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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이티 Dec 31. 2023

싯다르타

정서윤



”어제에 이어 촬영 시작하겠습니다."


<제12장> 배에서 만난 싯다르타와 고빈다는 서로 마지막 이야기를 나눈다. 이제 그들은 늙어서야 서로가 각자 길을 감을 잊을 수 있었다.


싯다르타: 여기 있는 이것은.. 하고 나는 돌멩이를 만지작거리면서 말하였다. 한 개의 돌멩이네. 이 돌멩이는 일정한 시간이 지나면 아마도 흙이 될 것이며 그 흙에서는 식물 아니면 짐승이나 사람이 생겨나게 될 거야. 예전 같았으면 이 돌멩이는 단지 한 개의 돌멩이일뿐 아무런 가치가없는 것이며 그것은 마야의 세계에 속하는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어쩌면 순환적인 변화를 거치는 가운데 인간이 될 수도 있고 정신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이런 연유로 나는 그것에도 가치를 부여해 주는 바이다.’라고 말했을 거야.


싯다르타: 그러나 지금은 이렇게 생각하고 있어. ‘이 돌멩이는 돌멩이다. 그것은 또한 짐승이기도 하며 그것 또한 신기한 존재이기도 하며 그것은 또한 부처이기도 하다. 내가 그것을 존중하고 사랑하는 까닭은 그것이 장차 언젠가는 대단한 것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 아니라 그것이 이미 오래전부터 그리고 항상 모든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다음과 같은 사실 그것이 지금,그리고 오늘 나에게 돌멩이로 보인다는 사실 바로 그러한 사실 때문이었다네.


고빈다: 하지만 바로 그것을 그분 세존께서는 미망, 그들을 아무 편견 없이 보는 마음으로 인식하셨지. 그분께서 우리에게 지니라고 명하고 계시는 것은 세상을 바라볼 시각, 가끔은 시내에 나가라는 마음이야. 돌멩이는 돌멩이가 아니야. "신"이라는 믿음이 있어야지 돌멩이는 돌멩이로 보이는 것이네. 그리고 그분은 우리에게, 우리의 마음이 세속적인 것에 대한 사랑에 얽매이는 것을 금하셨어. 아, 얼마나 대단한 세존이시여, 살이 긁히고 핏방울이 떨어져도 어떤 마음으로 그곳에 올라가셨던 말인가!


고빈다: ... 싯다르타. 우리는 늙은이가 되었어. 자네나 나나 이런 모습으로 서로 다시 보기는 어려울 테지. 사랑하는 벗이여, 자네 모습을 보니 자네는 이미 평화를 얻었음을 알겠어. 고백하건데 나는 아직 그것을 얻지 못했어. 존경하는 벗이여, 나에게 한 마디만 더 들려주게나, 내가 파악할 수 있는 어떤 말, 내가 이해할 수 있는 당신의 사상을 말해주게나! 내가 가는 길에 평화를 빌어주는 말을 해주게나 싯다르타. 내가 가는 길은 힘들고,자주 암담해, 싯다르타.


싯다르타: 나도 알고 있어 고빈다. 당신이 한 말은 다 맞구려. 나도 예전엔 미래가 암담했네. 이 늙은이는 자네에게 해줄 말이 없다. 내가 사랑에 관하여 한 말들이 자네에게 어떻게 들릴지는 모르겠다만, 자네가 겪어보면 알 것이라 생각하네. 어쩌면 자네도 이미 안에 그것이 있을지도 모르지. 행운을 비네.


고빈다: 싯다르타, 나에게 자네 사상의 일부를 말해 주어 고마워. 특이한 자네의 사상이 즉각적으로 내 머리를 강타하진 못했다만은 아무쪼록 그 사상을 알려준 자네에게 감사해. 그리고 남은 인생을 연명하는 시간 내내 자네가 평화롭고 평안한 나날을 보내길 바라.


"컷! 잠시 30분 쉬었다 가겠습니다. 다들 수고하고 있으니 조금만 더 힘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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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싯다르타> 영화를 찍으며 어떤 생각이 들었었나요? 그리고 그 이유는?


고빈다: 내가 이런 명작에 설 수 있다는 것에 행복합니다. 싯다르타라는 영화로 제가 이렇게 나올 수 있다는 것에 초점을 두지만은 않았습니다. 자연에서 그의 사상을 찾으려 노력했다만, 아쉽게도 찾지 못했답니다. 제가 여태까지 좋아했던 것 무엇이었는지. 그동안 세존이라고만 생각하였다만, 지금은 무엇인지 모르겠습니다. 속설과 욕망의 경계에 서서 갈팡질팡 하고 있는 단계이죠. 앞으로 멋진 나날들이 저를 기다릴 것이라고 믿습니다. 세존이 있다면.


싯다르타: 이제 곧 저를 다룬 영화가 나갈 것입니다. 제가 기쁘냐고요? 아뇨, 전 전혀 기쁘지 않습니다. 저는 제 자아를 찾았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그건 헤르만 헤세가 절 그렇게 만든 것이니, 책에 있다고 작가가 나 싯다르타의 성격을 정한다 생각하지 마세요. 저는 그렇게 연기하는 것이지 아직까지 헤세가 정해논 자아 속에서 사는 것입니다. 단순히 돌멩이를 돌멩이라고 불러서 환호를 하고 찬사를 보내는 사람들이 더 이상한 것 아닌가요? 돌멩이는 돌멩이고요, 전 그곳에 의의를 두지 않습니다. 단순 영화 대본에 쓰여있다면 전 읽습니다. 왜, 이왕 태어나 지금까지 컸는데 이왕 저에게 던져진 대본도 읽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 싯다르타도 자아를 못 찾았을 수도 있다. 자아를 연기한다. 감히 우리가 어떻게 사람의 속마음을 그렇게 알고 평가한단 말인가? 단순 그가 말한 문장으로? 그가 말한 문장이 단지 우리가 모르는 영화처럼 짜진 대본일지도 모르는데 어떻게 그것을 확신할 수 있다는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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