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01.28 백지원
거울 샷을 한 장 찍어보면 어차피 뿌연 필터로 가려져 버릴 얼굴은 신경 쓰지 않는다. 그저 얼굴 밑에 있는 퉁퉁 부어있는 손가락만 여러 번 터치하곤 할 뿐이었다. 그 손가락이 성가신 이유는 간단했다. 필터로 같이 가리기도 엉성하지만, 그냥 비추기도 부끄러웠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나는 더욱더 검색어를 찾아 헤매고 있다.
네일에는 퍽도 관심을 가져본 적이 없었다. 관심이 있었다면 손톱을 엉성하게 뜯거나 살을 뜯는 습관을 가지지도 않았을 것이고, 진작 해결책을 검색하고 다녔을 것이다. 그 덕분에 수업이 시작하기 전에도 손톱 기르는 법, 손 길어지는 법을 검색어에 치면서 관련 검색어도 끊임없이 눌러가다 보니 마사지 법을 겨우 하나 발견하게 되었다. 분명 많은 마사지 법이 있었지만 내게 필요한 마사지 법은 50개 중 1개일 뿐이었기 때문에 비슷했지만 관련이 없는 것들이 파도처럼 몰려온다는 점이 참 불편할 따름이었지만 말이다.
인터넷 쇼핑몰에서도 추리닝과 후드 티, 그리고 니트를 자주 검색하고 찜해놓은 탓에 비슷한 상품들만 쭈르륵 밑으로 이어져 있었지만 한 3 번 정도 검색어에 인조손톱을 검색하고 찜하기를 반복하면 어느새 검정 후드 티 옆에는 검정 네일이 자리를 잡고 있었다. 그러다보면 찜 목록에는 30여개 이상의 인조손톱이 새로 들어온 것을 알 수 있게 되었다. 인터넷은 내가 VIP라도 된 듯이 ‘방금 선택한 상품과 비슷한 상품을 찾아봤어요.’ 라며 나를 친절히 안내해주고 나는 그저 스크롤만 하며 내 취향을 공유할 뿐이었지만 찜해둔 네일이 쌓여갈수록 구매욕구만 더 불러일으킬 뿐이었고, 그래서 나를 더욱더 VIP처럼 모신다는 것을 차차 알게 되었다. SNS 피드 또한 손 애호가라도 된 듯이 뼈만 남은 손들이 중간 중간 등장하기에 가끔은 닭살이 돋으려고도 하지만 그렇다 해서 질리거나 그만두고 싶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너무 갖다 대는 것도 맞지만 계속 하다보면 무엇 하나는 들어맞았기 때문이었다. 인터넷은 내 정보를 가지고 다른 관심거리를 갖지 못하게 생각할 틈도 주지 않는다. 그래서 찜을 가장 많이 한 상품을 내 취향저격 상품이라고 생각하게 되는 듯하다. 한 번도 입어본 적이 없고, 그 누구도 어울린다고 띄워주지 않았는데도 겨우 AI가 여러 번 추천해줬다는 이유로만 말이다.
나는 그닥 유명하지 않는 노래들을 플레이리스트에 넣는다. 처음에는 어떻게든 찾겠다는 심리로 열심히 검색을 사용하여 타자를 쳤다. 이렇게 하면 절대로 내 취향을 가져가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했으니까 말이다. 하지만 정말 cctv보다 치밀한 듯이 나 몰래 그 검색어를 검토하고 검사한 것처럼 ‘안 유명한 노래 top10' 이라던가 ’멜로디가 특이한 노래 모음‘을 몰래몰래 끼워넣고 있는 듯 했다. 하지만 에어팟을 끼고 음식의 맛을 음미하듯이 들어보면 가사와 멜로디는 내 플레이리스트와 거의 유사했다. 바로 저장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말이다. 하지만 한 번 더 고민했다. 다른 사람들이 베낀 곡을 또 베껴듣는 기분이 들었기 때문인 듯 했다.
