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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이티 Apr 18. 2024

소중한 것들은 그리 오래 머물지 않는다

김민하


 ''소중한 것들은 그리 오래 머물지 않는다.''-마당을 나온 암탉

서은이는 오래 머물지 않았다. 자신의 엄마에게도, 서은이를 사랑했던, 주연이에게도. 내가 아끼던 것, 죽음이 온다는 거는 알고 있으나, 정작 내가 아끼는 거에게 죽음이 올 줄은 모른다. 죽음. 핵 폐기수를 버릴 거라는 건 한 달 전에 알고 있었으나, 한 달이 지나고 나면 진짜 버릴 거라는 건 몰랐다. 소중한 것들은 언제나 우리 곁에 머물지 않다. 길들여짐은 행복을 주지만 그만큼의 슬픔도 준다. 소중한 것들은 쿠팡 처럼 빨리 왔다가, 20층에 다다르고 나서는 노크도 해주지 않고 떠난다. 그것 떄문에 우리에게는 '망을 보고 있을껄...' '그때 택배 왔다고 할 때 우유라도 한 잔 줄껄..' 거리며 불안 과 후회와 죄책감이 찾아온다. 언젠간 우리도 누군가의 기억이 될 거니 좋은 기억이 되기 위해 노력해야한다. 난 만두라는 햄스터를 잃었다. 물론 죽을 껄 알고 있었다. 건강하다 장수해서 죽은 게 아니었다. 미니 지우개처럼 작은 주사기에 빨갛고 끈적거리는 물 감기약 같은 느낌의 액체를 넣어 먹이고, 다음 날 죽었다. 만두는 막판에 이상했다. 두부만 먹었던 걸로 기억한다. 몸이 연필 마했던 걸로 기억한다. 어찌나 말랐는지 머리만 대두가 됬던 게 기억난다. 나머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먹성이 좋던 만두는 쇠창살을 갈다가 볼 주머니가 튀어나왔다. 만두는 자기 볼에 달린 게 젤리 인줄 알고 주머니를 뜯었다. 그 무렵 나는 만두를 가장 아꼈었다. 그래서 내일도 다음 날도, 모래도 다음 주도, 만두를 볼 수 있을 줄 알고 단단히 착각이란 늪에 빠져 있었다. 느낌이 편안해서 허우적되지도 않고, 느긋하게 있었다. 그런데 어느 날 내가 늪에서 빠져나온뒤로 만두가 늪에 들어가더니 서서히 빠져 가다가 갑자기 사라졌다. 느리게 사라진 것도 아니었다. 순식간에 사라졌다. ...너무 허무했다. 그 뒤 아직도 난 만두를 좋아한다. 그러나.. 내 앨범에는 만두의 아플 적 사진이 한 장도 없다. 모두 살이 포동포동하게 쪄서 어느 유튜보들의 햄스터들처럼 밥을 먹고 핸들링을 하고, 해바라기를 까먹는 모습 밖에 없다. 나는 아직은 기억되지만 미래에 내가 치매에 걸릴 경우 만두가 건강하게 죽었다고 착각할까봐 두렵다. 그저 그랬던 아이라고 기억될까봐 두렵다. 그러나 그 걸 뒤로 하고, 난 아직도 보기 좋게 살이 오른 만두만 그린다. 아픈 만두를 그린 적이 없다. 난 어떻게 왜곡되고 조작되고 있는 걸까?????

 기억을 가지고 있는 것의 가장 안 좋은 점은 그것이 주는 아픔이 아니라, 그것에서 오는 외로움이다. 주연이 서은을 잃고 나서, 매일 서은을 보았다고 말하는 거와 같이 나의 죽음보다 남의 죽음은 더 슬프다. 우리가 죽었을 떄 우리는 느낌이 없다. 드디어 복잡하고 괴로운 세계를 떠나 어떻게는 되는 거다. 그치만 외로움은...? 내 짱친이 죽었다. 난 부활성 이론 (?)을 믿고 있어서, 그 친구가 다른 데서 태어났을 거라고 믿는다. 하지만, 슬프다. 그리고 외롭다. 인간은 너무 나약하고 사회에 의존해야 하는 동물이다. 무리가 있든 말든 혼자 사냥하는 사자들과는 엄연히 다르다. 머핀이 우유, 반죽, 오븐, 계란 그리고 먹어주는 인간이 필요하듯, 우리도 모두 필요하다. 반죽, 우유, 계란은 생존 수단이다. 오븐은 내 몸이다. 그러나 먹어주는 사람이 없으면 노랗게 속살이 부풀어 올라 연기가 몽글몽글 피어오르는 살짝 탄 바삭한 머핀이 머핀인가...? 우리는 친구라는 존재를 통해, 우리의 쓸모성을 느낀다. 주연이도 그랬고, 나도 그랬고, 당신도 그랬을 거고, 모두가 그랬을 거다. 친구가 꼭 필요한 이유다. 나의 쓸모성을 느끼게 해주는 거라서. 근데 서은을 잃어버린 주연은 살아갈 필요가 없다. 더 이상 부모의 자랑거리가 되지도 못할 거고, 학교도 못 다니며 감옥에서 살아야 하는데? .인싸들이 자기의 존재감을 느끼는 과정이다. 인형은 결코 친구가 될 수 없다. 내가 살아있음을 느끼게 안 해주니까. 그럼에도 우리는 인형을 찾는다.  왜일까? 인형으로라도 외로움을 떨쳐 내려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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