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기사를 보면 온 세상을 시끄럽고 정신이 없다. 매일같이 쏟아지는 뉴스에 안 좋은 일들 코로나 확진자 수 못지않게 사건 사고와 빅 이슈들이 쏟아진다. 어머니는 말하셨다. 뉴스를 봐야지 세상 돌아가는 법을 안다고. 하지만 그놈의 뉴스는 보면 볼수록 우울하게 하거나 분노하게 한다. 나랑 일면식도 없는 사람들에게 말이다. 선정적이고 자극적인 뉴스 헤드라인 못지않게 더 눈을 질끔 감게 하는 것은 따로 있다.
바로 댓글이다. 그것도 악성 댓글
신기한 건 꼭 그런 댓글에 사람들의 추천과 좋아요가 유독 많다. 주로 정치적인 이슈나 이해관계에 따른 정책 비판도 있지만 주로 인신공격성 댓글이 주를 이룬다. 그것도 연예인이나 유명인에게 꼭 달리는 댓글 중 하나는 바로 #인성 논란이다. 동방예의지국의 유교국가답게 우리나라는 그렇게나 도덕에 민감하다. 연예인이 마스크가 내린 사진이 우연히 찍히게 되면 어김없이 프로 불편러들에게 사냥감이 되고 만다. 요즘 그런 사냥감 중 하나는 학교폭력 미투다. 유명 스포츠인부터 연예인 오디션 프로 참가자들 등등. 과거의 잘못을 반성하라는 폭로 글이 어김없이 쏟아지고, 어디까지 번질까 두렵다.
그런데 한 번 눈을 감고 생각해보자. 우리가 연예인을 좋아하는 이유가 무엇이었나? 바로 예쁘고, 잘생기고 뭐 연기를 잘하거나 노래를 잘하는 거 그런 거 아니었을까? 축구선수가 골을 많이 넣어야 훌륭한 선수 이듯이 말이다. 그런데 싫어지는 이유는 외모나 능력 이 아니라 바로 '인성'이다.
좋아하는 이유와 싫어지는 이유가 다른 이유는 무엇일까? 팬들의 배신감 때문이었을까? 아니면 예쁘면 착할 거라고 믿었기 때문일까? 잘하는 것과 선함은 일치할까? 그런데 마냥 그들이 착하기만 했다면 사람들이 좋아하기는 했을까?
더 무서운 사실은 어제까지 팬이었던 사람들도 무섭게 돌아선다는 사실이다. 연예인들이 공황장애가 유독 많거나 자살이 많은 이유를 알 것도 같다. 나에게 미소 짓고, 좋아한다는 사람들이 이제 내가 싫다니? 이것 또한 그들의 잘못일까? 심각한 범죄를 저지르거나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켜서 많은 사람에게 해로운 영향을 끼쳤다면 비판받아 마땅하다.
하지만 똑같은 범죄를 이를 모를 일반인이 지었을 때랑? 연예인이 지었을 때 사람들의 반응은 어떤가? 같은 음주음전이라도 우리는 유독 그들에게 "공인"이라는 이유로 더 처절하고 믿에 담기지 못할 욕으로 엄격한 도덕성을 요구한다. 그런데 모든 국민 법 앞에 평등하다. 따라서 연예인도 죄의 무게에 맡게 벌을 받으면 그만이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마치 그들이 추락하기를 기다린 것처럼 너나 할 것 없이 욕을 퍼부어 댄다. 마치 당신 돈을 떼먹고 달아난 사람을 잡은 것처럼 말이다.
티브이에 나오려면 외모 실력 재능에다가 '인성'을 필수로 갖추어야만 한다. 아이돌 연습생들은 이제 "도덕" 교과를 필수로 배워야만 한다. 언제부터 그렇게 우리는 인성과 도덕에 그렇게 엄격했을까?