노래에도 트렌드 라는 것이 있던 것 같다. 1억 뷰가 넘는 뮤비만 들어가 유행을 타듯이 같은 노래를 듣는 것이 바로 트렌드 아닐까 싶었다. 분명 나도 같았다. 유명한 노래만 플레이리스트에 넣었던 작년의 나는 아마 유행을 뒤쫓고 싶었기 때문에 엉망진창인 노래 흐름을 고치지 않고 끝까지 안고 갔다. 그러다가 친구에게 같이 노래를 듣자며 엉킨 듯한 이어폰 같은 에어팟을 건넸다. 친구의 플레이리스트 평가는 예상하던 바로 “네 취향을 모르겠다.” 라는 평이었다. 뒤죽박죽 섞인 취향은 역시 별의 별 재료를 넣어 맛이 없는 망한 음식이나 다름없을 뿐인 것도 같았다.
하지만 AI가 추천한 것들만 담은 나는 AI를 탓했다. 별의 별 재료를 제공한 사람의 죄가 더 많지 넣은 사람은 무슨 죄일까 싶었기 때문이었다. 허나 그렇게 인터넷에게 트집을 잡아도 그 쪽 사람들은 곧장 나를 탓하기 바쁠 것이다. 취향이 가지각색인 사람에게 인기 많은 노래를 추천하지 무슨 노래를 추천해야 하냐 라며 말이다. 그런 나는 입을 닫게 된다. 선생님이 말하신 그대로 3개의 글쓰기를 보고 당사자를 파악하긴 어렵다. 겨우 유명한 곡 5개를 듣고 나서 취향을 어떻게 파악할까 생각하니 빅 데이터가 왜 빅 데이터라 불리는 지 이해가 되는 듯하다. 그래서 그만큼 내 취향을 더 잘 아는 것이나 마찬가지이지 않을까 싶다.
상품도 따라 사는 사람이 노래추천을 거부하는 건 아무래도 불가능하다. 나도 결국에는 고민하고도 플레이리스트에 넣는 선택을 하니까 말이다. 아무리 스스로의 선택을 결정해도 인간에게는 한계가 있다는 것을 알아야한다. 나보다 나를 더 잘 안다는 수식어가 붙는 빅 데이터를 극복하려면 나 스스로가 스크롤 수와 터치 수를 세어야 하니까 말이다. 그래서 나는 나 스스로가 새로운 명곡을 알아냈을 때가 제일 짜릿하다. 하지만 결국 이것도 오래가지 않는다. 그 명곡을 친구들에게 뿌듯한 목소리로 말하면 친구들은 말한다.
“나도 이 노래 좋아하는데”
이미 나보다 먼저 빅 데이터에게 추천 받은 뒤였던 친구들의 표정은 처음 듣는 표정이 아니었다. 그럼 나는 어쩔 수 없이 동요하는 눈동자를 멈추고 같이 맞장구친다.
“나도 알고리즘이 추천해줬는데” 라고 웃어보이고는 그 곡을 플레이리스트 맨 밑으로 배치해둔다. 추천은 차마 마음은 버릴 수 없게 만들 듯이 삭제버튼에 손을 댈 수는 없으니 말이다.
하지만 어째서 내가 자존심 상해하는 것인지는 나조차도 모르겠다. 내가 한 검색도 하나의 빅 데이터이고, 그 검색으로 나온 결과물도 빅 데이터가 분석한 취향저격 음원일 뿐인데 말이다. 하지만 그것들이 이어져 나온 것이 내 첫인상과 같은 플레이리스트였다. AI가 만든 내 첫인상이라니 싶었지만 내 주변에 있는 일본 소설 애호가 같은 아우라를 풍기는 친구도, 릴스를 찍어 올리는 셀럽 아우라를 풍기는 친구도 결국 빅 데이터가 추천한 것들로부터 뼈대가 굳건하게 잡혀버린 아우라일 뿐이었다. 허나 수많은 선택지 중 친구들은 선택을 한 적이 없는 친절하고 강요 된 사기꾼 같은 추천을 받은 것이나 마찬가지 일지도 모르겠다.
만약 이 알고리즘을 계획하는 주력은 누구일까 싶다. 그 사람은 아무래도 한 번에 우리를 협박할 수도, 살해할 수도 있을만한 숨긴 권력이 있을 것이다. 신이나 예수처럼 말이다. 하지만 그것을 숨기는 주력 때문에 우리는 오늘도 빅 데이터를 순순히 넘겨준다. 우리를 핥아주다가 언젠가는 한순간에 할퀴는 고양이처럼 아무도 모르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