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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이티 Aug 26. 2020

프레이밍 효과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일은 무엇일까?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일은 무엇일까? 사람마다 처한 환경과 상황이 다르므로 답은 수 천 가지에 가깝다. 누군가에는 오늘 저녁에 먹을 메뉴일 수 도 있고, 어떤 이에게는 은행 대출심사가 또 수험생이라면 오르지 않는 점수 일수도 있겠다. 하지만 질문을 바꿔보자. 지금 대한민국에서 벌어지는 중요한 일은 무엇일까? 십중팔구 답은 정해져 있다. 오늘은 코로나 확진자가 몇 명 나왔을까? 가 중요한 일임에 틀림없다. 아침부터 밤까지 유튜브 네이버 티비뉴스 할 것 없이 실시간 검색어에 코로나 관련 키워드가 빠지지 않기 때문이다.      


자연스레 사람들의 머릿속에 남아있는 키워드는 마치 수능 금지곡의 노래처럼 ‘코로나’에 갇혀있다. 이렇듯 미디어는 우리가 매일 ‘무엇에 대해  생각해야 할 것인지(What to think about)를 정해준다. 오늘 뭐 먹지 고민하는 현대인에게 고민할 필요 없는 차려진 밥상을 대접해준다. 반찬투정을 할 수도 있지만 그래도 직접 장보고 고민해야 하는 수고로움을 덜어준다. 복잡하고 다양한 세상 속에서 생각할 거리를 정해준다는 게 얼마나 고마운 일일지도 모르겠다.      


이른바 [아젠다 세팅] 미디어가 제공하는 의제들로 벗어나기 어렵기 때문에 매스미디어가 대중의 인지와 사회 담론의 조건을 정한다는 이론     


옷 고민할 필요 없이 입혀주는 코디처럼, 나의 몸에 꼭 맞는 운동처방을 내리는 pt 트레이너처럼, 내 생각과 중요한 일마저도 정해준다. 하지만 나도 나의 생각을 잘 모르는데, 어떻게 미디어는 내 생각을 조종하게 만들까?     


미디어가 특정 이슈를 선점하고 그것을 중점적으로 다루면 사람들은 그 이슈에 집중하게 되고 다른 이슈들이 무시된다. 가령 코스피가 떨어지고, 주식 시장이 곤두박질치는 영상이 나오면 지금 지구 반대편의 북극곰이 안위 따위는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전염병이 창궐하는 지금 시점에서는 방역과 국민의 생명이 먼저지 누군가에게는 평생의 추억이 될 결혼식을 못 올리고 누군가를 떠나보내야 하는 장례식을 쓸쓸히 치러도 그다지 중요한 문제가 되지 않는다. 자칫 이런 개인의 사사로운 이익을 주장했다가는 무개념 人으로 찍혀 악플 세례를 받기 십상이다.     


다시 한번 물어보자. 평생 한 번뿐인 결혼식이 중요할까? 아이들의 학습권이 중요할까? 코로나로 인해 없어진 일자리가 중요할까? 수능이 연기되는 게 중요할까? 삼성전자 주식을 사는 게 중요한 일일까? 


내가 지금 미혼이거나 자녀가 없으면? 내가 지금 맞벌이 부부라면? 수험생이라면? 내가 지금 삼성 주식을 들고 있다면? 과연 어떤 게 중요한 일일까?

     

사람마다 중요한 일은 분명 다르다. 심지어 전염병이 중요한 시기에도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언론은 우리에게 끊임없이 한 가지 이슈를 던진다. 그것도 매일매일 다르게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일인 것처럼. 물론 진실하고 객관적이고 사실적이다.


하지만 내용(what)은 객관적이더라고 전달하는 방식(how)은 얼마든지 주관적일 수 있다.     


이른바 프레이밍 효과
사람들의 생각을 고정화시키고 이해하는 틀을 만들어서 결정에 영향을 주는 효과     



프레이밍 효과의 대표적인 사례를 확인해보자.     

  

똑같은 사진인데 왼쪽 사진은 포로에게 물을 주고 있고 오른쪽은 총을 겨누고 있다.               

당신은 어느 쪽이 먼저 보이는가?



