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영
파리 협정은 2015년 11월 30일부터 12월 11일까지 파리에서 열린 제21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에서 195개국이 12월 12일 채택한 협정이다.파리협정은 교토의정서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하여 2020년 교토의정서가 만료된 후, 2021년 1월부터 적용되는 교토의정서를 대체할 새로운 기후변화협정으로서 2015.12.12 파리에서 열린 21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1) 본회의에서 195개의 당사국이 참여해 채택된 협약이다. 파리협정은 종료 시점이 없는 협약으로써 지구의 평균 온도가 산업화 이전에 비해 2도 이상 상승하지 않도록 하고 최종적으로 모든 국가들이 이산화탄소 순 배출량 0을 목표로 하여 자체적으로 온실가스 배출 목표를 정하고 실천하자는 협약이다.기존 교토의정서가 주로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는 데 집중했다면, 파리협정은 감축뿐만 아니라 적응과 재원, 기술이전, 역량배양. 투명성 등 다양한 분야에서 관심을 기울였다. 교토의정서는 1차 공약기간 동안 감축 의무를 부담하는 국가가 40개 정도였으나 파리협약은 195개국으로 확대하면서 교토의정서가 가지고 있었던 한계를 보완했으며 선진국은 온실가스 배출량의 절대량을 감축하고, 개발도상국은 경제 전반에 걸친 감축 방식을 사용하도록 권장하는 등 국가의 책임 수준에 따라 감축 의무를 배당하였다. 단순히 교토의정서에서 발의된 것처럼 온실가스를 줄이는 것을 넘어서, 파리협약은 온실가스 배출국이 흡수량을 동일하게 해 ‘탄소 제로’를 목표로 삼는다. 이는 전세계 국가들이 맺은 협약이며 선진국들 뿐 아니라 후진국들 역시 조약에 비준하며, 급속도로 이루어지고 있는 지구온난화를 막는데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2017년, 도널드 트럼프 당시 미국 대통령은 파리협정 탈퇴를 공식적으로 선언했다. 트럼프는 대통령 선거 당시, 후보자 신분으로 여러 공약들을 제시했다. 그 공약들에는 당시 세계의 스탠스인 ‘환경보호’에 반대되는 것들이 많았다. 우선 그의 공략은, 북부 오대호 지역을 노린 공략이 많았다. 북부 오대호 지역, 미시간 지역은 공화당의 텃밭이었지만, 미국 내의 여러 환경규제로 기업들이 철수하면서 경제 위기를 겪고 있었기 때문에 환경보호든 뭐든, 당장 그 지역의 경제를 살릴 수 있는 것이 중요했다. 오대호 지역의 대도시들인 피츠버그, 디트로이트, 클리블랜드는 과거 산업도시로, 미국 산업의 전성기를 함께한 도시였지만 여러 환경규제로 기업들이 철수하게 되며 몰락했다. 트럼프는 그들을 노리고, “미국에서 화석연료인 석탄 사용을 늘려서, 석탄 산업이 주요 수입원인 이 도시의 경제를 살리겠다” 와 같은 공략을 몰락한 오대호 지역에 뿌리고, 미국 전역에 침체를 맞이한 석탄 산업 및 종사자 블루칼라들에게 알리며 표를 얻었다. 그리고 트럼프는 실제로 그 공략을 지켜, 화석연료의 사용을 줄이고 탄소배출을 저감하자는 파리 협약을 탈퇴했다. 세계 최고 경제대국인 미국이 협약을 탈퇴하고, 러시아는 환경문제에 대해서 부정적으로 바라보면서 온실가스 방지를 막기 위한 파리협약은, 결국 흐지부지 된 체 10년이 흘렀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는 동안, 이러한 기후 위기에 피해자들이 생겼다. 바로 기후 난민이다. 북아메리카의 나라인 파나마 본토에서 약 1.2km 떨어진 카리브 해의 작은 섬, 가르디 수그두브, 주민들 언어로 '게의 섬'이라는 이 곳에서 300가구 1300여 명의 구나 족 사람들은 바다에서 랍스터 낚시를 하거나 본토 맹그로브 숲의 목재를 팔며 살아왔다. 일부 관광 수입도 있었다. 그러나 해수면 상승으로 섬의 대부분이 물에 잠기면서 삶의 터전을 육지로 옮기게 됐다. 파나마 정부는 이들을 라틴아메리카 첫 '기후난민'이라고 규정했다. 단순히 기후로 인해서 피해를 보는 건, 해수면 상승으로 인해 고통받는 일부 뿐만이 아니다. 인도네시아에서는 대통령이 수도이전을 외신에게 알렸다. 기존 수도 자카르타는 해수면 상승과 지반 침하로 인해서 더 이상 수도의 역할을 취하기에는 위험하기에, 보르네오 섬의 신도시로 수도를 이전한다는 것이 계획이었다. 이러한 인도네시아에서의 수도 이전 역시, 새로운 도시 개발 및 기존의 수도 과밀집 해결이 아니라, 환경문제에 따른 비자발적 수도 이전이었기에 역시 ‘기후난민’ 및 기후위기의 피해자로 분류된다. 