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독서천재 정태유 Jan 20. 2020

오늘이 내 남은 생의 가장 젊은 날이다.

'나이, 마흔, 시간관리'를 읽다.

  '일정 나이가 지나면 독서는 창의적인 추구로부터 마음을 너무 멀어지게 만든다. 너무 많이 읽고 자신의 뇌를 너무 적게 쓰는 사람은 누구나 게으른 사고 습관에 빠진다.'
  - 알버트 아인슈타인


  하루하루 바쁜 생활 속에서 순간적으로 거울에 비친 나 자신을 돌아보았을 때, 십 년 이상이 순식간에 지나가 버린 것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세월의 속도가 말 그대로 자신의 나잇대에 맞게끔 흐른다는 말이 있듯이 그렇게 빨리 감긴 태엽이 순식간에 풀려 버린 것이다. 십 대 때는 시속 10킬로미터의 속도였던 것이, 20대에 시속 20킬로미터로 속도를 올리기 시작하더니, 어느덧 삼십 대를 지나 사십 대에 이르니 시속 40킬로미터를 넘게끔 속도를 올리고 있는 것이다.

  마흔이란 단어는 참, 여러 가지 느낌을 준다. 벌써 늙어버렸다는 느낌도 있으면서도 한편으로는 아직 인생 후반이라고 하기에는 멀었다는 느낌, 삶의 중간에 와 있는 푸근한 느낌도 든다. 청년기의 피 끓는 청춘은 이미 지났지만 아직은 기력이 남아있고, 충분한 삶의 경험도 겪었기에 쉽게 감정에 얽매이지도 않는다. 아직도 마음속에는 청년기의 꿈을 간직하고 있으면서 '나도 언젠가는!' 하면서 속으로 다짐하는 나이다. '이거 왜 이래? 나도 왕년에는….'이라고 설명하기에는 아직 서글픈 나이다. 무엇이든 할 수 있을 것 같으면서도 쉽사리 즉각적인 판단을 하기에는 어려운 나이. 그것이 마흔이다. 굳이 강조해서 말하자면 서른에서 마흔으로 넘어가는 고개와 같은 느낌 때문인지 이때부터 읽는 책이 더욱 소중하게 느껴지고 책에 쓰여 있는 한 마디, 한 줄이 곧 내 삶에 커다란 영향력을 준다는 믿음을 갖게 되었다. 마흔이라고 하는 일종의 상징적인 숫자가 주는 이미지 때문일까? 마흔을 넘어가는 순간에 나 자신의 삶에 대해서 깊이 있게 생각해 볼 수 있었다.     


  ‘나는 누구인가?’

  ‘나는 지금 올바르게 살아가고 있는 것인가?’

  ‘이것이 내가 진정으로 바라던 삶인가?’     


  마흔이라는 단어에는 꿈과 현실이라는 중간이라는 의미도 포함되어 있다. 무엇이든 마음먹은 대로 할 수 있고 모든 것을 포기하고 훌쩍 떠날 수 있는 게 청년이자 꿈이라고 한다면, 지금까지의 내 발자취와 가족이라는 울타리, 하루가 다르게 변해가는 몸 상태는 지금의 현실을 깨닫게 만든다. 그렇다면 이 꿈과 현실을 잇는 것은 없을까? 내가 생각하기에 그 정답은 바로 '책'이다. 지나온 내 삶의 발자취를 이야기할 수 있는 것도 '책'이며, 앞으로 남아있는 삶에 대한 '꿈'도 말할 수 있는 것이 '책'이다. 책은 과거와 미래를 잇는 현재에 있는 존재이며, 과거에 살았던 사람들과 미래를 살아갈 사람을 연결해 주는 역할을 하는 것도 책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나이와는 상관없이 평생 책을 읽어야만 하는 것이기도 하다.

