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하
1학년을 맡은 담임 선생님이 내는 ''조용히 해!!!!'' 라는 소리처럼 크게 날아와 귀를 뚫고 지나가는 따갑고 아픈 말들 사이에서 나는 자라왔다. 사람이란 원래 화를 냇다가도 금방 웃으며 머리를 쓰담쓰담 만져주는 존재라는 걸 나는 알고 있었다. 가장 가까운 가족에서부터 시작된 소리의 패턴은 오락가락했다. 어떨 땐 신경질적으로 높아져 나를 겁주다가도 어떨 땐 부드럽고 낮은 음성으로 달콤한 코코아처럼 심장에 녹아들었다. 친하고 가까운 사이었기에 그랬을지도 모른다. 섣불리 감정을 앞세워 내지르는 말들은 어젯밤 12시에 자서 피곤한 나에게 들리는 난데없고 갑작스러운 알람 소리처럼 기분 나쁘게 들렸다. 하지만 계속되는 자명종 소리여서 그런가 결국은 아무것도 아닌 말들에 눈물이 흐르는 결과가 연출되었다. 일생에 이런 경험을 해본 사람이 나 말고도 여럿이 있다는 걸 알면서도 방울방울 맺힌 물들은 좀처럼 도로 들어가지를 않았다. 끄집어넣고 싶은 감정이 들면서 잠깐 시간이 멈춘 것처럼 행동하려고 애썼다. 시간이 멈춰서 저 따갑고 날카로운 말들이 들리지 않기를 빌면서 묵묵히 참아왔던 시간들은 계속된 패턴에 지쳐가는 듯 점점 나를 강하게 만들어주었다.
모든 일이 평범하다고 느껴질 때쯤 나를 찾아오는 짜증과 불안하고 스트레스를 받는 목소리는 지루한 일상에 약간의 포인트를 더해주었다. 처음에는 너무 괴로웠다. 회복력도 없고 자아도 완성되지 않을 시기여서 그랬는지 모른다. 늘 그런 말을 들을때면 후두개에 걸려 넘어가지 않는 길쭉한 시금치를 먹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너무 불편하다고 느꼈지만 그런 감정을 포장하려면 어쩔 수 없이 입어야하는 치어리딩 복처럼 나도 상처 받은 가슴을 드러내기 싫어 화려하고 반짝거리는 말들을 필사했다. 일상생활에서 듣기 힘든 말들을 적으면서 한 번쯤 이런 문장들을 입으로 구사할 수 있기를 바랬다. 나는 남에게 상처 주기 싫다고, 나는 순수하고 아름다운 문장과 단어들을 포기하기 싫다고. 하지만 시간이 흐를 떄마다 사라져만가는 믿을만한 사람들 때문에 내 마음이 불안했는지 내가 소중했다고 여긴 문장, 이것 만은 베껴서 내 것으로 만들어야겠다고 다짐한 문장이 점차 허약해지고 비실비실거린다는 걸 난 알 수 있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아.''
인간이란 믿을만한 존재가 못 된다는 것을 우린 이미 알고 있다. 하지만 알고 있는 지식이 진짜 믿을 수 있는 진실이라고 결정되는 순간을 우린 성공이라고 부른다. 내가 진실을 꺠달았을 경우 불편하지만 그래도 진실인 사실을 인정하면서 고개를 끄덕일 떄 성공은 비로소 우리에게 가까이 다가오는 것이다. 사막 한 가운데 보이는 오아시스의 착각처럼 나에게 착각을 주던 사람과 사람과의 믿음. 착한 사람. 은 이 세상에 없었다. 믿을만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던 가족들이 모두 나에게 상처와 불편함을 하나씩 던져주자 나한테는 언제나 넉살좋게 웃어주는 할머니 만이 남게되었다. 할머니에게 내가 준 상처는 너무나도 많지만 나에게 눈물을 한 방울이라도 건네주지 않는 사람을 곰곰히 생각해보니 할머니 뿐이었다. 지금까지 쌓여왔던 불길하고 어두운 데이터를 꺨 수 있는 변수가 생긴 것이다. 하지만 주인에게 버려졌던 개가 다시 주인을 믿기까지 시간이 오래걸리는 것처럼 나도 할머니를 믿기 까지 시간이 오래 걸렸다. 아니, 걸리는 중이었다. 지금도 난 할머니를 믿지만 하지만 깰 수 없는 시간의 장벽 사이 소중한 사람의 죽음은 아마 얼마 지나지 않아 우리를 찾아올 거라는 것을 나는 짐작할 수 있었다. 그리고 할머니와 나 단 두사람이 만이 남았을데 나는 성장했다. 오직 나만을 믿기로. 꽤 괜찮은 일이었다. 나만큼 나를 잘 이해하는 존재는 없고 나의 진실된 모습을 죽을 때까지 알 수 있는 속마음을 알 수 있는 사람도 나밖에 없으니까. 이것을 꺠닫기 까지 걸린 끈기와 노력과 시간은 차곡차곡 쌓여 나의 일생을 만들어나갔다. 그리고 지금 나는 나를 믿으며 100프로가 될 때까지 나를 쌓고 있다. 성장이란 자신을 아주 잘 알아가고 나를 이해하는 시간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