그런데 생각해보면 욕하는 대상이 주로 "강자"라는 것이다. 그들은 힘이 있고, 돈도 있으며, 실력은 물론 외모도 출중하다. 티브이를 통해 그들의 일상을 봐야 하고 그들이 한마디 한마디를 신경을 쓰고 허점을 찾는 우리는 누구일까? 그렇다 그들에 비해 "약자"다. 그럼 약자가 강자보다 나은 게 무었을까?
그놈의 "인성"이다. 나는 적어도 재들보다 착하다는 논리!! 일종의 정신승리!!
약자는 현실 세계에서 강자를 이길 방법이 없다. 바로 이점을 종교가 파고든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권선징악"을 종교 교리로 삶는다. 지금 현실에서는 물론 힘들지만 착하게 살아야지만 천국에 가기 때문에 버틸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현실의 강자들은 이미 천국을 지금 살고 있다. 니체는 이점을 지적한다.
"르상티망" =약자들의 원한 감정
강자를 깎아 내리고 약한 사람을 치켜세운다. 그들의 불행이 곧 자신의 행복일 거라는 착각! 현실세계에서 만족할 수 없는 약자들에게 도덕적인 만족을 준다.
<팬트하우스> <이태원 클라쓰>등 드라마에 나오는 부자들은 왜 다 악할까? 착한 부자는 없는 걸까? 그리고 가난한 주인공은 왜 성실하고 착할까?
또한 반대로 베스트셀러를 넘어 스테디셀러가 된 위로하는 내용의 힐링 에세이는 "멍청해도 괜찮아" "서두르지 않아도 괜찮아"라고 위로한다.
성격에서는 '원수를 사랑하라.'라는 말은 강자를 때리지 못한 것을 때리지 않은 것으로 교묘히 둔갑한다. 인내와 용서 사랑이 미덕일까? 아니면 나약함이 고귀한 사랑으로 둔갑한 것은 아닐까?
역사적으로도 우리나라는 임진왜란, 병자호란, 일제강점기까지 외적에게 당할 때도 마찬가지였다. 현실에서는 졌지만 그들은 오랑캐고 문화 수준이 열악하고 우리는 도덕적으로
우월하다는 점을 끊임없이 강조한다.
힘에서는 비록 졌지만 강자들이 갖지 못하는 순수함과 고귀한 정신이 있다는 이데올로기!
사촌이 땅 사면 배가 아픈 민족이라 남 잘 되는 꼴을 못 보는 게 아닐까라고 생각했는데, 니체는 현실을 직시하도록 뼈를 때린다.
도덕이 약한 사람들을 더 약하게 만들고 현실을 극복하기보다는 순응하게 만드는 게 아닌지 말이다.
악한 사람이 나쁜 짓을 했다면 비난을 받는 것이 당연할 수 있다. 하지만 진짜 문제는 유명인을 욕하는데 그치고 만다는 것이다. 사실관계나 영향력을 넘어서 죄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보다는 하나를 보면 열을 안다는 논리로 모든 것을 깍아내린다. 그러면서 나를 위로하고 자위하는 게 진짜 내가 행복해지는 길일까?
내가 행복하라면 남의 불행 따위는 필요 없다. 그리고 강자들의 화려한 차와 넓은 아파트가 부럽다면, 그들의 노력을 무조건 폄하할 것이 아니라, 지금 당장 뭐라도 해야 할 것이다. 세상이 공평하고 평등할 수는 없지만, 마냥 욕을 해댄다고 세상은 달라지지 않는다. 여전히 그들은 현실에서 강자니까 말이다. 부자들이 부조리한 방법으로 부를 축적하고, 유명인이 말도 안 되는 인성으로 갑질을 했을 때 분노를 해야 하고, 또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노력도 필요하다. 정치인을 욕하지만 정작 투표도 하지 않고 놀러 가는 사람들이 많지 않은가? 회사나 조직의 불만을 오로지 술자리 안주로만 삶아서는 세상이 달라지지는 않는다.
니체는 말한다. 목숨을 걸고 인정투쟁에서 승리한 자들만 주인으로 살 수 있다고. 뒤에서 욕만 하면 영원히 노예로 살아간다고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