   서점에 가서 나이와 관련된 책을 찾아보면 의외로 꽤 많은 종류의 책이 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10대에서부터 20대, 30대, 그리고 40대까지…. 내 나이 마흔을 넘어서인지 아니면 많은 사람이 마흔이 되어서야 비로소 책에 관심이 유독 많아지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마흔’과 관련된 책은 의외로 더욱 두드러지게 많다. 아마도 자기 자신의 현실의 문제점을 되돌아보고 자기 자신의 모습을 반성하고 싶어서 하기 때문일 것이리라. 마치 인생이라는 경기에서 딱 중간, 전반전을 마치고 후반전을 준비하는 것처럼 무언가 계기가 될 수 없을까 하는 생각에서 일종의 터닝 포인트라는 관점으로 바라보았기 때문이다. 결국, 마흔이란 나이는 인생에 있어서 허리와 같다. 중간이다. 머리에서 시작해서 발끝에 이르기까지의 딱 중간이다. 이 중간지점을 어떻게 보내느냐에 따라서 삶의 방향은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갈 수 있다. 인생의 매 순간이 중요한 순간이지만 마흔은 더더욱 중요하게 와 닿는다. 미국의 아버지라고 일컬어지는 벤자민 프랭클린은 “20대는 의지, 30대는 기지, 40대에는 판단이 지배한다.”라는 명언을 남겼다. 나에게는 이 말이, 어떻게 보든 각 나이에 맞는, 그 나이에 읽지 않으면 안 되는 책이 있다는 말로 들렸다. 결국, 나는 마흔이란 나이가 되어서야 비로소 책을 통해서 이전까지 내가 몰랐던 점을 깨닫고 책에서 나아가야 할 방향을 얻고자 하는 노력을 시작할 수 있었다.

   태어나서 유년 시절과 학창 시절을 아무리 훌륭하게 보냈더라도, 그리고 20대에서 30대에 이르는 가장 정력적인 시기를 아무리 멋지게 보냈더라도 이 마흔이라는 시기에 흔들리게 되면 멋진 노후는 절대로 기대할 수 없다. 반대로 유년 시절과 청년 시절을 아무리 힘들게 보냈다고 하더라도 그 경험을 바탕으로 마흔의 시기를 꿋꿋하게 버틸 수 있다면 축복받은 장년기, 노년기의 인생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하고 싶은 것을 꿈꾸던, 철없던 시절에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던 나 자신의 모습에 분노했었고, 아직은 그 꿈의 모습만이라도 간직하고 있던 스무 살 청년의 시절에는 무턱대고 뛰어들 수 있는 젊음의 시간을 아까워했었다. 인생에 있어서 아무리 힘든 시간, 어려운 시간, 괴롭고 아픈 시간일지라도 낭비되고 버려져야만 하는 순간은 없다. 지금 이 순간을 소중히 여기고 다가오는 내일을 위해 준비하는 시간이 되어야 한다. 그것이 우리가 인생을 살아가면서 학습하고 배워나가고자 하는 삶의 목적이다. 지금 내가 이렇게 글로 적고 있는 이 시간도 언젠가 먼 훗날 되돌아보면 행복하고 보람찬 순간이어야만 한다. 그래야만 그때 지금을 생각해 보면서 소중한 내 삶의 가치를 느낄 수 있는 법이다.

  이제 마흔이라는 나잇대에 접어들고 보니 나는 지금의 내 삶의 굴레를 벗어던지고 새롭게 무엇인가를 하려고 하는 것을 두려워하고 있다. 그것이 나를 포함한 마흔을 살아가고 있는 많은 사람의 모습이 아닐까. 하루하루 정신없이 살아왔던 날들인데 되돌아보면 아무것도 남은 것이 없는 것 같고, 앞으로 남아있는 시간을 보니 지금의 현실에 먼저 걱정이 앞서는 모습이다. 그렇지만 내 과거가 결코 허황된 시간은 아니었음은 분명하다. 오히려 그 속에서 즐거움과 행복과 보람된 시간은 또 얼마나 많았던가. 그 과거의 시간이 있었기에 지금의 내가 있다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 그리고 지금의 내가 생각하고 판단하고 행동하는 것들이 곧 나의 미래가 된다는 것을 말이다.     

   결국, 생각해 보면 마흔이라는 것도 그저 숫자에 불과한 것이다. 태어나는 순간이 내 의지와 상관없는 인생 경기의 시작이라고 한다면, 나 스스로 주인공이 되어서 나에게 새로운 시작이라는 의미를 부여해 보는 건 어떨까? 인생이란 몇 년의 삶을 살았느냐를 생각하기보다는 그 시간을 어떻게 보냈느냐, 즉 삶의 과정에 어떤 의미를 부여할 것인가를 생각해 볼 줄 알아야 한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사람들이 이구동성으로 하는 말이 있다. '시간은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주어진다.' 나는 절대로 이 말에 공감하지 않는다. 오히려 부지런히 도시락 싸 들고 쫓아다니면서 '아니다'라고 역설한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현실 속에 존재하는 나의 나이가 몇 살이냐'라기보다는 내가 생각하는 '내 나이가 몇 살이냐'이다. 나이 오십 세를 넘어가자 이제는 중년을 넘어 노년을 향해 간다고 급속하게 노쇠해가는 체력에 한탄해 하면서 하루하루 빨리 늙어가는 사람이 있는 반면에, 80, 90이 되어서도 아직 남아있는 삶 속에서 해야 할 일이 너무도 많음에 기뻐하며 하루하루 오히려 더 젊어지는 것처럼 느끼며 살아가는 사람도 있다. 물컵 속에 물이 반이나 남아있느냐, 아니면 반밖에 남아 있지 않으냐의 차이는 결국 나 자신에게 달려 있다. 그 어느 쪽의 선택도 나 자신의 결정이며 그에 따른 책임도 온전히 나 자신이 지는 것이다. 내 삶에 대한 선택과 책임이 나의 것임은 너무도 당연한 것 아닐까?




