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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이티 Dec 24. 2023

샛별의 환생

제목: 샛별의 환생


정서윤


"쓸데없이 돌아다니는 놈은 한 번 따끔한 맛을 봐야 돼! 그 뻔뻔스런 녀석이 술에 취한 게 틀림없어. 하지만 당장에 술이 깨게끔 해 줘야지. 장난꾸러기 같은 녀석 흉칙스런 녀석 가련한 녀석. 뼈마디가 으소러지도록 혼쭐을 내줘야지."

마침내 아버지도 그의 분노도 잠에 굴복하고 말았다. 같은 시각 아버지가 마음속으로 그토록 꾸짖던 한스는 이미 싸늘한 시체가 되어 검푸른 강물을 따라 골짜기 아래로 조용히 떠내려가고 있었다. 어둠 속에서 흘러 내려가는 한스에 메마를 몸 위로 푸른빛을 띤 차가운 밤의 달빛이 비치고 있었다. 시꺼먼 강물은 그의 손과 머리 그리고 창백한 입술을 어루 만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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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에 신의 부름이 있었던 거야! 이곳은 신이 다녀간 곳, 그들의 성지요. 신의 아들, 한스 기벤라트를 신으로 모십시다. 다를 주목해주십시오! 그는 신의 불꽃 이라고요!"

그들은 나를 이렇게 말씀하시더군요. 그들 앞에서 어쩌할 줄 모르던 나는 결국 유쾌하고 위트있는 말로 다시 한 번 그들의 자존심을 올렸습니다. 어릴 때 부터 난 불행하다고 생각했습니다. 매일 매일 강가에 가서 형형색색들의 물고기들을 바라보며 언제나 그들과 동족이 되기를 소망했답니다. 과거를 그리워하던 저도 한때 저도 신학교에 멋지게 들어가고 싶다는 마음이 있었죠. 그들 사이에서 2등으로 들어갔다는 자부심은 지방에서 모두가 저를 우러러보는 것과 달랐습니다. 그 "알 수 없는 것"들이 저의 육체와 영혼을 지배한 느낌이랄까.


그 전까지는 누가복음과 히브리어를 공부했습니다. 조금씩 휴식을 취해야 한다는 목사의 말과는 다르게 목사는 저에게 누가복음을 계속, 또 계속 가르쳤습니다. 그 덕분에 저는 제가 좋아하는 낚시와 산책을 잘 하지 못했습니다.

방학이 끝나고, 어렵게 들어간 신학교에서 저는 알 수 없는 두통을 자주 느끼고, 경쟁자들 뒤에서는 정신 이상자로 취급받았습니다. 결국 저는 의사에게 요양을 하라는 판정을 받고 모든 걸 다 잃은 채로 아버지에 품에 안겼습니다. 아버지는 그 뒤로 저를 경멸하듯 바라보다가 결국 대장장이라는 기회를 한 번더 주셨습니다. 하지만 그것도 저에게는 큰 실패를 맛보여주었답니다. 그 뒤로 저는 조금이나마 숲속에 들어가 편안히 죽을 장소를 점찍고 한 번더 물고기를 바라보며 빌었죠.

"마지막이라도 고통없이 가게 해주세요." 그나마 그런 의욕을 잃었을때, 저는 술에 취해 대장장이들과 파티를 벌이고 있었답니다. 예전에는 평범하다고 생각했던 직업들에서 새로운 것들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신이라는 지위보다 그 한잔의 맥주는 모든 것을 다 잊을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었는걸요. 다른 사람들은 모르지만, 비틀거리며 집에 가다 저는 떨어졌습니다. 모든 추억들이 제 머릿속에 주마등처럼 쏟아졌습니다. 어릴 때 신학교에서 공부했던 순간과 낚시를 가서 물고기를 4마리나 잡았던 적, 모두가 나를 보며 박수를 치던 순간도.

"첨벙"

저는 힘없이 물속으로 떨어졌습니다. 이제 죽을까요? 한때 신으로 추앙받던 그 한스가? 아니, 이젠 다 무너진 대장장이인가. 숨이 차오르면서도 이 생각만은 뚜렷하답니다.

"사람들은 한스 기벤라트를 어떻게 기억해줄까." 정신병자 한스? 아니면 신의 아들 한스? 그것도 아니면, "모든 걸 다 잃은 자?" 그 선택지가 어떻든 간에 좋게 기억해주면 좋겠군요.

그래야지 저는 조금이라도 쓸모있어질 것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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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으로 가혹한 일입니다.

"저도 그 아이를 무척 좋아했답니다."

"도무지 이해할 수 없습니다. 저 아이는 무척 재능이 뛰어난 아이었다고요. 그러다 갑자기 알 수 없는 이유로 불행이 닥쳐온 것입니다.

"저기 걸어가는 신사 양반들 말입니다.."그는 나지막한 목소리를 가다듬고 말했다.

"저 사람들도 한스를 이 지경에 빠지도록 도와준 셈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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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총명한 아이였지요. 참 멋지고 영특한 아이였답니다. 세상에 그런 시골짜기에서 어찌 그리 어여쁜 아이가 태어날지를 누가 알았겠어요? 나, 플라이크는 맹세합니다. 그에게 목사의 말 중 위험한 것은 듣지 말라고 경고하던 제가 생각나더군요. 참 오래되었지... 아직까지 제 눈에는 그냥 어리광을 바라는 한스 기벤라트가 머릿속에 남아있을 뿐입니다. 그가 하늘에 가서도 편히 쉬기만을 바랍니다.


그 학교 선생님이 이상했던 것입니다! 신학교는 한스 기벤라트군에게 최적화된 공부환경이었다만, 그 선생이 한스 기벤라트에게 무슨일을 벌였는지 누가 알겠습니까? 분명히 그 선생님 아이들 사이에서 한스 기벤라트를 왕따시키라고 지시했을 것입니다. 그가 단지 시골짜기라는 이유로.., 이 목사는 어릴 때 부터 한스 기벤라트를 얼마나 총명히 가르치셨는지 아시지 않습니까? 그에게 방학 때는 쉬라고도 충고해준 사람이었단 말입니다! 그런데 뭐? 한스 기벤라트의 책임이라고요? 나 참 어이가 없어서요. 다시 한 번 말합니다. 이건 신학교의 잘못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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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스 기벤라트. 당신은 죄가 있습니다. 바로 태어난 죄. 당신이 나에게 의문을 제기 하실 건 압니다. 뭐 그런 이상한 죄가 있냐고, 그럼 세상 모든 사람이 죄인이냐고 차분하게 이야기하시겠자만요. 기벤라트 군은 원래 물고기로 태어나야 했습니다. 당신은 선택받은 자가 아님으로써, 신으로 추앙받으면 안되는 자입니다. 그러니 다시 기회를 드리겠습니다.

강을 건너십시오. 얼핏 보면 평범한 강이라고 말하실 수 있겠지만, 그것은 계속 흘러 당신을 숨쉬는 금붕어로 만들어드립니다. 모든 기억을 잃고 떠나십시오. 금붕어는 9초 안에 기억을 잃는답니다. 마지막 축배를 즐기십시오.


안녕히 가시기 바랍니다. 당신이 그렇게 원했던 물고기의 삶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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