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처리에서 끝낼 거야? 팀플 안 할 거야?
오래간만에 만난 친구가 한 말입니다. 농담처럼 이런 이야기를 하지만, 이건 질문하는 사람도 받는 사람도 큰 의미 없는 질문과 대답에 불과해요. 결혼을 한 사람에게 대화를 이끌어내기 가장 뻔하고 무난한 질문이잖아요.
알았으니까, 그래서 결혼하니까 좋냐?
라는 질문을 다시 하신다면,
좋은 것도 있고 나쁜 것도 있는데 대체적으로 평안합니다.
인생을 살아가기 위해 팀을 이루기로 약속한 거잖아요.
이제 "인생 팀플"이 시작된 겁니다.
확실히, 결혼을 하면 심리적으로 좀 안정돼있고, 쓸데없는 신경을 쓰지 않으니 몸도 마음도 편안해집니다. 그래서 아마 살이 찌는 거겠죠. 후훗.
인생에 당연히 정답이 없지만, 결혼은 보통은 하는 게 낫다는 게 제 생각이에요. 이유는 행복감이 커집니다. 대단한 행복을 말하는 게 아니라 정말 소소한 행복이죠. 같이 '마트 장보기'를 하거나, '강아지 산책'을 하거나 아무것도 하지 않고 소파에 누워서 TV를 보는 것들이 그래요.
와이프 생각은 어떨지 모르지만....
때로는 무료하고 귀찮은 것도 사실일 겁니다. 가끔은 혼자 있고 싶은 날도 있을 테니까요. 그런데 문뜩문뜩 떠오르는 행복감이 있어요. 기억을 떠올려 보면, 혼자 TV를 보다가 갑자기 "이게 정말 행복이구나~"라고 생각한 적은 없는 것 같아요. 그냥 "편안하다" 정도였죠.
그런데 와이프와 함께 산책을 하거나 TV를 보면서는 문뜩 "아~ 이런 게 행복이네~" 하고 혼자 생각한다니까요.
와이프도 입버릇처럼 그렇게 이야기하기도 하고요.
(뭐 아직 신혼이라 그런가? 아무튼 현재는 그렇습니다. 그렇다고 늘 그렇다는 건 아니고요. 하하)
결혼은 한 사람의 인생이 제 인생이랑 융합되는 과정이죠. 그래서 그 사람의 행복도 함께 느끼고 슬픔도 함께 느끼게 됩니다. 그래서 행복한 만큼 불행이나 근심 걱정들도 함께 오긴 하지만. 그래도 함께 하는 게 의지가 되긴 하더라고요.
근데 예외적으로, 만약 당신이 돈도 많고, 친구도 많고 사랑하는 사람도 있고 둘이 결혼을 하지 않아도 된다고 마음만 맞는다면 굳이 결혼을 하지 않아도 괜찮은 것 같긴 해요. 그렇다면 결혼은 제도에 불과하니까요.
오히려 믿음이 좀 부족하거나 흔들림이 좀 있을 때 결혼이라는 제도를 이용해서 조금 더 안전하게 장치를 만들어두는 것도 맞는 거 같아요. 하하
결혼을 스타크래프트로 비유하자면
해처리 (결혼 전)
레어 (결혼 후)
하이브 (육아 돌입)
정도일까요.
해처리에서도 저글링(솔로 생활)이랑 히드라(자유로움)가 좋으면 상관없어요. 충분히 게임(인생)을 이길 수도 있으니까요.
그런데 결혼하면 확실히 다른 인생이 펼쳐집니다. 뮤탈리스크도 뽑을 수 있고 퀸도 뽑을 수 있는 것처럼 아예 다른 형태로 운영체제가 바뀌어버려요. 생각하는 것도 조금 바뀌고요.
그래서 결혼생활은 정말 새로운 삶인 것 같아요.
인생 팀플을 하면서 다양한 퀘스트도 있어서 적당한 긴장상태도 유지되거든요.
1. 양가 부모님, 가족 챙기기
2. 안정적인 경제력 갖추기
3. 부부간의 힘 밸런스 유지하기
4. 삶 스타일 통일, 조율하기
5. 아이 계획하기
6. 기타 등등
이렇게 하나하나 퀘스트를 함께 의논하고 클리어하면서 살아가는 거죠.
단타 미션도 있지만 초장기 인생 전체의 미션도 있으니 쉴틈이 없습니다. 그게 스트레스도 되지만, 인생의 원동력이 되기도 하니까요.
영화 매트릭스에서 기계가 인간을 배양할 때 파라다이스에서 키우니까 인간들이 막 죽었다고 하잖아요. 그래서 적당한 스트레스를 주면서 키웠더니 잘 크더라~라는 이야기를 했던 것 같습니다. (농담 반 진담 반 : 비유가 적절하지 않지만, 떠오른 내용)
아무튼, 결혼은, 해보니 확실히 좋습니다.
제가 결혼에 대해서 글을 쓰게 된 것도 결혼에 관해서 글을 쓰는 이 순간이 행복하기 때문입니다.
그럼 된 거죠.
앞으로 멋진 팀플레이를 만들어가야겠습니다.
:-)
<2020년 7월 20일 월요일에 문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