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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독서천재 정태유 Nov 03. 2019

1日1讀, 1천 권, 그 위대한 도전.

인생 변화의 계기를 1천 권의 책에서 찾다.

  '새들이 없는 세상을 상상할 수 없는 사람이 있다.  물 없는 세상을 상상할 수 없는 사람이 있다.  나는 책 없는 세상을 상상할 수 없다.'  -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


  역사적으로 책을 많이 읽었다고 하는 사람은 살아생전에 얼마나 많은 책을 읽었을까? 옛 시인 두보의 시에 나오는 '남아수독 오거서(男兒須讀五車書)'란 말처럼 남자란 모름지기 다섯 수레의 책을 읽어야 할까? 수레라는 것이 지금의 운송수단은 아니기에 대략 어림잡아 생각해 보기에 5천 권 정도가 아닐까 생각해 본다. 이 부분에 있어서 책깨나 읽어보았다고 말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한 가지 의문점이 생긴다. 어떤 사람은 지금까지 몇천 권을, 또 어떤 사람은 몇만 권을 읽었다는 하는데 어떻게 그게 가능한지 말이다. 그 사람의 직업이 책과 관련된 직업이어서 온종일 책을 읽지 않으면 안 된다거나, 아니면 작가와 같은 사람이어서 남의 책을 읽는 것이 직업인 사람이라면 모를까. 평범한 보통 사람의 처지에서 수만 권, 수천 권이라는 말만 들어도 기가 죽게 되는 것은 당연하다.     


  그렇다면 한 번 생각해 보자. 하루에, 일주일에, 한 달에, 일 년에, 도대체 몇 권을 읽는 것이 적당한 것인가? 누군가는 속독을 배워서 한 권을 십 분 만에 보는 사람도 있을 수 있고, 또 누군가는 정독만을 해서 한 권을 일주일 이상 붙잡는 사람도 있을 수 있다. 책을 읽는 사람에 따라 각각의 책 읽는 방법이 다르기도 하거니와 책을 대하는 태도라든가 책을 읽는 목적 자체도 제각각 다르므로 이 질문에 대해서는 쉽게 답하기 어렵다.

  어쩌면 누군가는 눈앞에 놓여 있는 책 한 권을 보면서, 읽기도 전에 체념하듯이 이렇게 생각할지도 모른다.

  '읽긴 읽어야 할 텐데 지금은 좀….’

  ‘지난번에도 읽다가 포기했는데 또다시 읽기는 어렵지 않을까?’

  ‘책을 읽기는 하는 것 같은데 매번 펼쳐보면 같은 페이지인 걸 어쩌란 말인가.’

  그럴 때면 오히려 원점으로 돌아가서 다시 생각해 보자.

  ‘내가 왜 지금 이 책을 읽으려고 하는 거지?’

  ‘어떻게 읽으면 잘 읽을 수 있을까?’

  ‘어떤 책을 읽는 게 나에게 가장 도움이 될까?’     


  일본 독서계의 神이라 불리는 히라노 게이치로는 그의 책 책을 읽는 방법에서 독서법에 관하여 이렇게 말했다.

  '감히 솔직히 말하자면책이라는 것은 원래 무엇을 어떻게 읽든 상관없는 법이다그러나 이왕 읽는 것이라면 즐겁고 빈틈없는 독서가 좋지 않은가나는 한 사람의 작가이기 이전에훨씬 더 오랜 시간 동안 한 사람의 독자였다.'

 

  나는 인생에 있어 한 번쯤은, 하루 한 권 1천 권 읽기에 도전해 보라고 말하고 싶다. 그저 막연하게 남의 일처럼 듣고 넘기는 것이 아니라 진지하게 고민해 보고 해 보는 것이다. 책 표지만 봐도 졸리거나 글자만 봐도 울렁증이 생기는 사람들에게는 다른 세상 이야기처럼 들릴 수도 있지만 무조건 시도해 보는 것만으로도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다. 나 역시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지만 책 읽는 속도는 아주 빠른 편은 아니다. 그리고 애초에 속독법 등을 배울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그렇지만 책 읽는 것도 일종의 습관인지라 읽으면 읽을수록 그 속도가 점점 빨라지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처음 1천 권 독서를 결심했을 때는, 막연한 두려움이 가장 먼저 앞섰지만, 100권, 200권 읽는 책이 늘어날수록 점점 더 책 속에 몰입하는 정도와 속도가 빨라지는 것을 경험할 수 있었다. 마찬가지로 첫날부터 한 권을 통째로 읽을 수 있었던 것도 아니었고. 초창기에는 나름 책 읽는데 커다란 어려움이 있었다. 책 한 권을 사긴 했지만 피곤하거나 급한 일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을 때면, 그냥 책상 위에 놓아둔 채로 몇 달을 보낸 적도 있었고, 그나마 한가하다고 생각될 때나 책이 너무도 마음에 들었을 때면 일단 책을 펼치기는 하였지만, 그 한 권을 읽는데 빨라야 일주일 늦으면 보름 정도 걸리곤 했다. 지금은 어떨까?

