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영
세계에서 가장 많은 비난을 받는 자들은 누구일까. 그들은 아마 독재자가 아닐 것이다. 독재자를 공개적으로 비난하는 것은 해외에서나 가능한 일이지만 해외에서 그런 독재자들에게 관심을 가지는 사람은 거의 없다. 그렇다면 살인자일까? 물론 아니다. 러시아의 연쇄살인범 블라디미르 니콜라예프라는 사람이 있다. 그 사람은 두 명의 피해자를 살해한 후 그 인육을 섭취했고, 그 인육을 지인에게 캥거루 고기나 사이가 고기로 속여서 먹였다. 그리고는 인터뷰 현장에서 그것을 마치 대단한 일이라도 한 것처럼 묘사하며 낄낄거렸다. 이런 극악무도한 범죄자는 당연히 비난과 지탄의 대상이 되어야 하지만 우리는 그를 모른다. 단순히 그가 어떤 대형범죄 사건을 터트렸을 때 잠깐의 이목이 집중될 뿐이다. 우리 중 그 범죄자를 아는 사람이 몇 이나 될까? 몇 명 안될 것이다. 나도 그를 TV 프로그렘 <프리한 19>를 통해 알게되었을 뿐이다. 우리는 범죄자를 잘 모른다. 이름도 모르는 범죄자를 비판하는 사람이 있을까? 존재 자체도 모르는 사람을 말이다. 그렇다. 우리의 가장 많은 비난을 받고 지탄 받는 대상은 다름 아닌 ‘유명인’과 ‘연예인’이다. 그들은 아무런 범죄를 저지르지 않았어도 학폭 가해자설, 마약 투약설, 불륜설과 같은 온갖 사생활에 관련된 루머들이 즐비하며 그들의 행동 중 일말의 잘못이라도 이 추운 오늘도 수 많은 파파라치는 그들의 뒷꽁무니를 쫓아다니고 있다.
현재 대한민국에서 가장 유명한 사람을 꼽으라면 두 사람을 꼽을 수 있다. 바로 손흥민과 페이커다. 손흥민은 아시아인 최초로 프리미어리그 골든부트를 수상했고, 매년 10개 이상의 공격포인트를 올리며 윙 포워드 포지션에서 이미 에이징커브가 올 나이인 32세에도 준수한 활약을 펼치고 있다. 영국. 특히 잉글랜드란 국가의 축구는 잉글랜드 안에서 가장 뜨거운 화젯거리고, 그런 리그에서 득점왕을 했고 빅6 클럽의 주장직을 맡고 있다는 것은 손흥민이 이미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셀럽이 되었다는 사실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영국 토트넘 팬들은 손흥민을 구단 레전드로 치부하며, 그를 토트넘에서 가장 위대한 선수로 꼽는 현지 팬도 있다. 또 페이커는 롤의 아이콘이나 다름 없다. 통산 전적 1433전 964승 469패, 승률 67.3%, 총 킬 5021, 총 데스 3058, 총 어시스트 7773, KDA 4.2 이라는 경이로운 수치를 달성했으며 월챔우승 5회, 리그오브레전드의 챔스라고 할 수 있는 LCK 10회 우승이라는 경이로운 기록을 수준의 트로피를 수집하는데 성공했다. 롤 e 스포츠 공식으로 롤의 ‘GOAT’라는 평가를 받은 것이 페이커고, 라이엇 게임즈로부터도 인정을 받은 선수는 단 한명. 페이커 밖에 없었다. 그 둘은 현재 한국을 대표하고 있는 셀럽들이고, 두 사람 모두 사생활 부분에서 논란이 없고 인성이 좋은 것으로 평가받는, 일종의 육각형 인간들이고 해외에서도 이들의 팬이 많다.
하지만 아이러니한 점이 하나 있다. 해외의 토트넘 팬들은 모두 손흥민을 구단 레전드로 존중하고 위대한 주장이라고 평가한다. 또 해외의 리그 오브 레전드 팬들은 페이커를 매우 높게 평가하고, 롤계의 GOAT라고 칭송한다. 하지만, 이들의 활약을 보면 우리나라를 빛내는 간판스타들이나 다름없지만 그들을 욕하는 것은 다름아닌 한국인들이다. 손흥민이 경기에서 패배한 후 눈물을 보이고 있으면 느그흥, ^무^라고 폄하한다. 또 페이커가 2017년 월즈 결승에서 삼성에게 진 후 분한 마음에 눈물을 흘리고 있었는데 악수를 건낸 선수들이 무안해하고 삼성의 우승 분위기를 망친다는 이유로 비난을 받게 되는데 일부 팬들은 그 이후로 페이커를 즙을 짠다, 라고 해서 즙이라고 부르며 폄하한다. 중요한 경기, 특히 손흥민의 경우 챔피언스 리그 결승이나 페이커의 경우 월즈 결승에서 패배했다. 그런 경우는 누구던지 눈물을 흘리며 분한 마음을 표출하는 것이 당연한데, 그 때 눈물을 보여 상대가 뻘쭘해 한다고 비판하는 것이 논리적으로 합리성이 있을까? 물론 아니다. 그들은 그저 지성 없이 일부 사람들을 따라서 간판 스타들을 비난할 뿐이며, 성공한 자의 이마에 성공의 징표를 붙여주는 패배자들일 뿐이다.
