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도를 기다리며

by 제이티

<고도를 기다리며>


홍지호


“몰라본다고? 뭘 몰라본단 말이 야? 난 모래밭 한가운데서 거지 같은 인생을 보내왔다. 그런데 무슨 경치의 차이 같은 걸 알아 보라는 거야? (주위를 둘러보며) 이 더러운 쓰레기들을 보라고. 난 여기서 한 발자국도 떠나지 않았어. 그러니 제발 경치 얘기 따위는 집어치우라고! 차

라리 땅속 얘기나 해다오.”

한국의 교회는 약 2만 곳 가량이 있다고 한다. 그만큼 우리나라도,교회의 발신지인 유럽에도 교회와 신에 대한 믿음은 상당하다. 그런데 간혹 가다가 이런 생각이 든다. 사람들은 정말 교리를 이해하고 신,예수,여호와에 대해서 잘 알고 따르는 것일까? 라는 생각 말이다. ‘성자가 달을 가리키자 우매한 사람들은 달을 가리키는 손가락을 쳐다본다’라는 말처럼 우리들은 신의 손가락을 보고 손가락이 대단하다라고 말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불신 말이다.

이런 불신을 ‘고도를 기다리며’에서 답해준다. 그 답은 사람들은 아무 것도 모른다이다. 작 중 에스트라공은 고도라는 신을 무려 2번씩이나 만난다. 그들은 고도를 기다리며 하루 밤낮 가릴 것 없이 같은 가게에서 같은 경치를 보며 고도를 기다린다. 그런 와중에 만나는 것은 고도의 모습이 아니라 나쁘고 영악해보이는 포조와 늙고 바보같은 럭키뿐이였다. 블라디와 에스트라공은 럭키를 같은 인간으로 대우하지 않고 ‘바구니’라 외치면 바구니를 가져다 대게끔 시키는 포조에게 되려 화를 낸다. 그러면서도 럭키가 예전에는 안 그랬는데 자신에게 버려지지 않으려 일부러 멍청하고 힘든 척 연기를 해 동정심을 얻으려 하는 것이라고 말하자 블라디미르와 에스트라공은 자연스레 포조의 말에 금방 선동되어 이내 럭키를 매질하며 때린다.

그런 포조는 사실 고도라고 불리우는 신이다. 한마디로 예수나 다름 없는 존재라는 것이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고도라는 신을 따르는,즉 신자에 가까운 이들은 인간의 모습으로 마중 나온 고도를 알아차리지 못한다. 되려 평소에 고도를 따르는 이유일 교리에 대해서도 제대로 알지 못한 채로 오히려 화를 내다가 또 다시 이해 못하는 교리에 따르는 등 완전히 고도라는,포조의 모습을 한 신 자체에게 휘둘린다. 이는 한국도 마찬가지이다. 한창 코로나가 유행하던 때,마스크를 쓰는 게 자연스럽지 않았던 때,그럴 때 태동했던 사이비 종교처럼 그저 헌금을 많이 내면 천국,극락에 갈 수 있다는 말에만 현혹 되어 그 안에 자세한 교리나 생각,사상들은 거들떠도 보지 않은 채로 그저 교주와 한 문장에 끌려 선동 되는 것이 대부분 종교를 맹목적으로 따르는 교인들의 현주소 같다. 이는 블라디미르와 에스트라공도 포함되는 이야기이다. 마치 교회에 대해서는 아는 것도 없으면서 8월 초 푹푹 찌는 여름철 하교를 하며 교문 앞에서 오렌지 쥬스를 주시며 일요일날 교회로 오라는 말에 오렌지 쥬스가 먹고 싶어 “그럴게요”라고 답하는 초등학생과 다를 게 없다.

”에스트라공: 내 보기엔 우리를 보고 있는 것 같았어. 고도 말야. 포조 말이다.어쨌든 이젠 일어나야지. (힘겹게 일어선다) 아야!

블라디미르: 이젠 무슨 생각을 해야 할지 모르겠구나.남들이 괴로워하는 동안에 나는 자고 있었을까? 지금도 나는 자고 있는 걸까? 내일 잠에서 깨어 나면 오늘 일을 어떻게 말하게 될지? 내 친구 에스트라공과 함께 이 자리에서 밤이 올 때까지 고도를 기다렸다고 말하게 될까?”

심지어 그들은 포조가 고도라는 사실을 안 후에도 ’그럼 갈까? / 가자‘라고 말한 뒤 둘은 그러나 움직이지 않는다라고 한다. 어쩌면 신,고도,즉 포조가 양 눈이 멀어버린 장님으로 2장에 등장한 이유는 자신의 말보단 ’고도‘ 그 자체만을 원하며 진정으로 깨달으려 하지 않은 채로 오로지 고도,자신을 기다리며 고도의 도움과 은총,가호만을 바라는 현세가 역해서 두 눈을 찌른 것은 아닐까. 그런 고도의 고통스러운 몸부림에도 불구하고 블라디미르와 에스트라공은 그저 가만히 앉아 고도가 오는 날만을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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