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하
쫌 사라져버렸으면 좋겠다는 마음. 그 아이만 아스라이 어디론가 없어져버리면 우리가 꾸역꾸역 더러운 연기를 안 해도 되겠지라는 마음. 순수함을 넘어서 우리들이 지를 좋아한다고 생각하나봐 라는 검은 생각들. 인간은 같은 실수를 반복한다는 말이 진실로 와닿는 느낌이 든다. 언제부턴가 학교에 입학하고 반 아이들과 가벼운 말 싸움을 하고, 집에 박혀 울고 내 자신이 미워질 졌을 때 마음 속에서 검은 액체가 점점 성장한다는 니글니글거리는, 기분 나쁜 마음이 생긴다는 걸 영혼으로 알게 되었다. 나는 영원히 순수할 줄 알았는데, 나는 애당초 그 경로를 비껴 나갈 줄 알았는데 인간의 본성상 어쩔 수 없었는지 악한 과녁을 정확히 맞춰버렸다. 잼민이 같다는 한 마디에 모든 패션의 스타일이 어두컴컴하게 변화하던 순간, 그 1초 1초 사이에 나의 마음도 점점 어두워지고 있었다.
나의 마음에 히틀러가 자라기 시작한 거다. 맘에 안 드는 아이를 욕하는 방법은 매일매일 돌풍이 휘몰아치는 학교에서 버티기 위해 자연스럽게 익혀졌다. 우리 편이 다른 아이와 싸웠다고 할 때 그 심기를 불편하지 않게 보들보들 닦아주는 건 정말이지 쉬운 일이었다. 우리 편과 다른 편의 배가 점점 북쪽과 남쪽으로 멀어지고 있었지만 나는 지구는 둥그니까 우리 배도 언젠가는 만날꺼야라는 자기 암시를 했다. 하지만 우리의 마음은 모두 둥글지 않았다. 모두 각져 있었고, 옛날 예적의 과학자들이 말한 것 처럼 직사각형 모양이었다. 그리고 뾰족뾰족한 각 부분을 지날 때 마다 우리는 어두움 속 나락과 함께 극도의 공포감이 몰려오는 걸 머리털 하나 만으로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공포감과 함께 찾아오는 건, 더 강해져야한다는 마음뿐이었다. 그걸로 나는 점점 어둡고 축축한 바깥세계에 적응해갔고 낮이 되었으나 여전히 깜깜하다는 사실을 언젠가부터 당연하게 받아드렸다. 싸움은 성장의 연장이었다. 아이들과의 말싸움으로 인해 나는 점점 아이들을 닮아갔고, 우리 모두 히틀러가 되기 위한 마음을 서로에게 공유하고 있었다. 따끔따끔하고 이래도 되나? 라던 질문은 점차 아무런 생각없이 대담하게 내쉬는 한숨소리에 까마득히 묻혀버렸다. 우리는 악과 악을 연결시켜 히틀러를 완성시켰다.
단 한사람의 잘못이었던 쇠사슬은 낯빛이 어두운 아이들이 함께 엮은 방대한 잘못이었고, 현대시대까지 이어지는 악의 고리에 처음 친구와 싸운 아이들은 무서워서 벌벌 떨었다.
히틀러는 많은 유대인들을 대학살한 세계 학살자 순위 5에 드는 독일의 시인이다. 학살과 시인, 서로 맞지 않는 중국산 레고를 억지로 끼워맞춘 듯한 불편한 기분이 든다. 악의 연대. 30도의 각 차이로 들어가지 않고 버티는 삐걱거리는 낡은 문, 닫아도 안 닫히고 열어도 안 열리는 짜증나는 문. 히틀러는 바로 그런 사람이었다. 잘 지내는 척 해도 돌아서면 아무도 남아주지 않는 쓸쓸한 사람이었다. 그리고 그런 쓸쓸함을 달래기 위해 시를 쓰던 그는 우연히 사람들의 지지를 받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 일인지를 느끼게 된다. 한 번더,한 번 만더..라는 말로 시작했던 한 계단은 어느새 공포와 열광의 정치 속 가장 주목받는 사람이 되게 만들어주었다. 애써 잔인한 척하고, 국민들을 위하는 척해 받은 거짓의 축하 소리는 고독해지고 아무도 남지 않게 되는 초라한 모습을 들키기 싫어 더욱 더 잔인해졌다.
악의 연대라고 불리는, 모두의 악과 관련된 마음을 시원하게 풀어주는 그는 사실상 그를 가장 못 아는 사람이었다. 잔인하고 끔찍하게 유대인들을 잡아먹는 그의 모습은 원래부터 그가 그랬던 것 같은 묘오한 가면을 그에게 선물했다. 하루하루 점점 사람들의 빈자리가 커져가는 걸 두 눈으로 멀쩡히 보는 히틀러는 금쪽이들처럼 관종이 되어갔다. 그러다 결국 스스로에게 질리고 미쳐버려 동료와 함께 자살해버렸다. 나의 인생을 모두 몰두한 나의 나라가 무참히 망해버렸으니 찾아온 너무나 당연한 결과였다. 그리고 사람들은 언제 그랬냐는듯 스트레스 해소볼 밖에 안 됬던 히틀러를 버리고 그의 이름에 자신들의 스트레스를 모두 버렸다. 하지만 그걸로 스트레스가 끝까지 해소되지 않는 어둠 속 사람들은 트럼프와 같은 스트레스 해소볼을 찾아 지금도 떠나고 있다.
모두를 대표해 어둠을 거뭐질 수 있는 사람, 이해관계를 듬뿍 채워질 수 있는 단 한 사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