흔히 객관적인 증거를 제시할 때 사진이나 동영상을 참고한다. 하지만 이마저도 전달하는 방식에 따라 보여주고 싶은 면만 노출할 수 있다. 실제 사진이 물을 주는 사진인지 총을 겨누고 있는 사진인지는 중요하지가 않다.


 중요한 사실은 당신이 어떤 사진에 공감을 하느냐가 중요하다.


또한 같은 문제를 다루는 방식에도 얼마든지 관점을 달리 할 수 있다.     

가령, 코로나 백신이 나와서 전염병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A신문사>

A안: 2000명이 살게 된다.

B안: 6000명이 다 살 확률이 1/3, 아무도 못 살 확률이 2/3다.          


<B신문사>

A안: 4000명이 죽는다

B안: 아무도 죽지 않을 확률이 1/3 6000 다 죽을 확률이 2/3다.        

  

당신은 어떤 대안을 선택할 것인가? 만약 당신의 A신문사의 구독자라면? 혹은 B신문의 구독자라면? 말이다.    


두 신문사 모두 똑같은 문제에 다른 방식으로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하지만 대안을 어떻게 제시하느냐에 따라서 그 결과는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    


 


한 가지 더 예시로 세계 제일의 축구선수는 누구일까?  


호나우두 vs 메시

     

각종 커뮤니티에서 숱한 논란과 가십거리인 축구인들의 영원한 딜레마 메시냐 호나우두냐? 누가 더 잘할까? 메시는 천재형이고 호나우도는 노력파인가? 질문을 바꿔보자 올해 골을 가장 많이 넣은 선수는 누구일까? 당연히 메시 아니면 호나우두 일까?



 2019년 최다 득점은 로베르트 레반도프스키라는 선수다.


 누구일까? 축구팬이라면 당연히 알겠지만 과연 대중들은 이 선수를 알기나 할까? 그렇다면 왜 모를까? 애석하지만 이 선수는 아젠다에 빠져있어 대중들의 기억 속에 들어갈 틈이 없다.

축구선수는 호나우두 아니면 메시이기 때문이다.  


      


      

화면 속의 모습밖에 볼 수 없는 우리는 직접 현장의 소리와 냄새 전체적인 맥락을 파악할 도리가 전혀 없을 수밖에 없다. 화면은 정확하게 있는 사실 자체를 다루지만 얼마든지 각도를 통해 담고 싶은 화면만 담을 수 있고, 전달하고 싶은 내용만 담을 수 있다. 아이돌 가수의 멤버가 9명이라도 센터에 있는 멤버의 얼굴만 담듯이 말이다.         


그렇다면 내 생각의 틀인 ’ 프레임‘은 과연 어디서 왔을까? 부모님 친구 가족 연인? 만약 부모님들 닮았다면 부모님의 생각은 어디서 왔을까? 즐겨보던 신문과 뉴스 책 미디어임에 틀림없다. 나도 모르게 부모를 닮는 것처럼 내 생각은 내가 즐겨 보고 읽는 활자 속에 담겨있다. 혹은 즐겨보던 유튜브나 네이버의 기사 혹은 댓글이 될 수 도 있겠다. 거기에 좋아요 많은 영상이나 댓글은 자연스럽게 상위에 랭크되므로 그 날에 중요한 일이 되겠다.     


그리고 이 생각은 바로 행동으로 연결된다. 코카콜라를 마시고 나이키 신발을 신고 걸으면서, 아이폰을 만지작거리면서 에어 팟을 통해 음악을 듣고 유튜브로 여행 브이로그를 보고 맛집을 검색하는 게 나의 취향일까? 아니면 내가 해야 하는 취향일까?     


마찬가지로 내가 특정 정당을 지지하고 부동산 정책 찬반과 재난 지원금이 전 국민에게 인지 선별적 지급으로 해야 할지 골라야 하는 게 과연 나의 이해관계와 상황에 맞는 선택일까?   


코로나 3단계가 되면 수많은 사람들의 일자리와 일상이 무너진다고 하는데 찬성률이 55% 이기때문에 해야할까? 아니면 반대가 45%나 되기 때문에 심사숙고해야 할까?  


가짜 뉴스가 판을 치고 언론은 팩트 체크를 외치지만 사람들의 생각은 달라지지가 않는다.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것만 듣도록 오늘도 추천 동영상은 프레임에 나를 가두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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