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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이티 Nov 22. 2020

무슨 말을 해야 하지?

상대방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나도 모르게 아니면 상대방도 모르게 대화의 주제가 '사회 이슈'로 흘러가게 된다. 흔히 그날의 큰 이슈를 다룬 뉴스 기삿거리나 선정적이거나 자극적인 뉴스로 대화의 80프로를 채우게 된다. 친절하게도 언론은 그날의 말할거리와 가십거리를 매일 제공한다. 마치 오늘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정해주는 것 같다. 그러다 보니 우리는 생전 만나지도 못하는 사람을 욕하거나 걱정하면서 하루를 시작하고 마무리한다.


그러다 보면 아차 하는 생각이 든다. 분명 뉴스에서 나오는 것들은 중요한 것임에 틀림없으나 세상에서 제일 중요한 게 나 자신 내 인생인데 어느새 나의 일상과 소중한 시간을 멍하니 티브이나 네이버 기삿거리를 쳐다보고 댓글만 구경하는 '관람객'의 위치에 나를 고정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코로나 확진자가 동네에서 나오는 건 중요한 정보다. 그리고 부동산 가격이 폭등하고 전세대란에 시달리는 것 또한 중요한 정보다. 트럼프가 대선을 불복하고 삼성전자가 주식이 상한가 치는 것도 중요하다. 손흥민이 골을 넣은 것도 중요하고, 김연경 선수가 태도가 논란으로 실시간 검색어에 오른 사실도 중요하다. 중요하니까 뉴스에 나오지 않겠는가?


무대 위의 주인공들은 내가 아침에 무엇을 먹었는지 내 이웃이 지금 층간소음을 일으키는지 내가 오늘 무슨 옷을 입었는지 아무 관심이 없다.


관람객은 조명이 켜진 무대를 또렷하게 바라보지만 주인공은 관객석이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나는 그들을 좋아하지 않는다.


뉴스에서 나오는 사람들은 내 삶을 초라하게 만든다. 나도 모르게 비교하게 되고, 내가 가진 것과 없는 것에 자꾸만 신경이 쓰이게 한다. 그들이 큰 성공을 이루면 내가 초라해지고 그들이 큰 죄를 지으면 나는 그들보다 인성은 괜찮다는 묘한 정신승리를 느끼게 해 준다. 도무지 내 삶과 전혀 상관없는 듯한 또 다른 세상이 저기 저 네모난 상자 안에서 매일매일 쏟아져 나온다.


중요한 것은 그들은 나의 귓속으로 끊임없이 들어온다는 것이다. 내 의지가 무관하게 말이다.


그리고 우리의 할 말을 자연스럽게 지배한다.


누군가를 오랜만에 만날 때 할 얘기가 '이슈' 밖에 없을까?


우리의 이야기는 중요하지 않아서 뉴스에 나오지 않아서 그럴만한 가치가 없는 것인가?


우리 인생이 일기장이라면 이슈만 말하는 게 어쩌면 일기장에 날씨만 적는 거랑 같지 않을까?


안타깝다. 나는 이 사회의 정규분포에 들지 못하는 사람인가 보다.


내 이야기를 하고 싶고 상대방의 이야기를 듣고 싶다. 그것이 꼭 거창하거나 그렇게 초라하지 않아도 된다.


모두들 너무 오래 관객석에 앉아 있어서 자기 대사를 까먹었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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