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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독서천재 정태유 Jan 17. 2020

내가 변하면 세상이 변한다.

'인간관계'를 읽다.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일이 뭔지 아니?”
  “흠... 글쎄요. 돈 버는 일? 밥 먹는 일?”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일은 사람이 사람의 마음을 얻는 일이란다. 각각의 얼굴만큼 아주 짧은 순간에도 각양각색의 마음속에 수만 가지의 생각이 떠오르는데, 그 바람 같은 마음을 머물게 한다는 건 정말 어려운 거란다”   

  - 생텍쥐페리의 <어린 왕자> 중에서


  혼밥, 혼술, 혼영, 혼놀
 

   혼자서 밥 먹고 혼자서 술 마시고 혼자서 영화 보는 사람들. 이들을 가리켜 혼놀族이라 부르는 신조어도 생겨났다. 이 단어들이 더 낯설게 만은 느껴지지 않는 것이 이제는 우리 사회에서 어느새 주류(主流)처럼 인정받는 사회 트렌드가 된 것이다. 2018년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1인 가구 비율이 29.3%로 나타났으며 이는 전국민 10명 중 3명꼴로 1인가구라는 뜻이다. 근 20년 새 두 배 증가했으며 이들 1인 가구는 계속 증가추세다. 어쩌면 이들 중에는 다른 사람과의 인간관계에 너무도 많은 스트레스를 받아서 아예 혼자서 모든 것을 즐기려고 마음먹은 사람도 꽤 있을 것이다. 하지만 사람 사는 사회가 다 그렇듯이 모든 것을 혼자서 다 할 수는 없다. 다른 사람과의 관계 속에서, 좋으면 좋은 대로, 싫으면 싫은 대로 그렇게 부대끼면서 살아가는 것이 사회생활의 본질이 아닐까.

   우리말로 사람이라는 말을 한자로는 인간(人間)이라고 쓴다. 그냥 한 글자로 사람 인(人)만 써도 될 텐데 굳이 두 글자로 인간이라고 쓰는 이유가 무엇일까? 인간이란 말을 한자로만 보면 사람(人)과 사람(人의 사이(間)라는 뜻으로서, 우리가 흔히 말하는 사회적 동물이라는 뜻을 내포하고 있다. 사람은 혼자서는 절대로 살 수 없는 법. 몸과 마음으로 부대끼면서 살아가야만 하는 존재이다. 그러므로 단순히 사람 인(人)자만 쓰는 것이 아니라 사이 간(間) 자를 하나 더 넣어야만 비로소 우리가 말하는 사람이 되는 것이다.


   우리가 사는 진정한 목적을 행복해지기 위해서라고 한다면, 인간관계는 그 행복을 얻기 위한 가장 기본적인 조건이라고 말할 수 있다. 순조로운 인간관계. 다른 사람으로부터 좋은 인상과 평가를 받는 가운데 나 스스로 무리 속에서 일정 부분 인정을 받는다는 생각은 살아가는 데 있어 가장 큰 행복이자 성취감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반대로 말하자면 행복한 사람은 인간관계에서도 커다란 만족감을 느끼고 있으며 그 속에서 자기 자신에 대한 자부심을 느낀다는 것이다. 하지만 아무리 인간관계가 훌륭한 사람이라고 해도 평생 완벽할 수는 없는 법. 언제 어디서 어떤 사람과 불편한 관계가 생겨나는지는 아무도 알 수 없는 법이다. 내가 아무리 최선을 다해서 노력한다고 해도 상대방이 그렇게 받아들이지 못한다면 그것은 결코 원만한 인간관계라고 말할 수 없다. 마찬가지로 상대방이 나에게 호의(好意)를 가지고 최선을 다한다고 해서 내가 그에 대해 꼭 똑같이 대하고 싶어지는 것은 아니다. 인간관계란 그래서 어렵다. 짝사랑하는 이성에 대해 내 감정을 드러내 놓고 호소할 때, 상대방이 받아들이면 다행이지만 많은 경우 거부하거나 오히려 이전보다 못한 사이가 되어 버리는 경우도 많다. 내가 한 걸음 다가가면 당연히 그만큼 거리가 좁혀져야 하는데 상대방이 마치 같은 극(極)의 자석처럼 또다시 한 걸음 멀어진다면 거리는 여전히 그대로다. 아니 그만큼이면 다행이다. 오히려 내가 다가가는 것보다 훨씬 더 달아나 버리는 때도 있다. 그래서 인간관계는 그 무엇보다도 어려운 것이다. 꼭 이성 간의 관계만 그런 것이 아니다. 직장에서는 동료라든가, 상사와 부하직원의 관계가 그렇고, 스승과 제자, 부모와 자식, 사랑하는 연애 상대라든가 배우자와의 관계도 그렇다.