   나이를 먹어감에 따라 오히려 가장 둔해지는 것은 환경 변화에 대한 인식이다. 살아온 시간이 길면 길수록 자신이 살아온 주변 환경이 곧 자신의 우주인 것이다. 세상에 적응한다는 것, 현실에 적응한다는 것, 그렇지만 시간은 우리가 인식하지 못하는 동안에도 무서운 속도로 지나가고 있다는 것. 알고 보면 이 점이 가장 무서운 점이 아니던가. 내가 아무리 현재의 환경에 만족하고 이대로 머무르고 싶다고 하더라도 세상은 시간이 멈춘 것처럼 존재할 수 없다. 세상의 속도를 조금이라도 먼저 앞서가려고 하거나, 최소한 그 속도만큼이라도 따라가고자 하는 것, 우리가 끊임없이 계속해서 ‘변화’하고자 하는 근본 목적도 여기에 있다. 대부분 사람은 변화하고자 하는 목적의식은 어느 정도 가지고 있으나 막상‘변화’라는 단어를 접했을 때는 그 실행방법에 있어서 생각이 멈춰버리곤 한다. 이런 현상을 바로 ‘레드 퀸(붉은 여왕) 효과’로 설명할 수 있다.


  붉은 여왕 효과, '루이스 캐럴'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의 속편 거울 나라의 앨리스에 나오는 장면으로붉은 여왕의 나라에서는 주변 세계도 함께 움직이기 때문에 열심히 뛰어도 좀처럼 몸이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붉은 여왕은 앨리스에게 "제자리에 있고 싶으면 죽어라 뛰어야 한다"라고 말한다시카고 대학의 진화학자 밴 베일른은 생태계의 쫓고 쫓기는 평형 관계를 생물학의 '레드 퀸 효과'라고 불렀다

  (네이버 지식백과 中에서)     


   사실 우리의 삶이 그렇다. 대부분 사람이 아프리카 초원의 사자와 가젤의 경쟁처럼 아침에 눈만 뜨면 목숨을 걸고 달리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다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어디로 얼마의 속도로 달려야 하는가? 맹목적으로 달려서는 절대로 살아남을 수 없다.


  가장 바쁜 사람이 가장 많은 시간을 갖는다.”

  알렉산드리아 피네


   이 말이 지금의 내 생각을 가장 정확하게 대변해 주는 한 마디이다. 세상에 태어나서 지금의 삶을 살아가는 데 있어서 처한 상황, 환경은 제각각이다. 그렇지만 그 환경을 어떻게 받아들이는지, 내가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에 따라 그 사람이 노력하는 바는 다르다. 그리고 그 결과 또한 크게 다르다.

   내가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시간도 그렇고, 책을 통해서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의 시간 또한 그렇다. 똑같은 시간이라도 그게 어떤 날이냐에 따라서 행동도 다르다. 당연히 다를 수밖에 없다. 직장 동료들과 술을 마시고 있는 시간일 수도 있고, 피곤해서 일찍 잠자리에 든 시간일 수도 있다. 영화를 보거나 음악을 듣고 있을 수도 있고, 책을 읽고 있을 수도 있다. 이 모든 것이 다 머릿속의 생각에서 나온 것이고 그 생각의 결과가 나의 선택인 것이다. 결국은 시간은 내가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서 반드시 명확하게 결과를 나타내 준다.     


