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는 모두 그 탄생 목적에 따라 생김새가 모두 다릅니다.
산악자전거, 로드 사이클, 하이브리드, 미니벨로, BMX, 싱글기어, 등 모두 다른 장르로 나뉘고 모두 용도에 따라 다른 특성을 지니게 됩니다.
그럼 여기까지 모두 분류가 끝난 걸까요? 아닙니다.
분류는 또다시 시작됩니다. 산악자전거 안에 하드테일, 크로스컨트리, 올마운틴, 다운힐로 세분화됩니다. 로드바이크 역시 에어로(Aero), 올 라운드(All round), 엔듀런스(Endurance), 등 계속해서 세분화되어 가지를 치고 있습니다.
같은 장르의 자전거에서도 이렇게 또 세분화되는 결정적인 요인은 바로 프레임에 적용된 '지오메트리(geometry)'가 어떤가에 의해서 결정됩니다.
바꿔 말하면, 똑같은 부품으로 자전거를 만들더라도, 오직 프레임 모양만 바꾸면, 그 자전거가 업힐에 적합하게 만들지, 평지 고속 주행에 적합하게 만들지 선택이 가능하다는 겁니다.
그렇다면 지오메트리(geometry)가 뭘까요?
사전적 의미는 '기하학'. '기하학적 배열'을 의미지만, 단순히 '구조'라는 단어로 생각해도 무방합니다.
즉, 프레임이 어떤 구조로 만들어져 있는가에 따라서 자전거의 성향이 완전히 바뀐다는 말입니다. 그럼 이제부터 '그 구조'가 어떤 목적에 의해서 어떤 특성을 갖게 되는지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사실 복잡해 보이지만 조금만 들여다보면 대략적인 내용 파악이 가능해집니다.
기본적으로 각 프레임의 파이프가 어떤 길이와 어떤 각도로 이루어졌는지를 알면, 이 자전거가 어떤 목적을 갖고 태어났는지 알 수 있습니다. 똑같은 구동계, 컴포넌트, 휠 세트를 사용해서 자전거를 조립하더라도 프레임의 구조를 바꾸면 특성이 완전히 달라지게 되는 거죠.
그럼 먼저 우리가 늘 이야기하는 탑 튜브에 대해서 이야기해볼까요?
탑 튜브 : 유효 탑 튜브 (Top Tube)
탑 튜브는 헤드 튜브 중앙부터 싯튜브 중앙까지의 길이를 말합니다. 자전거 사이즈를 선택할 때 가장 먼저 거론되는 것 중에 하나가 바로 탑 튜브인데, 통상적으로 탑 튜브 자체의 길이보다는 유효 탑 튜브의 길이가 직접적으로 라이더의 포지션에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당연히 탑 튜브의 길이가 길수록 라이더 포지션이 더 낮아지므로 공격적인 자세가 취해집니다.
탑 튜브가 자전거 사이즈 선택에 있어서 가장 고려되는 사항이라면 사이즈와 무관하게 우리가 고려해야 할 사항들도 있습니다.
주행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구조는 어디일까?
휠베이스 (Wheelbase)
첫 번째가 바로 휠베이스입니다.
휠베이스가 길고 짧고에 따라 주행의 특성이 아주 달라지게 되는데요. 소형차와 대형차의 차이처럼 휠베이스가 길어질수록 주행의 안정감이 생기고 직진성이 좋아지지만, 반면에 긴밀한 컨트롤에서는 손해를 볼 수 있기 때문에 민첩성은 떨어지게 됩니다.
반면에 휠베이스가 짧으면 조향이 민첩해지고 반응력이 뛰어나 효율은 상승하지만, 승차감이 떨어지게 되죠.
그렇기 때문에 휠베이스가 긴 자전거라면 장거리를 달리는 투어링 자전거가 있겠고, 대부분의 산악 지역과 험로를 돌파해야 하는 올마운틴 바이크는 로드 바이크보다 상당히 긴 휠베이스를 가지고 있습니다.
또 이 휠베이스는 위와 같이 프레임 구조에 의해 결정되기도 하지만, 같은 프레임에서 커브드 포크(Curved forks)로 교체하는 것으로도 휠베이스를 더 길게 만들 수 있습니다.
포크 오프셋(Fork Offset)
이렇게 '스트레이트 포크'를 사용하는 것과 포크 끝 쪽이 휘어진 '커브드 포크'를 사용하는 것의 차이는 라이더에게 상당히 다른 주행감을 선사합니다.
