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한 권, 500권을 읽다.
어떤 날은 하루가 너무 바쁘고 힘들어서 그냥 침대에 쓰러져 자고 싶은 날도 있었고,
어떤 날은 반가운 사람들과 소주 한잔 기울이다 보니 그냥 넘어간 날도 있었고,
어떤 날은 집안일이다, 뭐다, 늦은 밤까지 해야 할 일들이 많은 날도 있었기에,
하루 한 권이라는 나 자신의 목표는 너무도 어렵게만 느껴졌었다.
하지만,
어떤 날은 새벽 일찍 일어나서 한 시간 만에 한 권을 읽은 날도 있었고,
어떤 날은 밤늦게까지 왜 그렇게 말똥말똥한 지 책을 다 읽지 않으면 잠을 못 잘 것 같은 날도 있었고,
어떤 날은 온전히 혼자만의 하루 여가가 생겨서 하루에 다섯 권도 읽었던 날도 있었기에,
하루 한 권이라는 나 자신의 목표에 다가설 수 있었다.
물론 지극히 개인적이고 이기적인 목표. 하루 한 권 읽고 후기 작성이라는 것이 내 인생 앞날에 있어 언제까지 가능할지는 알 수 없다. 그리고 어쩌면 하루에 한 권이라는 숫자에 나도 모르게 집착하게 되어서 정작 책 읽는 즐거움 자체보다는 정해진 시간 내에 읽고 말아야 한다는 일종의 강박관념이 생길 수도 있다. 또한, 나의 직업, 가족 관계,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 그리고 독서라는 여러 요소에 있어서 무엇하나 소홀히 할 수 없어서 이도 저도 아닌, 흔들리는 삶이 될 가능성도 있다.
그런데도 나는 단순히 '취미 생활'로서의 독서가 아닌 평생을 살아가는 데 있어서 필수 불가결한 절대적 존재로서의 독서, '생존 독서'를 하고 싶다. 그것이 책만이 줄 수 있는 즐거움이자, 책만이 줄 수 있는 행복함이기 때문이다.
책은 나에게 어떤 존재인가?
인생의 깨우침을 주는 선생님이다.
평생을 함께하는 친구다.
눈 떴을 때나 눈 감았을 때나 함께 하는 가족이다.
내게 절대 믿음과 같은 일종의 종교다.
급할 때, 힘들 때, 어려울 때, 아플 때 세상 모든 답을 줄 수 있는 절대 만능이다.
내 블로그에 한 권 한 권 후기가 쌓여갈 때마다 내 인격이 한층 한층 올라가는 느낌을 느끼게 된다. 그 기쁨은 인생에 있어서 아주 작은 것이지만 나 스스로 책을 읽고 나서 나에 대한 성찰, 인생의 방향에 대한 미세한 조정을 했다는 자부심과 같은 것이다. 그 기분을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까? 영화 <벤허>를 만든 영화감독 윌리엄 와일러는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오 신이시여, 과연 이게 제가 만든 작품입니까?"라고 외쳤다고 한다. 어쩌면 먼 훗날 내 후기를 통해서 무언가 작품(과장해서 말해서 책이든 영화든)이 된다면 나 또한 그런 말을 하게 되지 않을까?
시작이 반이라고 어느새 1년 하고 5개월 동안 500권을 읽었다. 그리고 그에 대한 내 나름의 감상을 글로써 남겼다. 나머지 500권은 어쩌면 지금보다 훨씬 더 이른 시간 안에 그리고 훨씬 더 완성도 높은 후기가 될 것이다. 그렇게 되기를 바라고 또한 그렇게 될 것을 믿는다.
'시작이 반이면 반은 곧 끝이 아닐까?'
501권째 책을 바라보면서 나도 모르게 입가에 미소를 지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