인도네시아와 파나마 모두 과거 식민지였던 국가로, 산업혁명과는 거리가 먼 국가였고 산업 역시 발달하지 않았다. 이들이 수도 이전 및 삶의 터전 상실과 같은 문제는 그들 스스로의 책임이 아니라, 다른 곳에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 책임은 누가 져야 하는가? 선진국들은 역사적으로 가장 많은 온실가스를 배출한 주체로서 더 큰 책임을 져야 하는 것인가? 아니면 화석연료 기반의 경제 구조에서 혜택을 누려온 전 세계 소비자들 역시 일부 책임을 져야 하는가? 혹은, 현재 기후변화를 가속화하는 중국, 인도, 브라질 같은 새로운 경제 강국들 역시 책임 분담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가? 선진국들은 온실가스를 배출시킨 주체이지만, 강한 힘을 가지고 있다. 미국은 국제사회에서 가장 큰 입김을 가지고 있으며 비록 과거와 같은 힘은 아니지만, 영국과 프랑스 역시 마찬가지다. 현실적으로 힘을 가지고 있는 선진국들에게 책임을 물어, 배상을 요구하기는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책임의 범위를 설정하는 것만큼 책임을 어떻게 질 것인지에 대한 방식도 논란의 여지가 많다. 금전적 보상이 피해 국가들의 상실감을 메울 수 있을지에 대해서도 질문할 부분이 있다. 또 돈을 준다고 해서 지도에서 사라지는 그들의 나라와 삶의 터전을 대체할 수 있을까? 그렇다고 해서 피해를 본 사람들이 새로운 터전을 찾아 떠날 수 있도록 지원한다면, 이것은 또 다른 사회적 갈등과 불평등을 일으키지는 않을지 고민해야 한다. 결국 환경문제에 있어서, 누구에게 책임을 물릴지는 모순이다. 소비자들에게 책임을 물릴 수도 없다. 소비자는 경제학적으로 바라보면 합리적인 주체다. 그것이 단순히 싸거나, 비싸거나, 환경을 생각해서가 아니라 자신의 처한 상황, 기타 고려 요소들을 모두 생각한 뒤 상품을 소비하는 존재다. 그렇게 개인의 이익에 맞춰서 소비를 했을 때 그 소비에 책임을 묻는다면, 현재 자본주의 사회시스템이 유지될 수 있을까? 신흥강국들에게 책임을 묻는다면, 그들은 이렇게 되물을 것이다. “우리도 낮긴 하지만 일종의 규제가 있는데, 규제가 없었던 시절 대규모 경제발전을 이루어 이런 환경문제를 야기한 선진국들에게는 왜 책임을 묻지 않는가?” 신흥강국들에게 책임을 묻는다면, 이는 곧 선진국들에게도 책임을 물어야한다. 결국 책임의 주체를 찾는 것은 모순이다. 그린피스 역시 환경보호를 부르짖지만, 그들이 타고다니는 선박은 많은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대형선박이다. 이런 모순의 판국에서, 누구에게 책임을 돌리는 것은 쉽지 않아보인다.
기후난민은 분명 안타까운 문제지만, 이들에게 보상할 주체를 찾기 위해 다양한 주체들에게 책임을 묻는 것은, 매우 비효율적이다. 결국 책임을 찾다보면, 모두에게 책임이 있으며 이들 모두에게 보상을 요구할 시, 서로에게 책임을 떠넘길 것이다. 결국 중요한 것은, 바로 앞으로의 오염을 막는 것이다. 지난 날의 치부에 대해 보상을 요구할 시, 모두 자기 국가 또는 내집단의 손해를 보며 정의를 추구하는 이들은 별로 없다. 하지만 앞으로의 생존과 직결된 문제라면, 러시아와 같이 특수한 이익관계가 있는 경우를 제외하면 대부분 찬성할 것이다. 기후난민 문제에 있어서 중요한 것은, 앞으로의 기후난민을 예방하는 것이다. 최근 해수면이 상승하면서, 미래에는 상하이나 인천 일부, 도쿄와 같이 세계 무역, 경제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은 도시가 위기에 처할 것이라는 연구 결과도 많다. 만약에 그러한 허브 도시들이 물에 잠기게 된다면 세계 경제는 큰 혼란에 빠질 것이고 이는 엄청난 인구의 기후난민을 부름과 동시에 사회혼란을 불러, 곧 세계 전체에 혼란을 가중시킬 것이다. 하지만 다행히도 아직은 일부 섬 지역을 제외하면, 기후난민은 거의 발생하지 않았다. 안타까운 이야기일수도 있겠지만, 우리는 지금 기후난민들의 보상주체를 논하며, 안일하게 대처할 때가 아니다. 앞으로 다가올 더 큰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것이 중요하다. 어쩌면, 우리는 기후난민들을 일종의 흑기사라고 여겨야 할지도 모르겠다. 더 큰 위기에 앞서서, 대중에게 경고의 역할을 해준 피해자, 안타깝지만 그들은 그런 존재였던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