이것을 '포크 오프셋'이라고 하는데, 길어진 휠베이스 효과를 가져가 승차감이 올라가지만 조향 폭이 넓어지기 때문에 민첩한 움직임에서는 손해를 볼 수 있습니다. 따라서 스탠딩 자세에서 댄싱을 할 때에도 스트레이트 포크보다 다소 경쾌함이 떨어질 수 있습니다.
헤드 튜브(Head Tube) / 헤드 튜브 앵글 (Head Tube Angle)
또 헤드 튜브 앵글의 각이 커지면 더 민첩한 조향성을 얻을 수 있습니다. 이 각이 클수록(헤드 튜브가 수직에 가깝게) 라이딩 시 더 좁은 회전반경을 얻을 수 있어서 코너링에서도 더 유리하게 되죠. 반대로 헤드 튜브 앵글의 각이 좁아지면 직진성은 좋아지지만 회전반경이 커져서 코너링에 불리해집니다. 예를 들자면, 좁은 골목길에서 U턴을 하기 쉽지 않게 됩니다.
결국 이것 역시 모두 휠베이스의 변화에 따라 발생하는 특성이죠.
BB 드롭 (BB Drop)
BB 드롭은 두 개의 휠의 중심축을 직선으로 연결했을 때 BB 중심축과의 높이를 말합니다.
BB 드롭은 라이더의 주행에 직접적인 영향일 끼치는 부분 중에 하나이기도 합니다. BB 드롭의 수치가 크면 무게중심이 낮아져서 주행 안정성은 올라가지만, 크랭크 암과 지면이 가까워져서 코너링 시 페달이 지면에 닿을 수 있는 위험도가 있어서 주의를 기울여야 하죠.
코너링 시, 코너링 안쪽 발을 올려야 하는 것이 보통이지만, 코너링에서도 페달링을 하는 상황이 발생하면 BB 드롭의 수치 얼마냐에 따라서 페달링에 제약을 받을 수 있습니다.
체인 스테이(Chainstay)
체인 스테이는 자전거의 구동계 부분에 위치하는 부분으로, 자전거의 특성상 페달링 할 때 가장 많은 힘들 받고 있는 부분입니다. 따라서 체인 스테이의 길이는 자전거 구조에서 대단히 중요한 요소 중 하나이기도 합니다.
체인 스테이의 길이를 짧게 설계하면 높은 강성을 확보할 수 있어서 라이더의 힘 손실을 최소화할 수 있고 반응력이 빨라집니다.
따라서 대부분의 에어로 바이크에 적용되어 있으며, 근래의 트렌드 역시 짧은 체인 스테이를 선호합니다.
이 외에도 많은 요소들이 자전거의 특성을 변화시킵니다.
물론 이러한 요소들은 아주 미세하지만, 더 적합하게, 단 0.1%라도 어떤 특성에 맞춰서 설계한 것이기 때문에, 반드시 이러한 지오메트리가 일상적인 라이더들에게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닙니다. 단지 그 자전거가 어떤 목적에 의해서 설계되었는지 그것을 보고 본인의 취향에 맞는 자전거를 고르는 것이 현명할 것입니다.
그리고 지금까지 소개된 구조에 따른 특성은 대부분 어떤 특성을 획득함과 동시에 어떤 특성은 포기해야 한다는 겁니다.
따라서 모든 것을 완벽하게 충족시켜줄 수 있는 구조는 없다는 거죠. 대신 모든 장점을 두루두루 갖고 있는 자전거가 기본적으로 올 라운드라면, 라이더의 승차감은 포기하더라도 속도에 치중한 자전거가 에어로 바이크가 되겠고, 약간의 강성은 포기하더라도 라이더의 피로도를 덜어주어 꾸준히 장거리 라이딩을 돕는 자전거는 엔듀런스가 되겠지요.
자! 이제 여러분은 어떤 장점을 취한 자전거를 탈 것인지 프레임 구조를 보며 선택해보면 될 것 같습니다. 혹은 내 자전거는 이러한 특성을 가지고 있으니 나도 그에 맞는 라이딩을 할 수도 있고, 아니면, 나와 맞지 않는 자전거를 발견했을 수도 있습니다.
자 그렇다면! 선택은 여러분들의 몫!
:-)
<사이클링의 기초 : 자전거 백과사전 아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