의 눈을 뚜렷하게 반드시 바라보지 않는다. 3초는커녕 시선을 회피하거나 다른 곳을 바라보며 대화를 이어 나간다. 주로 관심이 없거나 서로에게 진심이 아니기 때문이다. 속고 속이고 가면을 쓰고 살아가는 게 너무나 당연시된 세상에서 상황에 따라 자본주의적 가면 하나쯤은 필수다. 마스크로 입모양을 숨기듯이 말이다.


눈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대화가 통했다는 느낌이 들 때 그 순간의 감정은 감히 글자로 담을 수가 없다. 한 순간도 거짓이 없고, 모든 걸 보여주는 투명한 유리처럼 반짝이는 눈동자 넘어 내 모습이 비칠 때 불교에서 말하는 찰나의 순간이 찾아온다. 그게 사랑인지 신뢰인지 믿음인지 적절한 단어를 찾기 힘들지만 분명한 건 기억에 각인이 되고 묘한 황홀함에 빠지게 된다. 밤에 잠 못 드는 기분과 오르락내리락 감정의 소용돌이와 깊은 애절함까지 말이다.


살면서 눈부처가 보이는 상대를 몇 번 만났다는 것만으로도 행운이다. 그만큼 상대방도 나도 맑은 눈을 가졌고 순수했고 진심이었다는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 집 강아지와 지그시 눈을 마주치면 비록 서로 언어는 통하지 않지만 눈동자 안에 내가 보일 때 이 친구도 내 눈동자 안에 자기 모습을 보고 있겠구나라고 느낀다. 그러면 굳이 서로를 설명하고 잘 보이려고 가면을 쓸 필요가 없어진다. 이미 편견이 사라졌기 때문에..


지쳐있는 나에게 필요한 것은 어설픈 충고와 뻔한 말 한마디가 아니라. 그냥 나를 지그시 바라봐 주는 상대다. 투명하게 아무 계산 없이


나를 가치 있게 만들어 주는 나를 소중하게 만들어 주는 눈빛.


그게 설마 연기일지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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