  그렇다면 세상을 둥글둥글하게 살아가고 싶다면 말 그대로 원만한 인간관계를 가져야만 한다. 그렇게 되기 위해서는 어떤 것이 필요할까?     


   첫째, 내가 대접받고 싶은 대로 상대방을 대접하라.

   즉, 상대방의 마음을 얻으려면 먼저 내가 마음을 주어야 한다. 누가 먼저 줄 것이냐를 두고 다툴 필요는 전혀 없다. 무조건 내가 먼저 주는 것이다. 그렇다고 대가를 바라고 주어서는 안 된다. 대가를 바라고 주는 순간, 그 기대치로 인하여 그만큼 커다란 상처를 입을 수도 있다. 길을 묻는 사람에게 순수한 마음으로 길 안내를 하는 마음, 버스나 전철에서 아무런 대가도 바라지 않고 노약자에게 자리를 양보하는 마음, 그런 순수한 마음을 전해주는 것으로부터 상대방의 진실한 마음을 얻을 수 있다. 남이 먼저 내 생각에 맞춰 나에게 다가오기를 기다리기 이전에, 내가 먼저 스스로 상대방의 마음을 헤아려서 한 걸음 다가설 수 있도록 노력하자. 참된 인간관계란 그렇게 서로 간에 마음을 열고 한 걸음씩 다가설 때야 비로소 생겨나는 법이다.

   사실 인간관계란 결코 기술적인 것이 아니다. 오히려 마음에서 비롯되는 것, 즉 진정성의 문제인 것이다. 만약 누군가가 진심으로 상대방을 대하고자 하였다고 한다면 설사 그 방법이 다소 어색하거나 서툴다고 하더라도 상대방은 전혀 개의치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누구나 그 진정성을 이해해 줄 것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사람은 누구나 다 자기와 비슷한 사람들과 어울리고자 하는 본능을 가지고 있다. 이를 가장 잘 가리키는 말이 ‘유유상종(類類相從)’이라는 사자성어다. 결국, 내가 웃는 얼굴을 하고 있으면 웃는 얼굴을 한 사람들을 만나게 되고, 화난 얼굴을 하고 있으면 화난 얼굴을 하는 사람들만 만나게 되는 법이다. ‘무심코 던진 돌에 개구리가 죽는다.’라는 말이 있듯이 아무리 나와 상관없는 사람일지라도 무심코 던진 한마디로 인해서 내가 먼저 가장 큰 피해를 볼 수도 있고, 순수한 마음에서 베푼 작은 친절이나 말 한마디로 인해 커다란 행운이 되어 되돌아올 수도 있다.

  대학을 졸업하고 나서부터 나는 올해로 벌써 20년째 유통업(백화점, 아웃렛, 쇼핑몰)에 종사해 오고 있다. 지금까지 숱한 사람을 만나봤었고, 그러던 중 甲의 입장에서도, 乙의 입장에서도, 심지어는 丙, 丁의 입장에서도 일해봤다고 말할 수 있다. 사실 유통업이라고 하는 業의 특성상 명확한 수평관계는 단 한 번도 없었다는 생각이 든다. 내 직업이기는 하지만 거래처와의 관계는 지금도 그만큼 어렵다. 하지만 한 해 한 해를 보내면서 지금까지 20여 년을 일해 왔지만 '상대방의 처지에서 생각하라!'라는 것보다 더 나은 관점은 없다. 언제 어느 곳에 만날지 알 수 없는 것이 사람 사이의 관계이니만큼 단 한 순간도 상대방을 아래로 보거나, 또는 함부로 대할 생각한다고 한다면 언젠가 자신이 그 반대의 상황에 놓이게 된다는 것은 자연법칙과도 같다.

  사람은 자기가 받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만큼 받고 있다. 이것은 누구나 인정할 수밖에 없는 하나의 교훈이다. 세상은 공정하게도, 모든 사람에게 자기에 대한 평가를 허락할 수 있게끔 만들어져 있다. 그것은 영웅에게든 바보에게든 똑같이 적용되는 법칙이다.”

