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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이티 Oct 24. 2022

적당히

그만하면 됐어..


세상에서 가장 쓸데없는 말.


나를 한없이 약하게 만드고, 도전 자체를 회피하고 용기 없는 자들의 변명이라고 말한다. 영화 "위플래시"의 플래쳐 교수가 네이먼을 향해 꾸짖는 말. 맞는 말이다.

그런데 요새 고민이 생겼다. 이게 "포기" 인지 "무리"인지 헷갈리기 시작한다는 것이다.


가령 자동차의 속도 세팅값이 250이라 치면, 한계를 넘어서는 가속은 수명을 단축시키는 게 아닐까? 실제로 서킷 한 번 돌고 온 차들은 바로 엔진오일을 갈아주거나 타이어를 교체한다. 하지만 다른 차보다 수명이 훨씬 짧을 수밖에 없다. 원래 가지고 있는 체력을 당겨 썼으니깐 말이다.


차는 그래도 고철이랑  플라스틱이니깐 교체하면 그만이지만 사람의 몸은 다르지 않을까? 수입산도 아니고 국산 37 산을 쓰고 있는데, 어디 하나  아픈   이상하다. 병원에  때마다 8년째 같은 의사는 무리하지 말고 오늘은 제발    쉬라고 하는데.. 진짜 오늘만 쉰다.  살만해지면 또다시 "무리" 시도한다. 그런데 억울한  예전에는 진짜 무리해서 몸에서 그만  쉬라고 신호를 보냈지만, 요새는 그다지 그렇게 예전만큼 열심히도 하지 않는데.. 툭하면 여기저기 부상이다. 경련이 자주 일어나고 근육 회복이 예전만큼 올라오지가 않는다. 스트라바 앱을 켜보면 운동하지 않은 날이 없었고, 계좌와 대출잔액을 보면 돈을 갚지 않은 날도 심지어 열심히 살지 않은 날이 과연 있었을까?  정도로 살아온  같은데. 어째서 점점 체력도 마음도 떨어질까?


사람의 몸과 열정 감정은 계속 성장하는 것일까? 소모품일까? 플라스틱처럼 처음에는 반짝이고 새거 냄새나다가 결국 화요일에 내다 버리는 분리수거처럼 버려지는 것일까? 그렇다면 팔팔한 청춘은  이리 짧을까? 수명이 길어져서 100년은 산다고 하는데, 자동차 오래 타려면 액셀도 브레이크도 마음대로  밟고 아껴 타듯이,  몸도 아껴 써야 한다면 조심조심 재미있는   하고 살아야 한다는 것일까?


맵고 짜고 자극적인 음식이 몸에  좋은  누구나 알고 있지만, 그렇다고 간도 없고, 맛도 없는 죽만 먹고살  없지 않은가? 적당히 살랐는데 그게 안된다. 일단 적당히의 "기준" 너무 애매모호하다. 사람마다 다르거니와 같은 사람인데도 어제의 나와 1 전의 기준이 달라진다. 그렇다면 20 30 40.. 연식에 따라서 적당히의 기준이 달라져야 하는데, 몸이 늙는 속도와 마음이 늙는 속도가 일치하지 않아서 비극이 찾아온다. 아직도 2마일런을 11분대로 치고 나가는 20대의 나의 모습이 내가 기억하는 나의 몸뚱이인데.. 오늘 마라톤을 뛰고  나의 왼쪽 허벅지는 도무지 말을 듣지 않았다. 그다지 열심히도 무리하지고 그렇게 열정을 다하지도 않았는데 말이다. 그래서  억울하다. 무리했다면 핑계라도  텐데. 혹은 열심히 훈련을 하지 않았더라면  핑계라도  텐데


아마추어 운동 동호인이 이런 생각을 가지고 있는데, 프로 운동선수들이 은퇴할 때 얼마나 마음이 찢어질까? 그들의 "적당히"의 기준은 일반인과 사뭇 다르니 말이다. 애당초 사람에게 부여된 능력과 재능의 세팅값이 높을수록 상실의 값도 높을 수 밖에..


살아있는 날 중에 오늘이 가장 젊은 날이라 한다. 그래서 최선을 다해 후회없이 살라고들 하는데, 오늘 그랬다가 다리에 힘풀려서 기어왔다..


성공한 인간들지들의 경험에서 나온 이론과 그럴듯한 문장들로 우리에게 삶의 방식을 강요한다. 하지만  그렇게 현실에 멋드러지게 박히지 않는다는 것이다. 변수가 너무 많은게 세상 아닌가? 열심히 최선을 다해 살았던 노예가 그냥 노예로 죽었던 것처럼 능력과 노력으로 모든걸 극복했다는 소수의 사례는 너무 많은 진실을 감추어 버린다. 그래서 그런 문장은 책속에 있을 때만 빛이나나보다. 왜냐면 실제로 본적이 없으니깐 말이다. 주제넘게 나의 이론과 경험의 법칙(편견) 가지고 다른 사람을 설득하려고 목에 핏대를 세웠던 게 얼마나 우스웠는지 몸소 느낀다.


적당히는 아마 영원히 빠져 나올 수 없는 연옥같다.

천국과 지옥 사이에 있다는  알지만 어디로 어떻게 빠져나가는지는 모르니까. 그리고  빠져왔는지 그들도 모르니깐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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