  시간과 관련해서 꼭 알아야 할 것은 '지금 당장' 해야 한다는 것이다. 사람들은 보통 한 해를 마감하는 시점에 지난 한 해를 반성하면서 새해 소원을 빌듯이 신년 계획을 세운다. '작심삼일(作心三日)'에 딱 어울릴 정도로 매우 거창하게 말이다. 그렇게 한 해를 마감할 시점이 되어서 성공했을 확률은 얼마나 될까? 나는 그 성공확률이 단 몇 퍼센트에 지나지 않았을 것이라고 장담해서 말할 수 있다. 그런 사람에게 이 말을 꼭 해주고 싶다. 한 해 계획을 세웠으면 반드시 기록으로 남겨두라. 비록 실패하더라도 말이다. 그렇게 한 해가 끝나갈 때 자신이 세웠던 기록을 다시 한번 살펴보고 반성하라. 그것만으로도 충분한 가치가 있다. 그리고 거기서 끝낼 게 아니라 그 계획을 그대로 새로 연도만 바꿔 써도 좋다. 좀 더 멋진 액자에 담아서 매일 눈에 보이는 곳에 두면 더더욱 좋다. 그렇게 매일 자극을 받으면서 조금씩 실천해 나가게 되는 것이다.

  두 번째로 알아야 할 것은 언제든지 시작하는 날이 '첫날'이라는 점이다. 요새 쓰이는 말로 '썸타게 된 날이 첫날'이라는 말처럼 그렇다. 새해 1월 1일이 반드시 시작일이 아니어야 한다. 생각이 난 날, 실천하기로 한 날. 그 날이 언제든 첫날이 되어야 한다. 7월도 좋고, 10월도 좋다. 15일도 좋고, 31일도 좋다. 그 어느 날이건 시작하는 날이 첫날이 되도록 계획하고 실천하자. 그렇게 시작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자신 있게 말하고 싶다.     

  나는 최근 수많은 책을 읽으면서 두 가지 커다란 깨달음을 얻게 되었다.

  첫째는무엇보다도 하루 중 책을 읽을 시간이 터무니없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1년의 시작과 함께 '100권이다 200권이다 심지어 365권이다~' 계획을 세웠다고 하자. 1년을 마무리하는 시점에 몇 권이나 읽을 수 있었을까? 물론 시작은 거창한 것이 좋다. 그렇지만 계획에 따른 결과 또한 무시할 수는 없다. 한 해를 마감하는 시점에 보았을 때는 그토록 많은 시간이 주어졌음에도 결국 내가 읽은 책의 권수를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되고 나 자신에게 책임과 함께 또 다른 한 해를 시작하는 데 있어 자만심에 대한 경계와 작년보다 더 노력할 것에 대한 일종의 선언(宣言)을 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두 번째로지금 읽고 있는 페이지가 바로 오늘이라는 생각이다. 지금 대충 읽고 페이지를 넘긴다는 것은 오늘 하루를 대충 사는 것이고 그렇게 무심코 넘겨 버린 책장은 두 번 다시 돌아오지 않을 오늘 하루라는 점이다. 이 두 가지가 책과 인생의 공통점이고 내 삶의 커다란 교훈이다.     


  나이든, 시간이든 중요한 것은 지금의 내가 몇 살인가가 아니라 지금 내가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느냐에 달려 있다. 예전의 내 모습을 되돌아보고 잘한 점, 잘못한 점을 냉정하게 따져보고, 앞으로의 내 삶, 바로 내일을 생각할 수 있어야 한다. 지금의 내가 십 년 전의 내 모습을 되돌아보고, ‘그때는 왜 그랬을까?’ 하는 일종의 후회를 했다고 한다면, 지금으로부터 십 년 후에는 지금의 내 모습을 되돌아보며 가슴 뿌듯한 자부심을 느낄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우리가 알아야 할 것은 바로 지금이 가장 중요한 순간이라는 점이다. 명심하자. 오늘이 바로 내 남은 삶 중에서 가장 젊은 날이라는 것을 말이다.

 


-------------------------------------

  내가 읽은 책, 다시 읽고 싶은 책, 권하고 싶은 책 ('나이, 시간관리'를 읽다.)


《나는 아직, 어른이 되려면 멀었다》(강세형 저, 김영사, 2010년 발행)
《40대, 진짜 공부를 시작할 것이다》(이노우에 히로유키 저, 위캔북스, 2014년 발행)

《가치 있게 나이 드는 법》(전혜성 저, 중앙북스, 2010년 발행)
《40대에 하지 않으면 안 될 50가지》(나카타니 아키히로 저, 바움, 2005년 발행)

《나는 죽을 때까지 재미있게 살고 싶다》(이근후 저, 갤리온, 2013년 발행)

《내가 알고 있는 걸 당신도 알게 된다면》(칼 필레머 저, 토네이도, 2012년 발행)



작가의 이전글 내일이 아니라 오늘, 오늘이 아니라 지금.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