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주의

by 제이티

작은 일에도 완벽을 지향하는 사람들이 있다. 완벽주의 성향은 평소 놓은 자존감을 유지한다. 아침에 일어나 눈을 뜨기도 전에 하루치 계획표를 그린다. 지금까지 경험의 토대로 중간에 생길 변수까지 계산하며 계획표 대로 오전 오후가 흘러갈 때 몸과 마음이 가벼운 상태를 유지한다.

그러나 완벽한 루틴일수록 치명적인 단점이 있다.

옆에서 툭 치면 무너져 내리기 쉽다는 것이다. 인생은 변수에 연속이다. 매일 같은 패턴을 유지하기란 쉽지 않다. 여기서 성공의 열쇠까진 아니더라도 일어서는 사람과 무너지는 사람이 생긴다. 완벽주의를 지향하는 사람일수록 그만큼 나 자신을 못 믿는다는 뜻이다. 성공을 한 사람도 자신에 노력과 능력이 아니라 외부의 '운'에 따라 성공했다는 사실을 알고 있기에 그만큼 불안함이 다가온다. 누구도 자신을 곧이곧대로 믿지는 못한다. 하지만 내가 나를 믿지 못하면 남들은 나를 더 믿지 못한다. 떨리는 눈빛과 긴장한 손에 땀이 흥건한 남자에게는 신뢰라는 감정이 생길 수 없으니까 말이다. 루틴은 좋다. 그리고 위험하다. 29일을 꼬박 지켰지만 하루를 남기고 실패할 수도 있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금연에 실패하고 다이어트에 실패한다. 꼭 이루어야 한다는 강박에 시달리고 있으니까 말이다.



계획대로 한 계단씩 올라가면 저 꼭대기에 분명히 도착할 거라는 희망 고문이 어쩌면 계단 옆에 피어있는 노랗고 하얀 꽃을 못 보고 지나치게 하는지도 모른다. 고개를 들어 위를 쳐다보면 아래가 보이지 않는다. 그리고 앞만 보면 옆과 뒤는 모른다. 뒤를 돌아보지 말라는 주문과 앞만 보고 가라는 말은 용기와 동기부여를 주는 확신에 찬 말처럼 보이지만 길이 없는 곳에 도착했을 때 어디가 앞인지 모르겠다면 다시 돌아가야 한다. 그런데 자기 발자국의 모양도 모르겠고, 주변의 모습이 기억이 나지 않는다면 거기가 어디일까?



혹시 이미 정상에 도착한 건 아닐까? 그래서 공허하고 허무하다. 또 내려와야 하니까 말이다. 그래서 나에게 조금은 너그러워져도 괜찮다. 실패와 포기를 말하는 게 아니라 잠시 눈을 붙이고, 다리의 근육을 풀어주는 것이다. 어차피 인생은 반복된다고 하지 않는가? 매일 똑같이 반복되는 하루와 지겹도록 찾아오는 권태와 불안과 분노를 어떻게 내 편으로 만들어야 할지는 이미 알고 있다.


그게 내일도 찾아올 것이라는 걸 준비하고 대비하면 된다.



알고 맞으면 덜 아프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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