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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이티 Apr 22. 2024

마가릿 대처와 빌리엘리어트

정서윤


영화 빌리 엘리어트에서는 소년 빌리가 권투를 하다가 발레에 눈을 돌리고 결국은 발레 오디션에 합격해 발레를 배우는 엔딩을 맞이하는 영화이다. 물론 이 영화에도 신자유주의가 물들어있었다. 그의 탄광 노동자인 아버지와 첫째 형은 파업을 추구하였고, 결국 아버지는 노동자의 연합을 뒤로하고, 빌리의 재능의 컵에 자신의 노력이라는 약간 바랬지만 값진 금가루를 넣어주려 돌아선다. "우리는 이미 끝났지만 빌리는 아니야, 빌리를 이렇게 끝나게 할순없어." 언제나 한 컵 더 뒤쳐졌고, 발동작은 구겨졌으며, 그의 얼굴도 구겨졌고, 그를 바라보는 선생님의 얼굴도 구겨졌으며, 그의 토슈즈도 구겨졌다. 모든 게 구겨진 이 세상에서 신자유주의를 추구했던 마거릿 대처의 이야기가 담겨있었다. 그녀는 영국 최초로 3연속 여총리를 담당했으며, 집권 중 엄격한 규율, 강력한 통화주의정책, 노동조합에 대한 법적 규제 등을 통해 '철의 여인'이라 불렸던 인물이다.


"남에게 휘둘리지마, 네 생각대로 살아, 나를 실망시키지 마." 아버지가 20대의 마거릿에게 했던 말이다. 그녀는 어쩌면 강경한 아버지의 대응으로 약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이 이해가 되지 않았을지도 몰랐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 초등학교에선 조금 많이 약한 아이가 있었다. 그 애의 친구가 그 애를 치면 종이인형처럼 넘어지고, 어떨때는 정말 약해보여서 무언가를 할 수 없는 제약이 조금 있을때도 있다. 그런 애를 마거릿 대처는 가만히 놔두지 않았을 것이다. "그렇게 마음도 몸도 약해빠졌는데 사회에 나가서 뭘 하고 쓸모를 어떻게 증명하겠니?" 약해빠진 아이에게 모든 것이 허용될 수는 없다. 결국 각박한 세상을 살아가며 현실을 자각할 수 밖에 없는 시간은 이젠 너무나도 코앞에 다가왔다. "굶어봐야 정신을 차리지" 우리 엄마가 맨날 해왔던 일이다. 우리 엄마는 멘탈이 생각보다 엄청나게 센 편이다. 나도 그곳에는 백기를 든 게 엄마는 진짜 직장에서 왕따를 당하거나 온갖 수모들을 다 겪어도 절대 멘탈이 깨질 것 같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마치 마거릿 대처와 닮았다. 좋은 건지는 모르겠지만, 그녀는 언제나 나에게 이렇게 말한다. "공부가 힘들어? 그래도 해." 언제나 이렇게 공부에 대해 불평하는 나에게 엄마는 능숙하게 이런 답변을 몇 번씩이고 쏟아냈다. 이젠 익숙하지만, 아직까지 나는 멘탈이 너무나도 약하다.


정탄 선생님을 보면서도 마거릿 대처를 느낀다. 그의 제자는 언제나 내가 보이지 않는 곳에서 갈굼을 당하고 있다. 예전에는 멋진 스승 밑에서 일한다는 것이 대단하다고, 내 꿈은 그곳에 입사하는 것이었는데, 그곳에 스케일은 정말 놀라웠다. "월급은 일한 만큼" 정말 간단명료하면서도 솔깃한 제안은 좋았지만, 4번을 빠꾸시켰다는 것이 사실상 어떻게 버티는 것인지도 난 정말 궁금하다. 버틸 수 없을 것 같은 환경에서도 열심히 하는 직원들이 대단하면서도 "마거릿 대처같은 사람 밑에 있으니 언젠간 저 직원들도 마거릿 대처가 되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제자는 스승을 닮는다. 이젠 그 말이 뭔지 이해될 것 같았다. 장문으로 글을 쓰는 직원들을 보면 멋지면서도 무섭다. 마거릿 정탄 선생님에게 훈련받은 것일까. 내가 알고 있는 꽃밭같은 사실 뒤에는 도대체 얼마나 깊은 어둠이 자리잡고 있는 것일까. 잘 하는 이들에게는 혜택을 주는 정말 좋은 사회인데, 반대로 생각해보자면 약하거나 못하는 이들은 바로 짤라버리는. 무서운 사회에서 우리가 멘탈이 약해질 수 있는 이유는 없다. 살얼음판이 갈라지는 소리를 들으며 글을 쓰는 나로써는 아직까지 세상의 무서움이 뭔지 잘 이해하지 못했다. 그저 오늘은 엄마의 생일이어서 간단하게 생일선물을 투척하고 생일축하 노래를 부르며 아기같이 "어린이날 선물을 챙겨줘"라는 약속을 아빠에게 받아낸 것 만으로도 세상 모든 것을 다 잊어버려 12시까지 글을 쓰고 있는 대책없는 나는 정말.. 앞으로 세상을 어떻게 살아갈 수 있을까?


물론 나는 신자유주의에 반대하지 않는다. 비록 내가 약해서 도태된다 해도 신자유주의가 없었다면 이렇게 비싼 자료와 사회의 발전이 이뤄질 수 있었을까? 비록 곧 깨질듯한 살얼음판같은 긴장감을 느끼며 살아가고, 절망적인 어두움에 빠지는 가장 큰 이유가 될 수 있겠지만, 누구나 약한 세상이 될 수는 없다. 약한 사람만 있는 나라는 없다. 물론 강한 사람만 있는 나라도 없는 것 처럼, 우리는 신자유주의가 있기에 자유를 누리고 살 수 있는 것이다. 어른이 되어 각박한 세상 속에서 여러가지 이상현상, 예를 들어 1000도가 넘는 용암 위나 영하 100도인 얼음물 위롤 건너가는 비현실적인 일을 겪게 되어도, 마거릿 대처를 반대하기보단 "우리가 이렇게 있기에 사람들이 살아갈 수 있어"라고 영웅의식을 느끼는 것이 지금의 세상을 유지시킬 수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영웅의식을 가지는 사람들에게 자부심을 느끼게 할 수 있게 하기 위하여.


"너 이것도 못하니..? 내가 아는 너가 아닌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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