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서윤
흔한 예능들과 컬트쇼들이 줄줄이 티비 채널로 나오는 가운데. 나는 하나의 토크쇼를 보기 위해 그 채널로 시선을 돌렸다. 그때는 방청객들이 나오는 시간이었다. 근데 방청객들은 다 여자였다. 이게 왜지. 정말 이상한 생각이 들었지만, 거기 있는 방청객들은 한명도 빠짐없이 웃고 떠들었다.
한번은 이런 뉴스를 본 적이 있다. 1962년 동아프리카 탄자니아에서 이상한 일이 일어났다. 탄자니아 기숙 학교에 다니던 여학생들이 전염병에 걸린 것이다. 아프리카에서 전염병이라는 단어는 너무 친숙할 정도이지만 이번 증세는 달라도 너무 달랐다. "웃음을 참을 수 없는 것" 그 해 1월 30일 3명의 여학생들에게서 처음 증세가 나타난 이 이상한 병은 순식간의 98명의 여학생들을 감염시키고 말았다. 증세는 더욱 심해져 두달 반 만에 학교는 폐교되고 말았다. 그 후 학생들은 부모에게까지도 전염을 시키고, 약 2년 반 동안 무려 1천여명의 사람들이 이 증세를 겪었다고 한다. 6개월 동안 고통스럽게 지속되는 안타까운 경우가 있었다고 한다. 근데 왜 일어났을까?
물론 아직도 과학자들은 이것을 연구하고 있다. 우리는 일상적인 대화에서 종종 다른 사람이 웃으면 나도 따라 웃게 되는 것을 경험한다. 텔리비전 시트콤에서도 1950년 9월 9일에 방송된 행크 맥쿤 쇼에서 녹화로 진행되게 되자 분위기가 썰렁할까 봐 녹음된 웃음소리를 사용하게 되었다는 이야기도 있다.
예전 과학자들은 타인이 웃으면 따라 웃게 되는 것은 우리의 뇌에 웃음 영역이 있기 때문에 그렇다고 주장한다. 그들의 가설에 따르면, 다른 사람의 웃음소리를 들으면 나의 웃음 감지 영역이 흥분하게 되고 이 신호는 웃음 발생 영역으로 전달돼 결국 나 역시 웃게 되고 이 신호는 웃음 발생 영역으로 전달돼 나 역시 웃는다는 것이다. 아직은 믿거나 말거나이지만, 뇌의 영역이 존재한다는 연구결과가 1998년에 기재되어 화제가 된 적이 있다.
a.k라 불리는 16살 소녀는 간질 수술을 받기 위해 미국 캘리포니아 주립 대학 병원에 입원했다. 이츠하크 프라이드 박사와 그의 동료들은 부위를 찾기 위해 a.k의 두개골을 연 후 대뇌 피질에 전극을 부착해 미약한 전기 자극을 지속적으로 가했다. 그러자 왼쪽 상전두회에 위치한 전극에 전류를 흐르게 하자 갑자기 웃기 시작했다고 서술하였다. 그들은 두개골을 봉합한 뒤 전기 자극 실험을 계속 하자 왼쪽 상전두회 부분을 자극할 때마다 웃음을 참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 동료들과 박사는 이 결과를 " 네이처"에 발표하면서 아마도 그들이 a.k의 웃음을 유발하는 신경회로에 전기 자극을 가한 것 같다고 추측했다.
결국 그들은 웃음 감지 영역이 전두엽이라고 판단하였다. 실제로 실험을 해보니 뇌출혈이나 뇌진탕으로 그 기능을 잃은 사람이나 우울증에 걸린 사람들은 유머나 웃음을 되찾는 방법을 잊어먹었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입꼬리를 올리고 억지로라도 웃으면 정말로 기분이 좋아진다는 결과도 있다. " 슬픈 역할을 오랫동안 맡은 배우는 실제로도 우울증에 걸릴 확률이 높다"라고 한다. 세상에서 가장 심하게 고통을 받는 동물이 웃음을 발명했다는 말처럼, 인간은 행복해서 웃는 것이 아니라 웃기 떄문에 행복한 것을 보여주었다.
하지만 또 다른 웃음의 부분도 실험해 본 사람이 있다. 프로빈 교수는 자신이 가르치는 심리학과 학생들에게도 흥미로운 실험을 했다. 재미있는 텔리비전 프로그램이나 코미디 영화를 혼자 볼때와 여럿이 함께 볼 때 웃음의 빈도가 얼마나 달라지는지 실험을 했다.놀랍게도 혼자 있을 때 보다 여럿이 함께 영화를 볼 때 30배나 더 많은 웃음이 터져 나왔다. 혼자 있을 때는 재미있는 장면에서 그저 미소만 지은 경우가 더 많았지만, 무의식중에 크게 웃다가도 이 웃음을 들어줄 사람이 없다는 것을 인식해버리는 것이다. 그러고 나면 차차 웃음이 입가에서 사라져버리고 마는 것이다.
또 다른 실험도 있다. 모든 남성들과 여성들에게 여러가지 웃음소리를 들려주고, 그 중에 가장 사귀고 싶은 사람은 누구냐고 한 실험이 있다. 그 결과, 노래를 하는 듯한 높은 톤의 여성 웃음소리는 모두에게 호감을 주었으며, 코를 킁킁거리며 하는 박장대소는 모두에게 비호감을 주었다.
남성들은 크게 웃거나 소리치는 모습이 그다지 여성에게 매력적으로 보이지 않을 것이라 생각해 여성들 앞에서는 자제하지만, 남성들 사이에서는 커다란 웃음이 서로의 결속력을 강화시켜주기 때문에 남성 동료들과 있을 때는 웃는다.
반면 여성들은 자신의 웃음이 낯선 사람이나 남성과 함께 있을 때 방 안에 감도는 어색감이나 긴장감을 깨려고 특히 낯선 남성과 있을 때 더 크게 웃는다고 한다. 다시 말해 이런 상황에서 여성의 웃음은 타인에 대한 배려인 것이다.
그러면 맨 처음 타이틀로 다시 돌아가 보자. 도대체 내가 본 토크쇼의 방청객들은 왜 모두 여자였을가? 방청객이 하는 일은 대개 녹음된 웃음소리처럼 초대 손님이 어설픈 농담을 하거나 썰렁한 개그를 해도 분위기를 띄우기 위해 웃어 주는 일을 한다. 그들은 피티나 에프디의 수신호에 맞춰 웃음과 박수, 때로는 비명과 야유를 적재적소에 내질러야하는 임무로 토크쇼에 고용되었다. 물론 그들은 그 대가로 약간의 돈을 받는다. 여성 방청객들은 남성 방청객들과 함께 있으면 웃음을 60%밖에 발휘하지 않는다고 한다. 그래서 토크쇼 방청객들을 모두 여성으로 채운다고 한다. 근데 그건 기존의 연구 결과와 크게 다르지 않은가?
그것은 방청객들의 웃음이 자연스러운 웃음이 아니라 가짜 웃음이기 때문이다. 60%가 사실은 정말 진짜 웃음소리이며, 집에서 웃을 때보다 더 큰 소리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피디나 에프디들은 이것으로 만족하지 않는다. " 결국 피디는 더욱 큰 웃음으로 토크쇼를 채우기 위해 그들에게서 나머지 40%의 웃음소리를 돈 주고 산다."
과연 웃음은 전염되는 것일까? 아니면 결국 돈에 눈이 먼 가짜 웃음소리인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