손흥민과 페이커는 도전 끝에 성공했다. 손흥민은 득점왕과 개인 기록들, 토트넘에 한 기여 등으로, 그리고 페이커는 롤 역사상 가장 위대한 선수가 됨으로써 말이다. 그 길은 모두가 걷지 않은 길이다. 어릴 적 즐기던 축구가 좋다는 이유로 무작정 축구를 시작해 아버지와 함부르크로 건너갔다. 그곳에서 성공의 길을 걷기 시작하는 것이 쉬운 일일까? 롤을 좋아해서 롤을 직업으로 하는 프로게이머가 되었다. 그리고 롤의 GOAT가 되었다. 그것이 과연 도전하기 쉽고,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며 틀에 박힌 일일까? 당연히 아니다. 그들은 도전 끝에 그들의 자리를 찾은 표지를 가진 자인 것이다. 그 표지는, 느그흥, 즙이라고 부르는 멸칭이었다. 그들은 카인이었다. 우리는 그들을 두려워한다. 낮에는 그들의 위엄과 양기에 눌려있다가 밤에만 활동하는 스케빈저라는 것이다. 이상하지 않은가. 형제 사이에 싸움이 벌어져 형이 동생을 죽인다. 이것은 있을 수 있는 일이다. 또 그 형이 불안감에 괴로워하거나 후회한다. 이것 역시 있을 수 있는 일이다. 하지만, 그 형이 동생을 죽인 상으로 받은 표지가 그를 지키는 수호신이 되어 다른 사람이 두려워한다는 것. 그것이 과연 있을 수 있는 일이란 말인가. 진짜 악을 나타내는 식인 살인마. 우리는 그 사람을 모른다. 하지만 그 사람보다 더 많이 알고 있고 더 많은 욕을 듣는 손흥민과 페이커는 무엇인가. 백태클을 걸었다고 비판받고 트로피가 없는 가짜 선수라고 비판받고, 상대의 우승 분위기를 망치고 대회를 망쳤다는 지성 없는 비판을 듣는 것은, 우리는 성공한 이들을 두려워하고 그들이 성공했다는 지표를 패배자들이 붙여주는 것이다. 우리는 현상유지를 목적으로 할 뿐, 성공을 하지 않는다. 우리는 형제 사이에 싸움이 벌어져 동생을 죽이고 죄책감에 휩싸여 은둔생활을 하지 그것을 지켜주는 수호신으로 만들어 남들이 두려워하는 힘으로 만들지 않는다. 그러나 그들은 그랬다. 우리는 그 힘을 두려워하는 것이다. 그래서 지성없는 비판을 던지는 것이다.
“표지를 가진 우리가 세상 사람들 눈에 기묘한 존재 위험한 존재로 보이는 것은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우리는 눈을 떴거나 눈을 뜨려는 과정에 있는 사람들이었다. 우리의 노력은 눈을 뜬 내부의 생태를 더욱 완전하게 하는 데 기울여지고 있었다. 그러나 한편 다른 패들의 노력과 행복의 탐구는 그들의 의견 그들의 이상과 의무 그들의 생활과 행복 등을 군중들의 그것과 밀착시키는 데 사용되고 있었다. ‘표지’를 가진 사람들은 새로운 것과 개별적인 것, 미래를 향하는 자연의 의지 등을 구현시키고 있는 데에 비해, ‘표지’가 없는 사람들은 현상 유지의 의지 속에 살고 있었던거다.”
-<데미안>, 헤르만 헤세
“최근 붉어진 회사 내부의 사정으로 인해서 뉴진스의 가족 같던 ‘민희진’ 대표 이사가 해임됐고, 그룹 뉴진스는 이를 토대로 민희진 대표를 복귀하지 않으면, 소속사와의 전속 계약을 해지하고, 그룹을 해체하겠단 일방적인 통보를 내새운 겁니다.”
