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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독서천재 정태유 Jan 03. 2020

책에는 저마다의 속도가 있다.

빠른 책과 느린 책, 그리고 내가 읽는 책

  '인생은 한 권의 책과 같다어리석은 사람은 대충 책장을 넘기지만현명한 사람은 공들여서 읽는다왜냐하면 그들은 단 한 번밖에 그것을 읽지 못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 장 파울
 
   ‘오늘은 책 한 권을 다 읽어야지!’

   어느 날 퇴근길에 이렇게 다짐해 본다. 그리고 집에 도착하자마자 책 한 권을 들고 책상 앞에 앉는다. 첫 페이지에서부터 집중하고자 애쓰면서 읽기 시작한다. 어느 정도 읽었을까? 생각과는 달리 페이지는 그다지 넘기지 못한다. 게다가 읽었다고 하는 책의 내용은 하나도 생각나지 않는다. 그리고 그다음 날. 어제 읽던 책이 못내 아쉬워 책을 다시 손에 잡았다. 이번엔 또 웬일인지 책이 술술 읽힌다. 책 내용도 머릿속으로 쉽게 정리가 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고 시계를 보니 한 시간도 채 되지 않았다. 똑같은 책인데 어떨 때는 한 페이지도 넘기기 어렵더니만 왜 어떨 때는 막힌 적 한번 없이 술술 읽히게 되는 걸까? 지금까지 나름 많은 책을 읽어오면서 깨달은 사실이 한 가지 있다. 그 비밀은 '책이라고 하는 것에는 저마다 그 책을 읽는 속도가 정해져 있다'라는 것이다.

     어떤 책은 30분 만에 읽어야만 그 내용이 속속들이 머릿속에 들어오게 되어 있고, 또 어떤 책은 반드시 두 번에서 세 번 정도 나눠서 읽어야 한다. 또 어떤 책은 2시간이라는 시간을 미리 정해놓고 읽어야 하며 반드시 한 번에 다 읽어야 한다. 지금의 나로서는 매우 쉬운 일이다. 나는 여태껏 책을 읽어오면서 나름의 방법으로 단련이 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책 읽기 초보의 경우에는 어떨까? 책 한 권을 읽는다고 한다면 얼마만큼의 시간이 걸릴까? 일주일? 아니면 이주일? 너무 오래 걸리는 건가? 그렇다면 하루? 한 시간? 실제로 보통, 평범한 사람들이라고 한다면 보통 일주일 정도라고 말할 수 있다. 그리고 집중하고 몰입해서 빠르게 읽는 사람들이라고 한다면 2시간 정도면 책 한 권을 읽을 수 있다. (초능력 같은 속독법으로 읽는 사람은 제외하고 말이다) 그렇다면 책 한 권을 읽는 데 있어 적당한 시간은 어느 정도라고 말할 수 있을까? 이 질문에 대한 답변으로 나는 '책의 종류'와 '책을 읽는 목적' 이렇게 두 가지에 관해서 말하고자 한다.     


   첫째책의 종류다.

  '지금 읽고 있는 책의 장르는 무엇입니까?'

   소설? 시? 에세이? 아니면 자기 계발 서적?

   그 어떤 책이든 대부분의 사람이 기존의 자신만의 속도로 읽게 마련이다. 자신은 아니라고 부인하더라도 책 읽기가 어느 정도 숙달된 사람들이 아니라면 실제로 어떤 장르라고 하더라도 비슷한 속도로 책을 읽는다. 자기 자신은 거의 인식하지 못한 채로 말이다. 사실 책의 장르와 속도는 중요한 상관관계를 갖는다. 말 그대로 어떤 책은 속독으로 읽어야 하는 게 훨씬 효율적인 책이 있고, 또 어떤 책은 정독으로 읽어야만 하는 책이 있다. 더 나아가 어떤 책은 지독하리만큼 지독(遲讀 : 느리게 읽기)해야 하는 책도 있다.

  가장 쉬운 예로 잡지를 들 수 있다. 일반적으로 잡지라고 하면 말 그대로 雜誌(magazine)이기 때문에 심혈을 기울이거나 할 필요가 전혀 없이 심심할 때나 시간을 때울 때, 심심풀이용으로 읽는 경우가 많다. 은행이나 미장원 등에서 잡지를 보고 있는 사람의 모습을 상상해 보라. 기다림에 지쳐서 손끝에 침을 묻혀가며 사진 위주로 잡지를 보고 있는 모습을. 이럴 때 우리는 잡지를 읽는다고 하기보다는 잡지를 본다고 말하는 경우가 많다. 그만큼 대충 스쳐 지나가면서 읽는다는 뜻이다.

  물론 반대의 경우도 있다. 온전히 내 돈을 주고 시집(詩集)을 사서 본다고 생각해 보자. 시(詩)라고 하는 것은 꽤 과학적인 문학이다. '시'란 나름의 운율과 함축적인 의미를 포함한 매우 짧은 글이다. 우리가 보통 이런 시를 읽을 때는 눈으로 한 번 훑어보듯이 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단 몇 글자일지라도 한 줄에서 다음 줄로 넘어가게 될 때는 왠지 아쉬움이 남아서 함부로 넘겨서 읽지 못하곤 한다. 마치 글을 읽는 것이 아깝다는 것처럼 그렇게 천천히 천천히 글자가 뜻하는 장면을 애써 머릿속으로 떠올리면서 읽게 되는 것이다.

