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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독서천재 정태유 Nov 23. 2019

나만의 '인생독서법'을 찾다.

독서가 내 삶, 그 자체다.

   '최선이라는 말은 이 순간 내 자신의 노력이 나를 감동시킬 수 있을 때 쓸 수 있는 말이다.' - 조정래


  “저는 책만 보면 몇 초도 안 돼서 잠이 들어 버려요. 도대체 책을 읽을 수가 없습니다. 꼭 읽어야 할 책이 있을 때도 그런데 좋은 방법이 없을까요?”

  “책만 보면 단 몇 줄만 읽어도 집중이 되지 않습니다. 한 권을 다 읽는 건 어림 없고요.”

  “책을 읽어야지, 읽어야지 하면서도 막상 첫 페이지만 넘겨도 읽기가 싫어지더군요.”

  ‘독서 천재 정태유’인 내게 자주 물어오는 질문들이다.

  한마디로 요약하면 이렇다.

  “어떻게 하면 나처럼 책을 많이, 그리고 잘 읽을 수 있을까?”     


  사실 지금의 나 또한 나름 책을 잘 읽는 나만의 방법을 터득했다고 단정 지어 말하기는 어렵다. 다만 예전보다는 비교적 쉽게, 많이, 집중해서 읽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어떻게 하면 될까. 딱 한 가지 방법이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나의 경우를 되돌아 생각해 보았을 때 ‘이런 방법을 써보는 것은 어떨까?’하고 제안하고 싶다.     


  책 읽기는 그냥 눈에 보이는 글자를 읽는 것과는 완전히 차원이 다르다. 눈에 보이는 글자라고 하는 것은 그저 길을 지날 때 흔히 볼 수 있는, 그렇게 스쳐 지나가는 문장일 수도 있고, 그보다 조금은 더 긴 신문기사라고 할 수 있겠다. 그렇지만 책이라고 하는 것은 최소한의 몇십 페이지에 걸쳐 쓰여 있는, 나름의 짜임새를 갖춘 연속적인 글이다. 책을 잘 읽는다는 것은 단지 ‘읽는다는 행위’를 넘어서, 글을 읽고 그 내용을 내 생각에 더해서 사고(思考)한다든가 아니면 어떤 종류의 감흥(感興)이 있어야 한다.

  결국, 책을 읽는다는 것은 행위적인 부분에서 일종의 ‘스킬(Skill)’도 필요로 하지만, 그와 더불어 심리적인 부분에서 ‘마음가짐(Mind)’도 분명히 필요하다. 대형 서점에 가서 ‘책 읽기’, ‘독서’와 같은 분야를 찾아보면 수많은 책이 앞서 말한 ‘기술’적인 부분에 대해서 말하고 있다. 많은 사람이 그런 기술적인 부분에 현혹되어 그 책을 읽어보지만, 막상 자기 뜻에 대입해 보고 실행하고 습관으로 만드는 사람은 거의 보기 힘들다. 그 이유는 바로 ‘마음가짐(Mind)’에 대한 부분이 빠져있기 때문이다.

  책 읽기는 단순히 글을 읽는 것이 아니라, 내 인생을 변화시킬 최고의 순간이다. 그러므로 그에 따른 준비운동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야 한다. 그것은 일종의 ‘성스러운 의식(儀式)’과도 같다. 어떤 일이나 그렇지만 내가 어떤 생각으로, 어떤 자세로, 어떤 태도로 임하는가에 따라 결론은 크게 차이가 날 수 있다.

  지금의 나의 경우 어떤 책을 읽더라도 ‘내가 지금 읽고 있는 책에 최선을 다한다.’라는 심정으로 읽는다. 그것은 책을 쓴 저자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이고, 책을 읽는 사람으로서 갖추어야 할 신성한 의무와도 같다. 내 앞에 놓인 한 권의 책을 단지 시간을 보내기 위한 ‘읽을거리’로 볼 것인가 아니면 인생을 변화시킬 수 있는 천재일우(千載一遇)의 기회로 볼 것인가는 순전히 내 생각에 달린 것이다. 그렇다. 책은 눈으로 읽는 것이 아니라 마음으로 읽어야 한다.


  흔히 종교적인 관점에서 보았을 때의 독서를 생각해 보면 이해하기가 훨씬 쉽다. 기독교에서의 성경이라든가 불교에서의 불경의 경우 사실 문체(文體)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 읽는 방법도 어렵거니와 받아들이기도 쉽지는 않다. 그런데도 사람들이 성경이나 불경을 애써 읽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단순히 읽는다는 행위가 아니라 그 책을 읽음으로써 영적인 평안뿐만 아니라 종교적 차원에서의 구원(사후의 세계 등)과도 같은 믿음 때문이기도 하다. 우리가 흔히 접할 수 있는 모든 책을 그런 방식으로 읽는다고 한다면 다소 무리가 따르겠지만, 지금 당장 내 앞에 있는, 반드시 읽어야만 하는 책이 있다고 한다면 어느 정도 그런 수준의 ‘마음가짐’을 가지고 읽어야 할 필요가 있다.