-24/11/28 연예부 전체 헤드라인 기사
표지를 가진 우리가 세상 사람들의 눈에 보이는 것은 무엇일까. 무엇에도 비할 수 없는 야성. 그것을 불태울 의지. 휘발유와 라이터가 만난 존재가 바로 표지를 가진 이들이다. 기름과 라이터. 이 둘은 서로 붙여놓기가 엄격히 금지된다. 주유소에서 라이터를 써야 하는 흡연은 엄격히 금지되며, 작은 불꽃조차도 허용되지 않는다. 휘발유와 라이터. 그것이 표지를 가진 자들이다. 하지만 우리는 그렇게 될 수 없다. 휘발유와 라이터. 그것은 너무나도 위험한 것이다. 우리는 그렇게 타오를 용기가 없다. 최근 붉어진 회사 내부의 사정으로 가족같던 대표가 해임된다고 해서 거대한 회사를 탈출해 광야로 나온다는 선택은 쉽게 할 수 없는 선택이다. 그것은 야성이다. 오로지 자신이 할 수 있다는 것을 믿어야만 할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그 야성을 두려워 해 뉴진스에게도 지성 없는 비난을 던진다. 표지를 가지고 야성을 가지며, 현상유지를 벗어난다는 것은 비난이 뒤따른다. 너무 위험한 존재로 보이니까 말이다.
니체는 이에 관해 자신만이 자신을 망가뜨릴 수 있으며, 능력의 기준 역시 개인이 정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니체는 몰락의 경험을 중요시한다. 니체의 주장은 간단하다. 몰락했다는 것은 다시 일어날 수 있는 힘. 파괴가 아닌 이상. 언제든 다시 일어날 수 있다. 이를 구체적으로 설명해보자면, 롤계의 GOAT 대상혁 페이커가 월즈 결승에서 패배했다. 하지만 이는 파괴가 아니다. 다시 일어서서 내년에 도전하면 된다. 이 패배는 오히려 그 성공을 위한 값진 것이며 한계점을 넘으면서 또다른 높은 곳으로 올라갈 기회다. 하지만 그렇게 패배한 후, 돌아가는 길 교통사고를 당해서 다시는 게임을 할 수 없게 된다면 그것은 파멸이다. 니체는, 파멸하지 않았다면 언제나 몰락을 성공의 발판으로 삼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마치 손흥민이 안와골절 부상을 당해도 마스크를 쓴 체 뛰며 폼을 유지시켰고 그 결과 에이징커브를 막고 있는 것처럼 말이다. 페이커도 그렇다. 월즈 패배라는 몰락을 딛고서 롤계의 명실상부한 GOAT로 올라섰다. 이처럼 몰락이라는 것은 니체 철학에서 매우 중요한 요소이며, 표지를 가지기 위해서는 반드시 거쳐야 한다.
하지만 이렇게 몰락의 중요성을 알고 표지를 가지기 위해서는 몰락이라는 고통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아도 우리는 몰락을 원하지 않는다. 그것은 고통스러우니까 말이다. 우리는 모두 타오를 연료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그 연료를 쓰지 않으면 휘발유에도 사용기간이 있듯이 점차 폐연료가 되고, 쓸모없어진다. 우리가 두려워하는 표지를 가진 자들, 우리가 지성 없이 비난하는 표지를 가진 자들 역시 언제는 우리보다 낮아보이는 몰락의 시기가 있었다. 그러나 그들은 지금 우리의 비난을 영광의 방패로 삼고 있는 자리에 올라섰다. 그것은 용수철 같은 몰락이 있었기 때문이다. 용수철은 한번 눌러지면 그 반동으로 더 높이 튀어나갈 힘을 준다. 그것이 니체의 몰락이었고 우리가 현상유지에 빠져있으면 안되는 이유다. 이것에 대해 사회가 해결해 줄 수 있는 것은 없다. 그저 우리에게 미움받을 용기가 필요할 뿐. 미움받을 용기를 가지고 있는 자는 언젠가는 성공한다. 미움받을 용기. 손흥민은 그 미움받을 용기를 가지며 득점왕을 한 다음 시즌 안와골절이라는 끔직한 부상, 부진을 딛고 일어섰으며 페이커도 월즈 결승 패배 이후 오열하며 시상대에서 내려왔지만, 화려하게 롤의 GOAT란 자리로 돌아갔다. 뉴진스 역시 그럴 것이다. 지금 소속사에서 내던져진다는 것은 광야에 버려진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 버려지면서 받은 내려가는 힘이 축적되 결국 다시 튀어오를 것이다. 그것이 표지다. 우리는 그것이 필요하다. 미움받을 용기. 몰락을 견딜 용기. 그것만 있으면, 우리의 연료는 오래되고 상태 나쁜 가짜 휘발유가 아니라 고옥탄가 고급 휘발유가 될 것이고 라이터는 고장난 일회용 라이터가 아니라 듀퐁 라이터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