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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의 뿌리

by 제이티

백은서




아이들이 성장하는 과정에서 부모는 무엇보다 중요한 존재다. 부모의 사랑과 가르침은 아이의 첫 발걸음을 이끌어 주고, 그들의 보호 속에서 아이는 처음으로 세상을 배우게 된다. 하지만 때때로 그 사랑은 아이의 시야를 좁히기도 한다. 부모만이 아이의 세상 전체를 정의할 수 없다는 사실을 이해하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부모는 필연적으로 한계를 지닌 존재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아이들은 부모를 떠나 친구들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내며 세상을 배우고 자아를 형성해 나간다. 요즘 많은 아이들은 크리스마스 같은 특별한 날조차 부모와 함께 보내기보다는, 친한 친구들과 카페에서 시간을 보내거나, 이성친구와 데이트를 즐기곤 한다. 내 삶을 돌아보면, 부모님과 함께하는 시간도 중요했지만, 친구들과의 관계 속에서 나는 더 많은 것을 배우고 세상과 연결될 수 있었다. 그때의 경험은 부모님의 사랑만큼이나 나에게 중요한 시간이었고, 결국 나는 그때의 관계에서 더 큰 가치를 느꼈다.


생텍쥐페리의 어린왕자에서 어린 왕자는 여러 행성을 여행하며 다양한 인물들을 만난다. 술 취한 사람, 왕, 지리학자, 양치기 등은 각기 다른 방식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있었으며, 그들은 왕자에게 세상에 대한 깊은 통찰을 전했다. 지리학자는 직접 보고 경험하는 대신 기록에 의존하여 세상을 이해하려 했고, 술 취한 사람은 자신의 고통에 갇혀 다른 사람들의 고통을 보지 못했다. 어린 왕자는 이런 만남을 통해 세상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얻고, 자아를 돌아보게 되었다. 부모와의 관계 외에도, 다양한 존재들과의 만남을 통해 왕자는 진정한 의미를 깨닫고 성장할 수 있었다.


같은 관점에서 보면 공동육아에서도 유사하게 적용될 수 있다. 부모는 아이에게 중요한 존재지만 그 외에도 다양한 사람들의 영향은 아이가 세상을 배우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때때로 부모님의 지나친 관심과 지나치게 경쟁적인 분위기 속에서 아이는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을 수 있다. 이러한 스트레스는 결국 아이의 정신적인 부담으로 이어지고, 사회적인 불안감을 야기할 수 있다. 과연 이때 우리가 경쟁과 비교의 환경을 옳다고 말할 수 있을까?


학교에서 학부모 총회가 열리는 날, 학교는 아이들의 순수한 웃음소리보다는 어른들의 기세 찬 구두 소리로 가득 차게 된다. 부모님들은 트위드 자켓과 원피스를 입고, 남성들은 정장을 차려 입는다. 그 옷 속에는 부모님들의 부와 명예가 담겨 있다. 그들은 ‘우리 아이’를 돋보이게 하려고, 때로는 자기 자식만을 위한 변호를 하고, 다른 아이들과의 경쟁 속에서 자꾸만 끼어든다. 수업 시간에 자녀가 발표를 하지 않으면, 부모들은 불만을 표출하며 자기 자식을 특별히 대우해주기를 요구한다. 아이들 간의 경쟁이 자연스럽게 이루어져야 하는 것인데도, 현실은 부모들이 끼어드는 상황이 잦다. 이러한 경쟁의 사회에서는 아이가 부모의 기대와 다른 사람들의 비교에 휘둘리기 쉽다.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바로 공동육아이다. 공동육아는 아이들에게 안정적인 양육 환경을 제공할 수 있다. 부모가 누구인지 구별하지 않고, 무리 내 모든 어른들이 아이를 똑같이 사랑하며, 먹을 것과 잠자리를 나누고, 아이는 주변의 모든 사람에게 고르게 사랑을 받으며 자라게 된다. 공동육아는 아이가 정체성에 혼란을 느낄 가능성을 줄여 주고, 부모의 지나친 개입을 막아준다. 이는 아이에게 경쟁과 비교의 압박을 줄여 주는 것과 동시에 공동체 내에서의 유대감과 안정감을 제공한다.


부모 외의 다양한 어른들은 아이에게 서로 다른 경험과 가치관을 전달하고, 이는 아이가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을 확장시킬 수 있다. 어린 왕자가 여러 인물들과의 만남을 통해 세상에 대한 깊은 이해를 얻었던 것처럼, 아이도 다양한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서 자아를 확립하고 세상과 연결된다. 부모의 사랑과 보호만으로는 아이를 세상과 온전히 연결할 수 없다. 부모가 전해줄 수 없는 세상의 넓음과 복잡함은 공동육아가 채워줄 수 있다. 다양한 어른들이 아이에게 사랑과 관심을 기울이고 그들의 경험을 나누어 준다면, 그것이 아이에게 큰 자양분이 될 것이다.


물론 공동육아에도 그림자처럼 따라다니는 단점은 존재한다. 너무 많은 사람들이 아이에게 영향을 미친다면, 아이는 혼란을 느낄 수 있다. 부모와 다른 어른들의 가치관이 충돌할 경우 아이는 어느 기준을 따라야 할지 모르는 갈등을 겪을 수 있다. 또한 부모와의 깊은 정서적 유대가 약해질 우려도 있다. 다양한 사람들에게 보살핌을 받는 과정에서 부모와의 연결이 느슨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공동육아의 단점은 분명히 존재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동육아의 장점은 그 단점을 압도한다.


아이들은 여러 사람들의 사랑과 가르침 속에서 세상을 배우고, 그 과정에서 자아를 확립해 나간다. 부모의 사랑만으로는 닿을 수 없는, 더 넓고 다양한 세계를 경험할 수 있게 된다. 아이가 부모 외의 어른들로부터 배운 것은 단지 한 사람의 삶의 방식이 아니라, 서로 다른 세계관과 경험을 통해 세상을 바라보는 새로운 관점이다. 이는 어린 왕자가 여러 인물들과의 만남을 통해 깨달은 것처럼, 아이에게 큰 영향을 미친다. 다양한 존재들과의 관계 속에서 우리는 진정한 자아를 발견하고, 삶의 진리를 깨닫게 된다.


“우리는 세상을 이해하려면, 다른 이들의 눈을 통해 세상을 바라보아야 한다.” 이 말은 마르틴 하이데거의 철학적 사유에서 유래한 말이다. 하이데거는 인간이 자신의 존재를 인식하는 데 있어 타인과의 관계가 필수적이라고 주장했다. 타인과의 관계 속에서 인간은 자기 자신을 정의할 수 있고, 그 속에서 진정한 자아를 찾을 수 있다는 것이다. 공동육아는 아이가 바로 이 타인과의 관계 속에서 자기 자신을 발견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다양한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서 아이는 자아를 성찰하고,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을 넓혀갈 수 있다. 아이는 부모만의 세계에서 벗어나, 공동체 속에서 다양한 사람들의 사랑과 가르침을 받으며 성장해야 한다. 그렇게 아이는 부모와 다른 사람들, 그리고 세상과의 관계 속에서 자신의 고유한 자아를 찾고, 그 깊이를 더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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