  지금은 하루에 한 권을 목표로 읽는다. 그렇다고 해서 아침에 첫 페이지를 펼치고 나서 저녁에 마지막 페이지를 덮는 것은 아니다. 내가 책 읽는 방법은 열 권을 동시에 읽어라의 저자 나루케 마코토가 주장한 것처럼 병렬 독서(여러 권을 번갈아 가면서 읽는 방법)를 선호하는 편이다.  나는 책을 한 번에 처음부터 끝까지 다 읽는 경우는 많지 않다. 오히려 책을 며칠에 걸쳐서 나누어 읽는다. 책 한 권의 경우 보통 1/3로 나누어 읽는다. 어떤 책을 선택했다고 한다면, 처음에는 1/3만 읽는다. 그다음 날 1/3. 그리고 그다음 날 또다시 1/3. 그렇게 3일이 지나면 책 한 권을 다 읽는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내가 3일 동안 단 한 권을 읽는 것은 아니다. 앞에 말한 방법으로 보통 하루에 2~5권을 동시에 읽는 것이다. 어떤 책은 1/3씩 3일 동안 한 권을 읽는 때도 있고, 또 어떤 책은 1/3씩 읽으려고 하되 5일 만에 읽는 책도 있다. 그렇지만 아무리 두꺼운 책이라고 할지라도 결코 5일은 넘기는 경우는 없다. 이런 방법으로 책 한 권을 선택할 때는 최대한 신중하게 고르고, 만일 골랐다고 한다면 무슨 일이 있더라도 3일, 늦어도 5일 안에는 다 읽겠다는 나름의 각오가 필요하다. 무엇보다도 이렇게 책을 읽는 것이 가장 중요한 습관이라 생각하고, 이 습관을 지금까지 지켜오고 있다.  

   

  하루에 한 권이라고 해 봤자 1년이면 365권. 10년 동안을 읽어도 약 삼천 권에 지나지 않는다. 오로지 책의 권수, 숫자만이 중요하다고 말하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살아 있는 동안 일만 권의 책은 제대로 읽어봐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베스트셀러 작가이자 국내에 손꼽히는 장서가(藏書家)인 장석주 선생의 서재에는 2만 권의 책이 있다고 한다. 그나마도 대충 세어본 것인 데다가 새로운 책이 지금도 계속 꽂혀가고 있다고 하니 이 얼마나 대단한가. 그가 위대해 보이는 것은 단지 책을 많이 가지고 있어서가 아니라 그 책들을 통해서 그의 인생을 만들어 가고 있기 때문이다.     


  "한 권 한 권의 책을 읽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책에 관한 총체적 시각을 갖고책과 책 사이의 소통과 연결선들을 아는 것이다교양은 책을 읽어내는 능력과 책 자체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그것들 전체 속에서 길을 잃지 않을 줄 안다는 것즉 그것들이 하나의 앙상블을 이루고 있다는 것을 알고각각의 요소를 다른 요소들과의 관계 속에 놓을 수 있다는 것에서 길러진다."     

   48기적의 독서법》 에서       


  책 한 권은 한 사람의 생각이고 또한 그 사람의 인생이다. 즉 책 한 권을 읽는다는 것은 한 사람을 만난다는 것이고 그 사람의 삶을 마주 보는 것과 같다. 1년 동안 365권의 책을 읽는다는 것은 365명을 만나서 그들을 알게 되고 그들과 대화하며 생각을 나누는 것과 같다. 그러니 내가 어떻게 독서를 소홀히 할 수 있을 것이며, 독서를 하찮게 여길 수 있을까?

  글을 못 읽어서 책을 못 읽는 사람은 거의 없다. 오히려 앞을 보지 못하는 상황이어서 글을 못 읽는 사람의 경우에 얼마나 책을 읽고 싶어라. 할지 우리는 상상도 할 수 없을 것이다. 마크 트웨인은 다음과 같은 말을 남겼다. '책을 읽을 줄 알면서도 읽지 않으려고 하는 사람들은 정말 글을 읽지 못하는 사람보다 별반 나을 것이 없다.'라고.     


  자, 내일이 아닌 오늘부터, 오늘이 아닌 지금부터 1일 1권 1천 권, 그 위대한 도전을 시작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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