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지민
어느 한 평범한 사업가는 해변은 낭만적인 분위기를 잘 담아낸 그리스의 작고 고요한 섬, 사 라쿠사섬에 호텔 건설을 시작하였다. 한껏 들떠 공사를 완성했다는 소식만을 기다리고 있을 때 노동자 한 명이 숨을 헐떡이며 급히 달려오더니 다급한 목소리로, “문화유산이 발견되었습니다!”라고 일렀다. 사업가의 두 눈은 잠시동안 초점을 잃은 듯하더니 금세 표정을 일그러뜨린다. 그토록 많은 공을 들여왔던 그의 환상이 한순간에 무너지고 말았으니 그럴 수밖에. 그래도 간혹 가다 만나는, 공사현장에서 나온 문화유산을 아무도 모르게 숨기는 사업가들 보다는 양심이 있었는지 아쉬워하면서도 찜해 놓았던 자리에서부터 무려 5km나 떨어진 산골에 한 건물을 빌리기에 만족하고 만다. 그때야 몰랐겠지. 아르키메데스의 묘지를 관광객들에게 양보해준 것이 얼마나 잘한 일인지는, 공사를 방해한 그 무덤이 어떤 로또를 가줘다 줄진 말이다…
한참 상심하고 있던 도중, 사업가의 눈에 호텔 입구로 몰려든 관광객 개미 때가 잡혔다. 과일이나 지렁이가 아는 ‘Money’가 들어있는 배낭을 멘 개미들이 말이다. 개미들도 종류가 다양했다. 문화유산 발견 소식을 듣자마자 달려온 무명 사진가부터, 신문기자, 문화유산 지킴이, 또는 그저 따분하게만 흘려보내던 방학, 갑자기 생각난 체험학습 신청서를 채우러 섬을 방문한 초등학생들까지. 하는 일, 나이 등은 다 너무나도 달랐지만, 이 이름 모를 섬에 먼 길 건너온 이유는 모두 같았다. 그 유명한 수학자의 묘에 새겨진 1:2:3을 보려고. 결국 사업가는 불청객만 같았던 문화재의 발견에 피해만 입은 꼴은 아닌 셈이다. 덕분에 문화재가 없었더라면 상상 불가능 했을 양의 사람들이 좁디좁은 사 라쿠사섬이 터지도록 모여들었고 예상치 않게 그의 통장에는 0의 숫자가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었으니까.
그 달콤함이 지속될 수 있었다면 좋으련만, 활활 타오르던 불도 언젠간 꺼지고 말 듯, 사업가의 얼굴에 핀 미소는 곧 온데 간데없이 사라지고 만다. 한창 잘만 나가던 호텔이 어쩌다 그에게 시련을 안겨준 걸까?
횅한 섬에 사람이 머물려면 호텔만 하나 떡하니 세워지면 될 건 아니더라. 중간에 들러 삼시 세끼를 해결할 수 있는 식당이, 섬 안에서 자유롭게 이동한 수 있는 버스와 버스 정류장, 물밑에 잠겨 있는 문화재를 볼 수 있게 도움을 줄 배 등의 시설들이, 가장 중요한 ‘공항’이 생기자 임대료는 끝을 모르듯 하늘 높이 치솟았다. 그러자 이 말도 안 되는 임대료를 감당하지 못하는 가게 주인들이 하나, 둘 씩 짐을 꾸려 한땐 공하던 섬을 떠날 채비를 했다. 그들 사이에는 이 글의 주인공인 호텔 사업가도 끼어 있었고 말이다. 관광객들은 쫓겨나는 이들의 심정을 알아주긴커녕 신경조차 쓰지 않는 듯했다. 왜냐? 불쌍한 사업가가 떠나간 자리엔 메리어트 호텔이 새로 지어졌으니까.
이런 현상이 바로 ‘젠트리피케이션’, 사 라쿠사섬에도 어김없이 찾아온 셈이다. 이를 막기 위해서 수많은 정치인들의 노력이 있었지만, 집안 작은 커피숍이 없어지는 것보단 지금 당장 나의 집값이 더 중요한 국민들의 심리에 부딪혀 결과는 항상 비참했다. 이 날카로운 눈빛 속에서도 불구하고 목소리를 난 자가 있었으니, 바로 헨리 조지이다.
그렇다면 많은 소, 중 기업 사업가들이 어려움 속에서 허우적거리던 시기, 사 라쿠사섬의 주민들의 반응은 어떠했을까? 주민들의 얼굴에는 별보다 밝은 함박웃음이 활짝 피어났다. 문화재가 터지고 교통수단이 발달되니 집값은 껑충껑충 뛸 테고, 집 주변에 대기업들이 들어서니 하루하루가 축제 분위기인 건 당연하겠지. 몇몇 주인들은 도시로 이사를 할 채비를 시작한다. 어엿한 건물주로서 일 안 하고 임대료를 꼬박꼬박 받고 싶어서 일 것이다. 작은 섬에 18평짜리 집 한 채로 시작을 했지만, 그들은 어느새 도시에서 살 수 있을 만큼의 부를 만끽하고 있다. 많은 초등학생들의 꿈인 돈 많은 백수는 이런 사 라쿠사섬의 주민들을 말하는 걸까.
한국에서 공주같이 지내던 친구가 있었다. 걔는 여러 채의 집이 있었고, 그 아이와 친해지며 처음으로 우리 집의 재산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강남에 살고 있었고 대기업에 다니는 아빠도 두고 있었지만 우리 집과 그 친구의 집은 너무 큰 갭을 두고 있었다. 그래서 울 엄마께서는 한 채밖에 없는 우리의 진짜 집에 목숨을 거는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