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보내는 주말보다 값진 시간은 없다.
요즘은 제법 시간이 넉넉해진 탓에 헤헤와 더 많은 시간을 보내고 있다. 곧 더 더 더 많은 시간을 보내게 될 테지만, 지금도 많은 시간을 보내고 있다.
헤헤와 자전거를 함께 타고 있다. 처음 만날 때부터 지금까지 3년 넘도록 자전거는 우리에게 더 많은 경험과 추억을 선사하는 매개체이다.
나는 그녀와는 별개로 한주에 적어도 한 번 이상은 꼭 라이딩을 하고 있지만, 그 라이딩의 성격은 라이딩에 포커스를 맞추느냐 또는 데이트에 포커스를 맞추느냐에 따라서 나는 그 "라이딩"을 라이딩이냐, 데이트냐로 분류한다.
그러니까. 나는 헤헤와 라이딩을 하는 것은 라이딩이라기보다는 데이트에 가깝다는 것이다.
아마도, 함께 운동을 즐기는 커플 중에 남자분이라면 이 말에 어느 정도는 공감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보통의 경우는 남성이 피지컬이 좋을 수밖에 없으므로 함께 라이딩 한다는 것은 남자가 여자에게 라이딩 페이스를 맞추고 있는 가능성이 매우 높다. (물론 예외의 커플도 있다.)
그런 나의 배려를 확인시켜주기 위해 오늘의 코스는 강북구의 최강 업힐 코스 도선사로 선택했다!라고 하는 순간 나의 시야가 흐려지고 미래가 불투명해질 수 있으므로, 도선사 입구까지만 달리기로 했다.
잘 달리고 있니?
이렇게 힘든 표정으로 달리고 있지만 고작 5km밖에 달리지 않은 상태였다.
하지만 사진은 언제나 극적인 연출이 필요하니까, 개인적으로는 아주 마음에 드는 사진...
도선사는 코스는 헤헤가 좋아하는 코스이다. 아. 정정한다. "도선사 앞까지 가는 코스"를 좋아한다. 비교적 완만한 경사도라서 나름 힘을 가해 페달링 하는 재미가 있는 코스라나 뭐라나....
아무튼 도선사 정상까지 올라가는 것은 나도 원하지 않는 바...
그리고 이 날은 라이딩이 아니라 데이트니까...
데이트에 충실하기로 했다.
"거기 서봐!"
"여기 서봐!"
라고 하기 전에 먼저 저러고 있는다.
사진 찍히는 것은 나도 좋아하지만, 이렇게 대놓고 찍는 것에도 전혀 부담을 갖지 않는 "특수능력"을 지닌 헤헤가 부럽다.
그래서 헤헤와 라이딩을 하고 돌아오면. 사진이 어마어마하게 생성된다......
강북구의 솔밭공원에 때마츰 분수가 뿜어져 올랐는데, 그곳을 연신 아이들이 뛰어다니는 모습을 한참을 구경했다. 아이들이 이렇게 모여서 뛰어노는 장면을 얼마 만에 보는지 굉장히 낯설게 느껴졌지만, 보는 내내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보는 우리가 행복했던 장면이라 사진을 찍어뒀다.
커피를 마시기 위해 예전에 친구와 함께 라이딩하다가 들렀던 세인트블랙에 왔다.
자전거를 탈 때의 "맛 집"은 자전거를 주차하기 좋은 조건을 가지고 있는 곳이 1순위이다.
이곳이 그렇다. 그리고 고맙게도 인테리어, 맛, 모두 만족할만한 곳.
"피곤하면 들어가지그래..."
코스는 짧았지만, 들쑥날쑥한 속도와 예상치 못한 업힐에 체력 소모가 컸다 보다.
이곳에 오기 전에 우리는 도선사, 화계사, 4,19탑, 삼양동 등 강북구 여기저기의 골목을 탐험했다.
둘 다 처음 가는 어떤 골목길을 발견했는데 길이 너무 예뻐서 감탄했다. (블로그 맨 마지막에 영상 속에 살짝 나옴.)
좋아.
분명 의식했지만 의식하지 않은 듯 다른 곳을 보고 있으면서 적당히 얼굴을 가려서 잘생겼는지 못생겼는지 분간하기 어려운 각도를 만들었다.
그렇게 우리는 데이트를 나왔다.
그리고 같은 색의 옷을 입은 기념으로 "팀 콘돌 머스타드" 라는 이름까지 만들어줬다. 이렇게 만든 팀 이름만 몇 개인지 이제 기억도 안 나지만, 우리가 이렇게 소소한 즐거움을 함께 누릴 수 있다는 것은 참 감사한 일이다.
세상에 더 많은 좋은 것들이 있겠지만, 우리가 가지고 있는 좋은 것을 즐겁게 누리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행복이 아니겠는가
캬.......
요즘 내가 이렇게나 진지병에 걸려있다.
<2019년 5월의 어느 날, 팀 콘돌 머스타드 결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