   랠프 월도 에머슨의 명언이다. 내가 되고 싶은 사람의 모습을 내 앞에 있는 사람에게서 찾아보자. 마치 나를 비추는 거울처럼. 그리고 상대방에게 나를 보듯이 대하자. 그도 결국 나에게서 자신의 모습을 보게 될 것이다.


 
   둘째, 상대방의 감정은 상대방의 것이고, 내 감정은 나의 것이다.

   우리는 평소에 다른 사람의 자극 때문에 감정에 휘둘리는 경우를 자주 경험한다. 당연한 말이지만 이런 반응은 사람이나 동물, 심지어 식물 또한 똑같다. 누가 나를 좋아하면 나도 그가 좋은 것이고, 반대로 나를 싫어한다면 나 또한 상대방이 싫어지는 건 당연한 말이 아닐까? 하지만 내가 상대방을 좋아하든 싫어하든 아니면 아무런 감정도 느끼지 않든 이 모든 것은 결국 내 마음에서 시작된다는 것을 알아야만 한다. 누군지 알지도 못하는 사람이 처음 만난 자리에서 대뜸 나를 향해 욕을 한다고 해서 내가 화를 내게 된다면 나 또한 그와 같은 사람이 되고 만다. 살다 보면 내가 오해를 할 때도 있고 또 반대로 오해를 사게 될 경우도 있다. 그럴 때 무턱대고 화를 냈다가 나중에 오해로 밝혀질 때 부끄러운 마음에 눈 돌릴 곳을 찾지 못할 때도 있다. 설사 상대방이 악의적인 마음으로 나를 욕한다고 하더라도 나 스스로가 그에 자극받지 않고 평상심을 느낄 수 있도록 자제할 필요가 있다. 사실 싸움이든 흥정이든 맞붙지 않으면 전혀 이루어지지 않는 법이다. 박수도 두 손이 부닥쳐야 소리가 나지 않은가. 모든 감정의 변화는 결국 나로부터 시작된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온라인이 주류(主流)가 된 지는 꽤 오래되었지만, 여전히 오프라인 매장에는 고객들이 찾아오고 있다. 매장이란 상품과 돈과 사람이 만나는 곳이기 때문에 그 어느 때, 어떤 곳에서든 갈등 요소는 존재하기 마련이다. 십여 년 전 백화점에서 한 층을 담당한 팀장으로 근무하고 있을 때였다. 에어컨 설치에 불만을 가진 고객 한 분이 너무도 화를 내면서 매장에서 큰소리를 치고 있었다. 그 어떤 사과의 말도 통하지 않고 오로지 그 즉시에서 환불을 해 달라고 요구했다.

한참을 실랑이를 벌이던 끝에 그 고객은 이런 말을 남기고 댁으로 돌아가셨다.

  "내일 다시 오겠다. 내일도 해결해 주지 않으면 에어컨을 매장 한가운데 던져 버리겠다. 내가 그깟 돈이 없는 사람도 아니고…."

  그날 밤 나는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 에어컨이 고장 난 것 때문도 아니었고, 고객이 나에게 욕설을 퍼부어서도 아니었다. 그런 상황에 대한 분노와 나에 대한 불만족 때문이었다. 그 날밤, 나는 책장에서 책을 몇 권 찾아서 꺼내 읽어보았다. 틱낫한 스님의 (anger)를 시작으로 해서 , 용서, 생각 버리기 연습  대략 십여 권을 살펴본 것이다. 그러던 중 나 자신의 감정이 차분해지는 것을 마음속으로 느낄 수가 있었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화'는 그 고객으로부터 시작되었을지는 모르지만 결국 근본적으로 '화'를 내는 것은 나 자신이라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

  다음 날 고객이 찾아왔을 때 나는 오히려 오래된 VIP 고객을 만난 것처럼 기쁜 마음으로 반갑게 맞아들였다. 그리고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사과와 함께 해결방법에 대해 제안해 드렸다.

  "제가 오늘 A/S 기사님과 함께 직접 고객님 댁을 방문해서 제품을 살펴보도록 허락해 주십시오. 제집, 제 부모님이 사시는 집이라 생각하고 해결방안을 찾도록 하겠습니다."

