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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독서천재 정태유 Nov 19. 2019

책 속의 책, 그리고 또 그 책 속의 책.

꼬리에 꼬리를 무는 독서법

  '최상의 친구는 아직 내가 읽지 않은 책을 선물하는 사람이다.'   - 링컨


  책을 좋아하는 사람에게 좋은 책을 선물해 주는 사람. 책을 진심으로 좋아하는 사람에게 이보다 더 좋은 친구는 없다. 책 한 권을 통해서 인생의 전환점을 경험한 사람도 있다는데 그 책을 소개해 준 사람은 얼마나 고마운 사람일까. 바로 평생의 은인이라고 할 수도 있겠다. 그렇지만 책을 소개해 주는 것은 비단 친구나 선생님, 주변 사람과 같이 사람만 해당하는 것이 아니다. 책 그 자체도 사람만큼이나 훌륭한 역할을 해준다. 내가 책을 선택해서 읽는 방법 중에 또 하나의 멋진 방법은 책을 통한 책 소개, 즉 ‘책 속의 책’을 만나는 경우다. 

    

  여느 때처럼 나는 습관적으로 책을 읽는다. 먼저 앞표지를 보고 제목을 본다. 책의 첫 페이지를 넘기고 책날개에서 저자의 약력을 눈여겨본다. 그리고 책의 장제목과 소제목을 살펴본다. 다음으로 본 내용을 읽는다. 그렇게 책 속 세상에 빠져들어 있는 도중, 눈에 익숙한 기호가 보인다.

  '《 》(이중 꺾쇠괄호)’가 나타난 것이다. 그렇다. 이 표시가 바로 다른 책의 제목을 인용할 때 나타나는 기호이다. 책이라는 우주를 마음껏 유영하는 도중에 또 다른 우주를 만나게 되었다는 뜻이다. 나도 모르게 느껴지는 흥분을 가라앉히고 붉은색 펜으로 네모 표시를 한다. 그리고 얼른 제목을 메모한다. 나에게 있어서 이 표기는 다음에 읽어야 할 책을 미리 알려주는 일종의 ‘신호’와도 같다.

  책을 읽다가 책의 내용이 좋아서 행복해지는 순간에는 그 책의 저자가 읽고 감동했던 책, 그리고 자신의 책에도 언급했던 책 또한 좋아 보인다.

  ‘아, 저자가 얼마나 그 책에 감동했으면…….’

  ‘그 책의 내용이 얼마나 좋았으면…….’

  내가 읽고 있던 책의 저자가 나에게 또 다른 책을 추천해 준 것이다. 책은 단지 글이 쓰여 있는 종이로 만든 물질만을 뜻하는 것만이 아니다. 책에는 저자의 에너지와 정신, 의지가 담긴 에너지 덩어리이며 저자 자신의 분신이자 그 자체가 하나의 ‘인격’과 도 같다. 나에게 있어 그런 책을 소개받는다는 것은 새로운 사람을 알게 되는 것과도 같다. 좋은 사람을 알게 되었는데 그 사람을 통해서 또 새로운 좋은 사람을 알게 되는 것이다.

  이처럼 책을 읽는 도중에 우리는 책 속에는 또 다른 책을 알게 되는 기회를 만나게 된다. 실제로 꽤 유명해진 베스트셀러의 경우는 많은 책 속에서 언급되기도 하고, 또 그 책 속의 내용 또한 빈번하게 인용되기도 한다. 대형 서점이라든가 유명 온라인 서점에서 장기간 베스트셀러에 올라 있는 책 중에 그 이후에 발간된 책에서 인용되지 않은 경우는 거의 없다.     


  ‘책 속의 책’을 만날 수 있는 또 다른 방법이 있다. 많은 책이 친절하게도 앞에 말한 것처럼 자신이 인용했던 책과 내용을 해당 페이지 하단 등의 장소에 별도로 표기를 하고 있지만 그렇지 않은 때도 있다. 그럴 경우는 대부분 책의 마지막 부분에 한꺼번에 보여주는 경우다. 나는 책을 읽을 때 그 책의 마지막 페이지를 읽었다고 해서 그냥 지나치지 않는다. 될 수 있는 대로 책을 소개해 준 해당 페이지와 내용을 뒤쪽 인용 페이지와 하나씩 맞춰보면서 확인하는 것 또한 진정한 독서가로서의 책 읽는 즐거움의 하나다. 어느 책에선가 자기 자신을 영화에 미친 사람, '진짜 영화광(映畵狂)'이라고 소개했었는데 그가 말했던 장면이 가슴에 와 닿았었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진짜 영화의 끝 장면은 엔딩 크레딧까지 다 올라가고 난 다음이다.”

