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서윤
-Nice Girl-
사랑이란 무거운 것인가? 가벼운 어조로 질문을 시작한 나의 맘 속에는 그저 그 사람의 이기적인 진심을 파악하려는 하나의 의도밖에 들어있지 않았다. 이런 말에 답변하는 것은 어렵지만, 단지 인생의 베일의 키티가 사랑을 그리 무겁게 여기지 않았다는 것 만큼은 알 수 있었다. 나에게도 사랑은 그저 쉬웠다. 누군가에게 들어오는 고백을 그 사람과의 관계를 망치고 싶지 않아 자연스러운 말투와 어조로 거절했던 나는, 그 사람의 크고도 큰 용기를 그때는 모르고 있었다. 고백받는 방법은 다양했다. 톡으로도 고백을 받아보거나, 편지로도 받아보거나. 결국은 우리에게 사랑은, "누군가와 연결을 맺는 것은," 나에게도 그런 고백을 받는 사람에게도 쉽다고 정의되는 것이었다.
"Don't be such a wuss
Seoul is mine tonight
Let's rizz up all night
(...)
나를 소개할게 nice guy, fresh guy of the night
모두가 네게 말해 better watch out girl
간지로운 나의 목소리
허수아비도 make wavy
타고난 끼가 운명인가 봐"
BOYNEXTDOOR - Nice Guy
”앗, 서론이 길었나” 생각하면 언제나 적절하게 찾아오는 사랑. 키티는 이곳에 나오는 "Nice Guy"와 닮았었다. 언제나 빨리 올 수 있으며, 빨리 떠나갈 수 있었던 사람이자, 누군가와 긴 연대를 맺지 못하는 사람이었다는 것을 알았다. 월터와 결혼을 했을 때도 진정한 사랑을 찾지 못했다고 생각하자 바로 바람을 저지르는 키티가 내 딴에서는 처음에 이해되지 않았다. 평행하듯 길게 뻗어진 키티와 월터의 평행선은 마치 어둠이 짙어진 듯 긴장감을 주던 이야기였다. 타고난 끼가 운명인 듯 언제나 활기가 넘치고 밝던 키티는 언제나 쉽게쉽게 왔었던 사람이자, 쉽게쉽게 떠났으며, 누구보다 남자를 큰 그림으로 보던 이기적이고도 욕망 많은 사람이었다.
사랑은 가벼운 것이라는 질문을 다시 한 번 다뤄보자면, 사랑은 절대 가벼운 것이 아니다. 사랑을 해서 만약 사귀게 된다면 그 사람과의 관계를 진지하게 숙고해보아야 한다. 그 만큼 조건도 까다롭지만, 어딘가 사랑을 찾고 싶다는 나의 공허하고도 허전한 마음은 아직도 나의 심장 옆에서 맴돌고 있다. 고민해 노력해 채워도 계속 줄어들기만 하고, 다 새어나가기만 하는 것이 바로 사랑이다. "사랑은 촛불 같은 것이다. 당신에게 밝게 타오르는 시절, 그러니까 뜨거움이라는 일련의 감정이 있으며, 그 불이 꺼질 때, 한 마디로 헤어질 때는 연기라는 잔상이 당신에게 남아 오랜 시간동안 맴돈다." 하루에 몇 번씩이나 그 일로 나 자신을 흐트러지게 한 적이 있다. 널 제외한 나의 뇌를 생각할 수 있을까.. 생각하며 그런 기억들을 머릿속에서 꺼지게 하려고 노력한 적이 수도 없이 많다.
얼마나 살만할까? 생각하면서도 인생에서의 베일을 하나씩 서서히 벗겨나가면서도 그 끝에는 뭐가 있는지 가끔 알고 싶지 않을 때가 있다. 너를 떠올리는 것은 찌를 듯이 아픈 것이고, 잊혀지지 않는 것은 내게 저주 같은 것이기에, 정확히는 이불킥을 하지 않기 위해 계속 지우려고 노력했지만 그것은 나에게 미련 같은 잔상이었고, 잔상이 걷히기까지는 진짜 오랜 시간을 소비하고 난 뒤였다. "사랑은 시간낭비라는 생각이 조금 들었을지도." 저 멀리 점이 될 때까지 얼마나 많은 고통과 고비를 겪었을까. 나에게는 그런 것이 사랑이다. 잔상은 많이 남지만, 사귈 때는 너무 시간이 빠르게 지나가는 것이 바로 사랑이다. 이별 노래를 들으며, 설레는 노래를 들으며 난 이별 노래가 더 가사가 잘 외워진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인간은 자신의 상황에 맞는 조건을 선택적으로 인식하고 받아들인다. 어쩌면 내가 그런 기억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이별 노래가 조금 더 익숙하게 들렸던 것은 아닐까.
빛나는 파도를 사랑하듯 그렇게 사랑도 빨리 지나가고, 진심으로 그 사랑을 전해주는 사람이 없다면 그제서야 인간은 사랑을 알게 된다. 키티도 월터가 죽자 그가 자신에게 주었던 사람을 알게 되었듯, 결국은 자신에게 주어지는 사랑과 이득을 모른다는 주장은 나에게도 어느 정도의 신빙성을 보였다. 나만 슬픈 엔딩이라고 하기에는 둘 다 너무 끔찍하게도 어려운 운명을 맞았던 지라 어떻게 이루 말할 수 없었던 책이었다. "너랑 있는 게 이젠 도무지 행복하지 않다." 라고 말할 때 가슴이 미어지는 것은 왜일까. 자신이 아끼고 좋아했던 사람에게 그런 끔찍한 말을 듣는 것이 나에게 박탈감을 유발하기 때문이다.
지금, 나에게 가장 소중한 사람을 생각해보자.
떠올렸다면, 내가 들었던 가장 모진 말을 떠올려보자.
그리고, 이 2개를 모두 떠올렸다면, 그 사람이 당신에게 모진 말을 한다 가정해보자.
당신의 감정은 아마 미어질 것이고, 감정의 파도는 쓰나미가 되어 당신을 덮칠 것이다.
그만큼, 당신이 의지하고 좋아했던 사람이기에 그런 감정을 더 많이 느끼는 것이다.
그러니 지금은, 행복한 이야기만 생각하자. 암울한 미래를 생각하지 말자.
좀 무모하더라도, "어떻게든 되겠지" 생각해보자.
왜냐고? 우린 지금 인생의 한 페이지를 만드는 중이니까.
그래, 난 인생의 한 페이지를 촛불의 잔상으로 한 가득 채우고 싶지 않으니까.
그래, 난 인생의 한 페이지를 빛나는 감정의 파도로만 가득 채우고 싶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