  고객께서는 단 한마디 말씀도 하지 않으시고 고개만 끄덕였다. 그 날 오후 고객댁을 A/S 기사님과 찾아가서 확인해 보니 에어컨 본체가 아니라 에어컨과 연결된 파이프 부분에서 냉매가 새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현장에서 즉시 A/S를 마치고 나니 마치 우리 집에서 문제를 해결한 것처럼 기쁘기 그지없었다. 나는 그 즉시 기쁜 마음으로 고객께 전화로 연락을 드릴 수 있었다.

  "고객님 댁에 에어컨에서 아주 시원한 바람이 나오고 있습니다. 신경 쓰이게 해 드려서 정말 죄송했습니다."

  전날 나에게 그토록 욕설을 퍼부었던 고객이었지만, 언제 그랬냐는 듯이 수화기 너머로부터는 따뜻한 답변을 들을 수 있었다.     


  틱낫한 스님은 (anger)에서 이렇게 말씀하셨다.

   마음속에서 화가 일어날 때마다 우리는 흔히 나를 화나게 한 장본인이라고 생각되는 사람에게 앙갚음하려고 한다. 이것은 우리 안에 습관적 에너지가 있기 때문이다. 고통을 당할 때 우리는 늘 그 원인을 타인에게 돌렸다. 그것이 바로 우리 자신의 문제라는 것을 깨닫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렇다. 모든 인간관계는 결국 나로부터 시작되는 것이다. 상대방이 내 성격을 먼저 건들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하기 시작하면 정답은 눈앞에서 사라지고 오로지 문제만이 남는 법이다. 스님은 또 이렇게 말씀하셨다.

   누군가에게 화가 났을 때는 그에게 상처를 주고 싶은 것이 인지상정이다. 그러나 도리어 그에게 선물을 주면 그에 대한 미움이 가라앉고 화가 풀리며 마음이 너그러워진다. 오히려 그가 행복해지길 바라게 되는 것이다.”

   나에게 화를 내는 사람이 있다면, 나 역시 화를 내기 전에 먼저 그의 처지에서 생각해 보려고 노력해 보자. 조금이라도 상대방의 입장에 고개가 끄덕여진다면 내 마음속에서 커지려고 했던 화는 어느 순간에 사그라져서 없어지는 것을 느낄 수 있게 된다. 상대방의 마음을 바꾸기 위해서 애쓰기보다는 나 자신의 마음을 먼저 바꾸는 것. 인간관계에 있어서 가장 필요한 기술이 아닐까.


   ‘누구나 세상을 바꿀 생각을 하지만, 자신을 바꿀 생각을 하는 사람은 없다.’라는 톨스토이의 말처럼, 결국 인간관계란 ‘나에게 이렇게 해 주었으면’ 하고 생각하는 바를 상대방에게 내가 먼저 해 주는 것이 최고의 방법이다. 인생이란 이처럼‘인생 황금률’ 안에서 이루어지게 되어 있다. 인간관계도 ‘원인과 결과’가 가장 명확한 법칙이다. 거울 속에 비친 내 모습을 보고 웃으면 거울도 웃는다. 화를 내면 거울 속 나도 화를 낸다. 세상 모든 사람은 거울 속에 비친 내 모습과 같다는 것을 명심하자. 웃는 얼굴로 한 걸음 먼저 다가가는 것. 인간관계에서의 제일 나은 방법이다. 나는 매일 아침 눈을 뜨는 순간, 내가 만날 사람들을 생각하면서 앞서 말한 이 두 가지를 생각하면서 나 자신에게 다짐한다. 어제도 그랬고, 오늘도, 그리고 내일도 그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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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읽은 책, 다시 읽고 싶은 책, 권하고 싶은 책 ('인간관계'를 읽다.)

《화(anger)》(틱낫한 저, 명진출판사, 2002년 발행)
《거울의 법칙》(노구치 요시노리 저, 나무 한그루, 2006년 발행)
《유쾌한 소통의 법칙 67》(김창옥 저, 나무생각, 2010년 발행)
《거울은 먼저 웃지 않는다》(가네히라 케이노스케 저, 새론북스, 2004년 발행)

《멀리 가려면 함께 가라》(이종선 저, 갤리온, 2009년 발행)

《존 멕스웰의 위대한 영향력》(존 맥스웰 저, 비즈니스북스, 2010년 발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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