  나에게 있어 책의 엔딩 크레딧은 바로 이‘마지막 인용 페이지’인 것이다. 지금 혹시 읽고 있는 책이 있다면 본 내용이 끝나고 난 뒤 페이지를 한 번 살펴보라. 친절하게 그 책에서 언급했던 책들이 쭉 소개된 페이지가 있을지도 모른다. 이것이 바로 당신이 다음에 읽어야 할 책을 소개해 주는 방법이다.     


  ‘책 속의 책’은 책을 읽고자 마음먹었지만 정작 무슨 책을 읽어야 할지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있어 더없이 좋은 방법이다.

  ‘바쁘다, 시간이 없다, 그렇지만 책을 보고 싶다.’

  ‘단순히 인기상품은 보고 싶지 않다. 그렇지만 책을 고르기는 너무 막연하다.’

  이런 사람에게는 ‘책 속의 책’이 딱 안성맞춤이다. 읽다가 중간에 중단해도 좋다. 다 읽지 않아도 부담이 없다. 읽은 부분까지만 이라도 그 책에서 소개해 준 책의 제목과 작가를 기억할 수 있다면 좋다. 거기에다가 그 책에서 인상 깊었던 구절 하나만이라도 어렴풋하게 기억할 수 있다면 금상첨화다. 많은 종류의 ‘책 속의 책’이 있는데, 대부분 일정한 장르, 카테고리별로 구분돼 있으므로 책을 선택하는 것 또한 쉽다. 그러니, 처음부터 읽지 않아도 되고, 마음에 드는 부분부터 읽어도 된다. 마치 음식에서 먹고 싶은 부위를 먼저 먹듯이 말이다.

  


  내가 경험한 ‘책 속의 책’은 다음과 같다.

  가장 먼저 시작한 책은 법정 스님의 내가 사랑한 책들이었다. 앞서 말한 ‘집중 독서’라는 장르로서 법정 스님의 책을 읽고 감동하였는데, 그런 스님이 추천해 준 책이라고 하니 이 얼마나 반갑고 또 고마운 책일까? 이 책에서는 평소 법정 스님이 읽어 왔던 장르의 책들, 그리고 그가 깨닫고 실천했던 살아가는 방법과 관련된 책 50권이 소개되어 있다. 그중에는 '데이비드 소로'의 월든이라든가 '프랑수아 를로르'의 꾸뻬 씨의 행복 여행, 시인이자 베스트셀러 작가인 '류시화'가 엮은 나는 왜 네가 아니고 나인가, '니코스 카잔차키스'의 불후의 명작 그리스인 조르바등 주옥같은 책 50여 권이 소개되어 있다. 그리고 그 책을 읽고 스님이 어떤 생각을 하였는지에 대해서 깨알같이 설명하고 있다. 나는 이 책에서 소개하는 50권을 6개월에 걸쳐서 순서대로 다 읽었다. (물론 이 기간에 이 책에서 소개해 준 50권만 읽은 것은 아니다.)

  또 다른 책도 있다. 생태과학자이며 현재 이화여자대학교 석좌교수인 '최재천 박사님'의 책 통섭의 식탁도 나에게 있어 꽤 감명 깊은 책이었다. 이 책에서도 소개해 주는 책은 대략 60여 권이 넘는다. (개별적으로 제목만 언급된 책까지 살펴보면 100권도 넘을 듯하다) 여기서는 단지 저자의 직업적 특성상 과학, 생물학, 자연과 같은 주제의 책도 있지만, 인간이 생각할 수 있는 다양한 모든 주제에 걸쳐서 소개해 주고 있다. 

