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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독서천재 정태유 Nov 16. 2019

책 읽는 당신, 인생 작가를 만나라.

작가 집중독서 : A to Z

  '같은 책을 읽은 다른 사람들과 어울릴 때책 읽기의 기쁨은 두 배가 된다.'   - 캐서린 맨스필드 



  책을 읽는다. 한 권. 그리고 또 한 권. 그렇게 책을 읽는다. 어떤 책은 강렬하게 내 가슴을 파고들었지만, 또 어떤 책은 애써 몇 페이지를 더 넘겨보려 해도 도저히 손가락이 말을 듣지 않을 정도로 읽히지 않는다. 그렇게 무수히 책 읽기를 반복해왔다. 이렇게 읽은 책이 늘어나게 되면서 이와 함께 나의 '독서일기' 블로그는 어느새 천 권을 훌쩍 넘어서게 되었다. 미처 다 읽지 못한 책에, 블로그에는 올리지 못한 책까지 더하면 이보다 훨씬 더 많을 것이다.

 나의 경우 인생 독서를 시작한 초창기에는 책에 따라 '호불호(好不好)가 극명하게 나뉘는 경험을 할 수 있었다. 책에 따라서 어떤 작가의 책은 첫 페이지에서부터 꼬이기 시작한 것 같은 느낌이 들더니 끝까지 읽기가 영 힘들 때도 있고, 반면에 읽고 나니 그 느낌이 마치 입맛에 착착 감기는 젓갈처럼 한 마디로 '딱 와 닿는 느낌'의 책도 있다. 한 마디로 작가 고유의 맛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주제도 좋고, 내용도 좋고. 그러면 그 작가 또한 좋아진다. 당연한 말이지만 다음번 책을 고를 때에 그 작가의 책을 다시 고를 확률이 높다. 그가 쓴 글이 내 처지를 대변해 주는 것 같아서. 마치 내 마음속을 들여다보는 것 같아서. 내가 하는 생각, 내가 앞으로 하려고 하는 생각을 미리 알려주는 것 같아서 좋다. 이렇듯 내가 좋아하는 작가의 책을 꾸준히 읽는 것. 나는 이것을 ‘집중 독서’라고 이름 붙이고 지금까지 꾸준하게 실천해 오고 있다.

  그렇게 해당 작가의 책을 한 권, 두 권 읽는 가운데서도 여러 가지를 느낄 수 있다. 첫 책과 최근의 책을 비교해 보면 작가의 글 또한 성장해 나가는 것을 알게 된다. 작가 또한 그 세월 동안 무수한 책들을 읽었고, 무수한 경험을 하였고, 무수한 사람을 만났기 때문이다. 그 무수한 것들이 모여서 새로운 경험이 담긴 책으로 탄생하는 것이다. 그 책을 읽는 우리 또한 그만큼 성장하게 된다. 책 속 글의 변화와 함께 작가도, 그리고 독자도 상호 간에 대화하면서 성장해 나가는 것이다. 그것이 새로운 작가의 새로운 책을 읽는 것과는 다른, 기존 작가의 또 다른 책을 꾸준히 읽을 때만 맛볼 수 있는 묘미이기도 하다.  

   

  대학교 시절에 친한 후배 한 명이 있었다. 그녀(여성이다.)는 베르나르 베르베르에 완전히 빠져있었다. 아니 거의 미쳐있었다는 표현이 더 어울리는 것 같았다. (약 20년도 더 지난 지금도 그럴지는 모르겠다) 한 권 두 권 책을 읽기 시작하더니 급기야 당시까지 출간된 책은 다 읽어버렸다. 그러고 나서 나에게 물었다. “선배! 프랑스에서 신작이 출간되었는데 번역해보시지 않을래요? 한국어로 언제 출간될지 몰라서요. 아니 이참에 내가 불어를 새로 배워볼까요?” 그랬다. 내가 불어를 전공해서이기도 했고, 실제로 나에게 부탁하면 내가 해 줄 것 같다고 생각했었을 것이다. 그때의 나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 ‘어떻게 저렇게 작가 한 사람에게 미칠 수 있을까?’ 그리고 그녀는 몇 년 뒤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방한 및 저자 사인회 일정이 알려지자마자 마치 평생의 숙원사업을 기다리는 듯 달력에 하루하루 X자를 그렸던 기억이 난다.

  그로부터 약 20년이 지난 지금 내가 그 심정이다. 아니 오히려 나는 백 배, 천 배는 더 그렇다고 생각한다. 또한, 그래야 한다고 생각한다. 나에게 삶의 나아갈 방향에 대해 조언을 해 준 책 한 권이 있다는 사실. 이 얼마나 축복받을 일인가? 사실 한 권이 아니라 그 책 속의 단 한 줄이라도 그렇다.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것은 서점에 있다에서 센다 타쿠야는 이런 말을 했다.

