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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이티 Dec 26. 2023

아니요

-수레바퀴 아래서 서평

<아니요>


김아미


어떤 이유에서였는지 사람들은 수레바퀴를 굴러야만 했었고, 그 근거는 명확했다. 수레바퀴 아래에 깔리더라도, 놓쳐서 뛰어가야 하더라도 사람들은 문제의 원인을 당사자에게서 찾는다. 그래서인지 한스가 결국 빠져버린 강물은 잔잔할 수 없다. 억제되었던 감정들이 한스에게는 새어나오는 자유보다도 더 컸던 것이다.


아무리 마음을 편히 가져도, 몇 년째 같은 경험이더라도 떨리는 손과 곧게 감아버린 눈은 변하지 않았다. 책은 한 번의 넘김 이후에 더 빠른 속도를 내지만, 여전히 제자리걸음이었다. 집중이라는 이유로 양귀에 헤드셋을 끼고 검색해보아도 텅 빈 공백이 안겨주는 부담감을 떨쳐낼 나이가 되지 않은 것인지, 그저 좋아하지 않기 때문인지 양어깨가 무거웠다. 자신의 정체성을 잃어버렸다는 말조차 거짓으로 느껴지고, '나'가 좋아하는 것을, 잘하는 것을 목표로 두라는 말 또한 크게 와닿지 않았다. 혼자 있음은 외로움이라는 감정으로 느껴지는 나에게는 꽉 채워진 방을 하얗게 칠할 수 있다.


한스는 강하지 못했지만 무너지지 않으려했다. 기다린 후에 사라질 것이라던 물집은 더욱 커졌고, 한스는 더 오랜 시간동안 아무런 희망 없이 달리고 있었다.

"왜 그는 가장 감수성이 예민하고 상처받기 쉬운 소년 시절에 매일 밤늦게까지 공부를 해야만 했는가? 왜 시험이 끝난 뒤에도 응당 쉬어야 할 휴식조차 허락하지 않았는가? 이제 지칠대로 지친 나머지 길가에 쓰러진 이 망아지는 아무 쓸모도 없는 존재가 되어 버린 것이다." 쓸모를 찾기 위함이였던 공부가, 뒤쳐지지 않기 위한 욕심으로 가득찬 교과서가 되려 자신의 쓸모를 없애고 있었다. 끝이 없이 달려보는 것이 목표였던 한스는 비참히 길가에 내던져졌다. 아픔은 잊혀지지 않았고, 그 아픔을 치유할 무언가가 필요했다. 다른 이들의 눈에 최대한의 노력을 하지 않고 다른 곳에 정신이 옮겨진 실패자로 느껴진다면 이것이 그대로 받아들여야 할까.


해를 쳐다보지 못하고 쓸쓸히 잊혀버린 슬픔을 죽음 이후에야 느낄 수 있었다. 총명한 아이였다고, 끈기 있는 아이였다고 아무리 소리쳐보아도 아이의 곁에 닿을 수 없다면 왜 해야만 할까. 이제야 빛을 발할 한스의 노력이 무참히 밟혀버린 상황에서 내가 소리치는 메아리는 나에게로 돌아온다. 이것이 최선의 방법이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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