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변할 것들은 줄어들고 있다.
나도 멋진 고무장갑을 구입했다.
이제 제법 폼 나게 설거지를 할 수 있어.
(나는 진심으로 좋아하고 있다.)
결혼생활은 일상의 행복이 깃들여있다.
대단히 낭만적이고 대단히 아름다운 그런 상황보다는 굉장히 잔잔한 이벤트가 나에게 행복과 안전감을 준다.
함께 마트를 가고 시식코너를 돌며 이쑤시개로 고기를 찍어 먹거나 마감 시간이 돼서 연어회를 싸게 구입해서 득템 한 기분을 공유하거나, 동네에서 새로운 강아지 산책 코스를 발견하는 것들.
그리고 나에게 어울리는 고무장갑을 사는 일이나 설거지나 청소를 시키지 않았을 때 먼저 하고 난 후의 자신감과 돌아오는 칭찬이 그것들이다.
결혼 전보다 할 수 있는 것들은 더 많아졌지만, 해야 할 일들 역시 많아져서 결과적으로는 시간이 부족하다.
해야 할 일들은 집안일이나 양가의 집안일을 챙기는 일도 포함되어 있다.
우리에게 아직 아이는 없지만, 아이나 다름없는(하지만 매우 다른) 강아지 "나로"가 있는데, 이 녀석을 돌보는 일도 제법 손이 많이 간다.
안정적으로 변한 것은 없지만, 더 이상 변할 것들은 줄어든 삶.
그래서 결과적으론 안정적인 기분이 드는 것일 수도...
요즘은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것에 그저 감사할 뿐.
<이 글은 서랍에 저장 된 채 방치되어 있다가 이제야 발행된 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