  “10권의 책을 출판한 저자가 있다고 하자그리고 당신이 미래에 유명해져서 그 저자와 개인적으로 만날 기회가 찾아왔다고 하자이때 '선생님이 쓰신 책은 거의 다 읽었습니다.'라고 말하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또는 '선생님이 쓰신 책을 5권 이상 읽었습니다.'라고 말하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이들은 공통으로 거만한 태도로 '감사합니다.'라는 상대의 대답을 은근히 기대한다하지만 이는 좋은 기회를 놓치는 바보 같은 행동이다진심으로 만나고 싶은 저자가 있는가그렇다면 지금 당장 그날을 대비해서 그 저자가 쓴 책은 한 권도 빠짐없이 모두 읽어둬라그리고 그날이 왔을 때 '선생님이 쓰신 책 10권을 모두 읽었습니다이 말 한마디를 전하려고 오늘까지 열심히 읽었습니다. '라고 말하라아마도 저자는 감동에 푹 빠져 당신에게 매료될 것이다이것이 바로 사람과 만남을 만들어 나가는 방법이다좋아하는 저자가 쓴 책은 전부 다 읽는다팔리지 않은 책에 오히려 저자의 진짜 에너지가 담겨 있다.”



   



  그렇다. 이것이 내가 지금 이 글을 쓰는 이유이기도 하다. 나 역시 몇몇 작가를 택해서 그 작가가 쓴 책은 순서대로 모조리 읽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그 작가 중에는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닐 때도 있다. 그러면 더는 그의 책을 읽을 수 없음에 크나큰 아쉬움이 남는다. 하지만 한편으로 생각해 보면 지금까지 출간한 책을 곱씹을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고맙기도 하다. 반면에 아직도 현역 작가로서 왕성한 필력을 자랑하는 작가도 있다. 그러면 나 역시 책에 대한 체력, 즉 독서력(讀書力)을 길러야 한다. 단순히 훑어보는 정도가 아니라 그의 책을 송두리째 씹어 먹는다는 자세로 읽고 또 읽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 책뿐만 아니라 다른 책을 읽다 보면 어느새 신작이 발표될 것이다. 그러면 또다시 읽어주어야 한다. 그렇게 좋아하는 저자가 늘어나면 늘어날수록 내가 읽는 책의 깊이, 그리고 넓이는 나이만큼 커가기만 할 것이다.     

  정을병 선생님은독서와 이노베이션에서 좋아하는 작가의 책을 읽는 것에 대해서 이렇게 말씀하셨다.

  독서를 한다는 것은하는 그 순간에는 저자와 일체감이 만들어져서 저자의 사상이나학식이나감정과 하나가 되어 버린다.”     

  저자가 그 책을 한 권 쓰기 위해서 엄청난 공부를 했을 것이고, 엄청난 시간을 들였기 때문에 책에 나타난 지성이 모조리 읽는 사람에게 전달되어, 그 순간만은 저자의 수준과 비슷하게 되어버린다는 것이다. 그래서 책을 읽는 사람은 자기가 좋아하거나 존경하는 사람의 책을 모조리 찾아내어 다 읽을 필요가 있다.     


  법정 스님 / 구본형 / 칼 세이건 / 쥘 베른 / 공병호 / 최재천 / 한비야 / 다치바나 다카시 / 나폴레온 힐 / 파울로 코엘료 / 베르나르 베르베르  / 사토 도미오 / 모기 겐이치로      


  지금까지 내가‘집중 독서’라는 주제로 책을 읽고 있는 저자들이다. 내가 읽은 이 책 중에는 이미 작가가 쓴 책 모두를 다 읽은 일도 있고, 이제 막 집중 독서로서 시작한 작가의 책들도 있다. 한 명씩 한 명씩 좋아하는 작가들의 책을 읽는 동안에 어느덧 그 숫자가 이렇게 불어나고 말았다. 사실 각각 한 명씩만 들여다보더라도 쟁쟁한 수준의 작가들인 것임을 알 수 있다. 국내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도 큰 영향력을 만들어낸 책들을 쓴 작가, 한 마디로 최고의 베스트셀러 작가들이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반드시 이들 책부터 우선하여 꼭 읽어야 한다는 것은 결코 아니다. 다만 나의 경우가 그렇다는 것이고 기회가 된다면 이들 작가의 책을 꼭 읽어보라고 권해보고 싶다. 이들은 각각의 출신 국가도 다르듯 책을 쓰는 장르도 다양하고, 그들의 원래 직업이나 전문 분야 또한 매우 다양하다. 나는 이들 작가가 쓴, 깊이가 남다른 책을 읽으면서 내 사고(思考)의 힘, 의식의 크기를 무한으로 확장해 나가고 있다는 것을 강조해서 말하고 싶은 것이다.     


  일단 어느 책이든 한 권, 두 권 책을 읽어보자. 읽다 보면 그중에서 마음에 끌리는 책 한 권이 있을 것이다. 그러면 그 작가를 마음속으로 콕 집어 두자. 그리고 다음번에 또다시 기쁜 마음으로 다른 책을 만나보자. 그렇게 한 권, 두 권 작가의 책이 늘어간다는 것은, 좋아하는 저자가 쓴 책을 다 읽어보게 된다는 뜻이다.     


  당신이 가장 좋아하는 저자를 만나게 되었을 때, 

“‘선생님이 쓰신 책 모두 읽었습니다!’ 이 말 한마디를 전하려고 오늘까지 열심히 읽었습니다.”

  이런 말을 하게 될 수 있다면 얼마나 멋진 순간이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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