  대표적인 책을 예로 들자면, 마틴 루서 킹 자서전(클레이본 카슨 엮음)이라든가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인생(위화 저), 이기적 유전자(리처드 도킨스), 찰스 다윈의 비글호 항해기(찰스 다윈 저), 희망의 자연(제인 구달 저) 등이 있다. 각각 인류 역사에 커다란 한 획을 그은 불후의 명작이라고 말할 수 있다. 나는 이들 책 또한 1년이라는 시간에 걸쳐서 모두 읽었다.

  이 책 속에서 최재천 박사는 이런 말을 했다.

  "세상을 살면서 한 권의 책 때문에 인생관가치관세계관 등이 하루아침에 뒤바뀌는 경험을 해보는 이들이 과연 몇이나 있을까대부분 사람은 아마 단 한 번도 그런 짜릿한 경험을 해보지 못하고 말 것이다내게는 그런 엄청난 책이 한 권 있다바로 이기적 유전자 이다."     

  인생에 있어 지금까지의 삶 전체를 송두리째 바꿀 기회를 만들어 주는 계기. 그 기회를 단 한 권의 책을 통해서 만날 수 있다면 얼마나 엄청난 힘을 가진 것인가? 나는 오늘도 매일 책을 읽고 있으며 책을 읽는 동안 나도 모르게 수많은 기회를 만나고 있다.     


  이처럼 ‘책 속의 책’은 말 그대로 단지 한 권으로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인터넷과 마찬가지로 그물처럼 또 다른 책과 끝없이 연결되어 있다. 그럴 때면 나는 책을 읽는 도중에 소개받은 책 제목에 붉은색 네모를 그린다. 그것은 내가 책 속에서 발견한 보물과도 같다. 한 권의 책을 다 읽고 나면 그 책 속에는 붉은색 네모가 무수히 많다. 내가 읽은 한 권이 책이 나에게 또 다른 책을 소개해 준 것이다. 책은 단지 눈에 보이는 ‘종이로 만들어진 물건’이기 이전에 그 자체로 하나의 우주가 된다. 책 속에서 새로운 책을 만난다는 것은 그렇게 새로운 우주로 이어지는 문을 여는 것과 같다. 그렇게 책과 책은 연결되는 것이고, 내 사고(思考)는 끝없이 무한의 세상으로 확장되는 것이다.

  마치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져서 무한 반복하고 있는 뫼비우스의 고리'처럼 내 생각은 끊임없이 또 다른 생각을 생산해 내고, 나는 책을 통해서 인류가 지금까지 일궈낸 소중한 것들을 배우고 깨닫고 체험하고 있다. 그리고 그 책의 꼬리는 항상 나를 새로운 책 세상으로 유혹한다. 한 권의 책을 다 읽고 나면 또 다른 책이 나를 기다리고 있다. 

  ‘이걸 언제 다 읽지?’

  이렇게 나름의 투정도 해보지만, 어느새 새로운 책을 손에 잡은 나를 발견하게 된다. 나는 그렇게 한 권을 다 읽고 나서 나도 모르는 사이에 또 다른 새로운 책을 펼쳐 보고 있다. 온통 책으로 둘러싸여 있는 세상. 그것이 곧 내가 몸담은 책 속 천국이라고 말할 수 있다.     

  ‘책 속의 책’이라는 주제의 독서법은 결코 쉽게 할 방법은 아니다. 그렇지만 그 긴 시간 동안 이전에 몰랐던 수많은 책을 접하게 되면서 그 시간과 책의 권수만큼이나 크나큰 행복이 되어서 나에게 돌아왔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도 나는 또 다른 ‘책 속의 책’을 택해서 읽고 있고 그 '책 속의 책'을 통해 또다시 수많은 기회를 만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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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다 읽은, 그리고 지금도 읽고 있는 ‘책 속의 책’은 다음과 같습니다. 
  - 법정스님의 내가 사랑한 책들 (법정스님, 문학의 숲, 2010)
  - 통섭의 식탁 (최재천, 명진출판, 2011)
  - 어느 독서광의 유쾌한 책 읽기 (김의기, 다른세상, 2013)
  - 한비야의 서재 (김정희, 북씽크, 2012)
  - 책에 미친 청춘 (김애리, 미다스북스, 2010)

  - 삶을 바꾸는 책 읽기 (정혜윤, 민음사,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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