              


  최고의 독서법은 다른 게 아니다. 책을 제대로 읽기 위한, 책을 제대로 읽지 않으면 안 되게끔 어느 정도 강제로 환경을 만들어 놓는 것이다. 쉽게 생각해서 개인별 특성에 맞는 독서환경을 만들어 보자. 나는 이것을 ‘시장컨대’라는 네 글자로 이름 붙였다. 이름하여‘시간’과 ‘장소’와 ‘컨디션’대로 책 읽는 방법을 말한다.     


  책 읽는 시간   

  사람에 따라서는 올빼미처럼 밤늦은 시각에 읽어야 제대로 읽히는 사람도 있고, 반대로 새벽 일찍 읽어야 잘 읽히는 사람이 있다. 예전에 아침형 인간이라는 책이 베스트셀러가 된 이후로 지금까지도 심심치 않게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고 있다. 마치 책에서 말한 것처럼 당장 새벽 일찍 일어나서 무언가를 해야 할 것 같은 일종의 강박관념과도 같은 습관이 유행이었다. 하지만 아무리 노력해도 안 되는 사람은 굳이 새벽에 일찍 일어나서 책을 읽으려고 할 필요는 없다. 무엇보다 나 자신의 생활 방식을 고려해 보았을 때 어느 시간대가 적당한지에 대한 깊이 있는 고민과 실천을 해보는 것이 우선이다.

  처음부터 새벽이다 밤이다 무작정 시도해 볼 필요는 없다. 일단 내게 적합한 독서 시간을 찾기 위해서 시간대별로 마음 편하게 시도해 보는 게 좋다. 새벽인지, 아침인지, 대낮인지, 한밤중인지. 그 어느 시간대가 나에게 가장 마음 편한 시간대인지 찾아보는 거다. 초기 독서는 이렇게 시작한다. 그렇게 시동부터 걸고 나서 점점 속도를 올려보는 게 가장 좋은 법이다. 나의 경우 새벽 5시 기상하여 회사에 출근할 준비를 한다. 이른 새벽 전철에는 항상 앉을 자리가 있으며 잠시나마 편안하게 책을 읽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뿐만 아니다. 직장에 출근해서도 마찬가지다. 아무도 없는 이른 아침 시간대의 사무실은 책 읽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다. 그렇게 오전에 책 읽는 시간을 보냈다고 한다면, 퇴근 후 저녁 시간도 책 읽기를 해보자. 나의 경우 잠들기 직전의 시간은 오전에 읽은 책을 마음속으로 되돌려 보는 시간이다. 나는 이렇게 하루에 2~3회씩 15분~30분이라는 최소의 시간을 확보하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다.     


책 읽는 장소  

  영화나 드라마에서처럼 휴식을 취하는 시간에 자주 가는 멋진 카페에서 한 자리를 차지하고, 귀에는 우아한 클래식 음악을 들으면서 한 손에는 평소 꼭 읽고 싶어서 했던 에세이 한 권을 펼쳐 들고, 또 다른 한 손에는 향이 깊은 아메리카노 한 잔을 들고 있는 모습을 상상해 보라. 마치 내가 그 장면의 주인공처럼 책의 내용이 머릿속에 속속들이 들어와 준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렇지만 그런 경우는 그렇게 많지가 않다. 막상 그런 장면을 연출해 보고자 하더라도 주위의 소음이라든가 눈 앞에 펼쳐진 광경이라든가, 이것저것 생각을 방해하는 여러 가지가 어떻게 하면 책을 읽지 못하게 할 것인가를 고민한 것처럼 그렇게 달려들기 일쑤다. 물론 백이면 백 다 그렇다는 얘기는 절대 아니다.

  앞서 말한 시간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장소도 여러 가지 경우를 시험해 보는 것이 좋다. 내 방 안에서 책상에 정자세로 읽어보는 것이 어쩌면 정석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마치 학창시절로 되돌아간 것처럼 도서관 열람실의 한자리를 꿰차고 앉아서 책을 읽어보는 것도 좋다. 출퇴근 시간이 어느 정도 장거리인 경우, 버스나 지하철에서 책을 펼쳐 보는 것도 좋다. 욕조 안이라든가 화장실 양변기에서만 책이 잘 읽히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마찬가지로 침대 위에 엎드린 자세로 이불을 덮고 잠들기 전 책을 읽어보는 것도 좋다. 심지어 평소 책을 많이 읽는 어떤 지인의 경우, ‘스타○스’가 아니면 책을 못 읽겠다고 말하기도 한다.

