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나- 서평

by 제이티

소선영


류와 수리 중 비슷한 삶을 살아가는 인물을 고르자면 그나마 수리가 아닐까 한다.



내게 엄친아라는 단어는 어울리지 않다. 엄마에게 보이는 버릇없는 태도하며, 숨겨야만이 무시 당하지 않는 점수, 얼굴을 매운 화장품까지 성격도 좋지 못해서 인간관계도 그닥 순탄치 못하다. 그럼에도 수리와 내가 조금이나마 비슷하다는 이유는 수리와 나 둘다 칭찬과 인정에 목말라 있다는 것이다.




중학교에 와 처음만난 친구는 내게 말했다.



"난 선영이 너로 한번 살아보고 싶어.. "



그 말을 듣는 순간 난 행복에 겨워 했다. 그 볼품없는 행복을 애써 숨기려 자기 비하를 열렬히 쏟아 냈지만, 누군가에게 부러움을 받았다는 사실은 나를 기쁘게 했다. 여태껏 내가 해왔던 포토샵이 인정 받는 것 같았고, 어저께 올리브영에서 했던 선택이 맞았다는 것만 같았다. 그렇지만 그 기쁨도 오래가지는 못했다.



집에 와 샤워를 하는데 문뜩 그런 생각이 들었다.



화장실 거울에 비친 나는 누군가의 부러움을 받을 만한 가치가 없다는 생각. 단지 볼 재미가 없는 생얼 뿐만이 아니라 누군가의 말 한마디에 희비가 정해지는 내 초라하고 가난한 알갱이가 가치 없었다. 파운데이션의 가격이 더 비싸진다해서 피부결이 좋아지는게 아니다. 바뀌는 것은 화장품의 케이스일뿐, 얼굴을 뒤덮은 여드름 자국과 필 수 없는 주름은 가려지지 못한다. 오히려 모공 사이사이에 낀 화장품 잔여물들이 모공의 크기를 키워 또 다른 결점만을 만들어낼뿐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화장을 포기하지 못하고, 그럼에도 인정과 관심을 포기하지 못하는 이유는 그 세 가지가 없는 나는 무엇으로 행복 할 수 있을지 모르기 때문이다. 어쩌면 아직 내가 찾지 못한 것일 수도 있지만, 지금껏 나는 타인의 인정이 아닌 다른 것으로 그리 큰 행복을 느껴보지 못했다. 생각해보면 이제껏 내가 즐겁다고 생각해서 해 왔던 모든 취미 생활 조차 인정받기 위함이었다. 그렇기에 난 주말에 그 무엇도 하지 못한다. 그 어떤 것을 해도 즐거운지 모르겠다. 학교가 아닌 집에선 인정 받을 만한 일이 없으니까. 몇년 전 아빠한테 처음으로 그렇게 가지고 싶어했던 아이폰을 받았던 날, 실은 그리 기쁘지 않았다. 다만 여기서 내가 시원찮은 기색을 보이면 다신 내게 이런 선물이 주워지지 않을까 걱정되어 신난다 말하고, 콧노래를 흥얼거렸다. 오히려 그 아이폰을 친구들이 인정 해 줄때, 그때 나는 행복을 느꼇다. 그래서인지 엄마 아빠한테 선물을 받을 때면 늘 죄스럽다. 이런 행복을 느끼게 해주려고 쓴 돈이 아닐테며, 번 돈이 아닐텐데. 고작 타인의 인정이나 받으라고 주는 사랑이 아닐텐데.



어찌하면 고칠 수 있을지, 어찌하면 인정따위 신경쓰지 않고 살 수 있을지 모르겠다. 정말이지 고치고 싶지만, 나라는 사람 자체가 여러명의 취향을 섞어놓은 이도저도 아닌 그저 그런 대중 같은데. 타인이 아닌 내가 좋아하는 색이 뭐인지도 잘 모르겠는데, 그런 내가 어떻게 사람 하나를 고친다는 것일까.



요즘 인기 많은 컬러가 초록 이래서 어느 순간 나는 초록을 좋아하기 시작했고, 이젠 또 분홍을 좋아하는 어느 SNS 스타를 따라 분홍생 니트에, 분홍색 후리스, 분홍색 인형을 샀다.



내가 좋아해왔던 모든게 내가 좋아했던게 아닌 것 같다. 어쩌면 싫어했던 것들은 진정 내가 싫어했던 것일까? 나는 내가 맞나?



나라는 사람, 아니 그전에 사람이긴한가? 유행의 뒤꽁무니만 쫓는 철 지난 구체관절인형 아니고? 인형은 이쁘기라도하지, 나는 무엇인지 모르겠다. 어쩌면 나태한 나를 합리화 시키기 위함인가? 질문은 많은데 정답이 없다. 아니 그냥 답변 자체가 없다.



인정과 관심 없는 나는 왜인지 backspace 키 하나만 존재하는 타자기 같다. 아무것도 기록하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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