  자기 계발 서적의 경우는 어떨까? 직업적인 연관성 때문이라든가, 경제/비즈니스 서적의 경우 그 당시의 트렌드를 반영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래서 비슷한 시기에 출간된 책들의 경우 생각보다 비슷한 내용을 담고 있는 경우가 많다. 이럴 경우, 한두 권 읽다 보면 매우 비슷한 내용임을 알 수 있다. 그래서 나는 이들 서적을 읽을 때면 첫 부분과 끝부분은 상당한 비중을 두고 읽지만, 중간 부분의 경우 발췌독(拔萃讀 : 책에서 필요한 부분만 발췌해서 읽는 독서법)을 하는 경우가 많다.

  이처럼 각 책에 대해서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각 책을 읽는 (특히나 속도와 관련된) 독서법이 있다. 앞으로 책을 더 많이 그리고 더 제대로 읽고 싶다면, 책을 읽기 전에 내 손에 쥐고 있는 책을 얼마만큼의 시간을 들여서 읽을 것인지 미리 생각해 봐야 할 필요가 있다. 지금 내 앞에 있는 이 책을 30분 만에 읽을 것인지, 한 시간 만에 읽을 것인지, 아니면 두 시간 그 이상의 시간을 들여서 읽을 것인지 말이다.



 

   둘째책을 읽는 목적이다.

   '당신은 왜 책을 읽는가?'

   이런 근본적인 질문에 대해 대부분 사람은, 책을 통해 지식을 습득하고, 자기 계발을 하고, 나 자신의 감정에 도움을 얻고자 하는 등의 답변을 하게 된다. 우리가 책을 읽는 목적이 단지 그 책을 읽었다는 행위를 위해서였다고 한다면 무조건 빨리 읽는 것이 목적이다. 그렇지만 앞에서 말한 이유로 책을 읽는다면 마냥 책을 빨리 읽는다고 한다면 책을 읽는 행위 자체에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

   어렸을 적 글자를 처음 배웠을 때를 생각해 보자. 부모님이 한 글자 한 글자 정성스럽게 가르쳐 주지 않았었는가 말이다. 어렴풋한 기억이기는 하지만 우리는 대부분 그렇게 글자를 배웠다. 그리고 한 글자 한 글자 큰소리로 외치듯 글자를 읽었다. 그리고 학교에서든 가정에서든 학생 시절에는 많은 사람이 부모님이든 선생님이든 시켜서이기는 했지만, 일어서서 두 팔을 앞으로 벌려 책을 들고 한 글자 한 글자, 한 줄 한 줄 또박또박 큰소리로 글자를 읽음으로써 책의 세계에 들어왔었다. 그러던 것이 우리나라 특유의 입시문화 때문인지, 아무리 훌륭한 작품일지라도 시험문제에 나오지 않는 책은 외면하게 되고, 시험문제에 자주 등장하는 책만을 읽게 된 것이다. 그리고 그런 책과 그 책에 나오는 문장만을 번갯불에 콩 구워 먹듯이 단 몇 초 만에 휘리릭 하고 읽고 그것이 의미하는 바를 생각하게 되는 기계적 책 읽기에 길들어 왔다. 그것이 국어든, 영어든, 외국어든 똑같다. 수험생에게 있어서 독서란 단지 시험문제를 풀기 위해서 읽어야만 하는 필독서가 되어버린 것이다. 그런 과정을 거치고 난 후의 모습은 어떨까? 학교를 졸업한 뒤 오랜 시간이 흘렀음에도 무의식적으로 빠르게 빠르게 읽어야 한다는 강박관념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급속한 속도의 세계에서는 시(時) 단위, 분(分) 단위는 경쟁 사회에 뒤처짐을 뜻하는 것이고 이제는 초(秒) 단위로 따져야 하는 시대가 되었다. 사실 수많은 책에서 속독법에 대해서 언급하고 있고, 5분에 한 권을 읽는다고 선전하는 책들도 있다. 5분 만에 책 한 권을 읽는다. 마치 초인과도 같은 능력이 아닐 수 없다. 유치원에서부터 고등학생까지 자녀를 둔 부모의 입장이라고 한다면 무엇보다도 이 방법에 가장 귀 기울일 수밖에 없을 것 같다. 나 역시 내 자녀에게 가르치고 싶은 충동을 느낄 정도니까 말이다.
 

  진정으로 마음을 다해 책을 읽고자 한다면 '지금 내가 책을 읽고 있는 이유'에 대해서 생각해 보기 바란다. 소설이나 잡지처럼 책을 읽는 그 자체가 즐거움이자 목적인 경우라면 충분히 즐길 생각을 하고 책을 읽을 줄 알아야 한다. 어려운 설명이나 사전 지식도 필요 없다. 단지 책을 읽는 그 순간. 시공(時空)을 초월한 듯 책과 나 자신이 하나가 된 듯한 '몰입의 즐거움'을 누리면 된다. 나 자신의 미래를 생각하면서 업무와 관련된 책을 읽는다고 한다면 한 글자 한 글자, 그 글자의 뼈까지 씹어먹는다는 생각으로 책을 대해야 한다. 이럴 때 책을 읽는 목적은 책 자체가 곧 나 인생이기 때문이다. 책을 통해서 지금 나 자신을 내가 원하는 더 나은 미래의 모습으로 나를 이끌어 갈 것을 믿으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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