  그 어떤 장소든 간에 나에게 있어 책을 읽기에 최적인 장소는 분명 존재한다. 다만 내가 지금까지 제대로 마음먹고 노력해 보지 않았을 뿐이다. 그저 어쩌다 가끔 생각났을 때 '책이나 좀 읽어볼까?' 하지는 않았을까 반성해 봐야 한다. 나만을 위한 독서 장소, 그곳이 어디인지 제대로 찾아보기로 하자.    

 

컨디션과 주변 환경  

  쉽게 말해서 배가 불러야 책이 읽힌다든가 아니면 반대로 배가 고파야 책이 읽히는 때도 있다. 마찬가지로 몸이 따뜻해야 하거나 반대로 차가워야 하는 때도 있다. 시계 초침 소리도 들리지 않을 정도로 적막한 가운데 책이 읽히는 때도 있고, 반대로 일정한 생활 소음이 들려야만 책이 잘 읽히는 때도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조명이나 밝기도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한밤중에도 대낮처럼 환하게 밝혀놓아야 책이 읽히는 때도 있지만, 반대로 칠흑같이 어두운 가운데 희미한 독서등 아래에서 잘 읽히는 때도 있다. 개운하게 목욕을 하고 나서야 책이 읽히는 때도 있고, 따뜻한 차나 커피와 함께해야 책이 잘 읽히는 때도 있다. 시간, 장소와 마찬가지로 내 몸의 컨디션 또한 책 읽는 데 있어서 매우 중요한 요소다. 내 인생에 있어 책 읽기를 가장 중요하다고 여긴다면 그에 걸맞은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앞서 책을 읽기 위한 수많은 경우에 대해서 언급했지만 정해진 결론은 반드시 한 가지일 수 없다. 나에게 있어 어떤 환경에서 책이 가장 잘 읽히는지, 여러 경우의 수를 설정해 보고 준비할 필요가 있다. 결국, 중요한 것은 ‘독서’,‘책 읽기’를 내 인생에 얼마나 ‘우선순위’를 두고 있는가에 달려 있다. 누구나 자기 자신에게 있어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사람, 때, 것에 대해서 ‘우선순위’를 생각하면서 살아가는 것이다. 내가 책을 읽는 데 있어서 얼마나 마음을 쏟고 있는지 한눈팔지 않고 얼마나 간절한 태도를 보이느냐에 따라 그 책을 통해서 내가 얻고자 하는 것의 질과 양이 달라진다. 내가 진심으로 최선을 다해서 책을 읽고 깨닫고 실천한다면 책은 온당 내가 바라는 그만큼, 아니 그보다 훨씬 더 많고 더 높은 결과를 가져다줄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우쓰데 마사미는 수만 가지 책 100% 활용법에서 독서의 자세에 관해서 이렇게 설명하고 있다.

  마음을 움직이는 독서는 당신의 자세와 읽기 방법에 따라 어떤 책에서도 가능합니다필요한 것은 마음을 열고 책이 말하는 내용에 대해서 당신이 살아온 시간을 투영하려는 시도입니다머리로 평가하고 판단하며 읽을 게 아니라 마음을 열고 마음으로 읽어봅시다그것이 당신의 한계를 극복하는 방법입니다.”

  또한, 미국 댈러스 신학교의 총장이었던 찰스 스윈돌은 자세가 우리 삶에서 얼마나 중요한지, 그것이 우리 삶을 어떻게 지배하는지에 대해서 이렇게 표현했다.

  인생의 10퍼센트는 우리에게 일어나는 일로 채워지고 나머지 90퍼센트는 그 일에 우리의 반응으로 채워진다이것은 당신도 마찬가지이며우리의 자세에 대한 책임은 우리에게 있다.”                               

  《모든 것은 자세에 달려 있다중에서     


  지금 책을 읽기에 나 자신의 체력이 얼마만큼 피곤한지를 고민하기 전에, 해야 할 일이 얼마나 쌓여 있는지 생각해 보기 전에, 밤이 얼마나 깊었는지 창밖을 쳐다보기 전에, 내 앞에 펼쳐진 한 권의 책을 보며 이렇게 생각해 보자.

  ‘나는 지금 이 순간, 내 눈앞에 펼쳐져 있는 이 책 한 권에 최선을 다할 것이다.’ 책은 결코 눈으로 읽는 것이 아니다. 온몸으로 최선을 다해서 읽는 것이다. 책을 읽은 나 자신의 모습에 감동할 수 있을 때까지 말이다.

 


이전 07화 책 속의 책, 그리고 또 그 책 속의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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