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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금개구리 Jan 04. 2021

백화점과 택시가 싫은 이유

불특정 소통에 대한 거부

백화점에서 쇼핑을 하는 것은 유독 불편함을 느낀다, 크기와 규모를 떠나 그렇다. 혹자는 격자식 배열로 공간 레이아웃에 의해 만들어진 백화점은 직선적 사고방식을 하고 있는 남자들에게 피로함을 준다고 하지만. 일반 대형 매장이나 SPA 브랜드 매장에서는 피로함이 덜 생기는 것을 보고 이유를 정리해봤다.



인간관계에 대한 거부

소통이 사회 전체의 키워드이지만 소통과 커뮤니케이션에 대한 피로도 역시 상당하다. 날마다 모바일을 통해서 멀리 떨어진 친구의 근황을 확인하고 심지어 아예 모르는 사람들의 일상까지 무작위로 나에게 도달한다. 이런 SNS 놀이가 재미를 주는 것도 사실이지만, 이렇게 방대한 양의 인맥을 의식과 무의식의 경계 안에서 뇌가 관리하다 보면 피로감을 느끼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된다.

그런 이유로 나는 때로는 소통의 공백을 원하고 있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서 백화점의 경우 각 매장마다 다른 점원이 있기 때문에 한 바퀴만 둘러봐도 각 매장의 점원이 계속해서 인사를 하고 호객행위를 하게 된다.  매장에 제품이라도 둘러보기 위해 쇼룸에 진입하면 굳이 제품 설명이나 찾으시는 물건에 대해 물어본다. 사실 나도 내가 찾는 물건이 어떤 건지 몰라서 이렇게 넓은 매장을 빙빙 돌고 있는데 말이다.

웹상에서 이미 매시간 수많은 대화를 하고 있는 와중에, 머리를 식힐 겸 쇼핑을 하러 왔는데, 점원은 나에게 또 대화를 시도한다. (물론 친절의 의도이니 감사하다만) 그런 대화가 나는 조금 불편하다. 굳이 이야기하지 않아도 될 내용을 확인해야 하기 때문이다  


술이 취해 밤늦게 집에 귀가할 때도 택시를 타지 않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비슷한 비용의 기본거리라 할지라도 더 빠른 시간 내에 집에 도착할 수 있음에도 굳이 버스나 지하철을 타는 이유는 내 시간과 감정에 다른 사람이 개입되는걸 원치 않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택시 안에서 기사님이 어떤 대화를 시도할 때 무시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말동무를 해드리다 보면 나 역시 피곤해진다  내가 서비스를 받는 것인지 해드리는 것인지도 분간이 안 갈 때도 있다  

택시 기사님도 이러한 것에 많은 고민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승객에게 대화를 시도하는 게 좋은 서비스인지 그냥 조용히 목적지까지 아무 말 없이 데려다주는 것이 더 좋은 서비스인지 말이다.


아... 조용히 가고 싶다....

인간은 "관계"를 꼭 필요로 하지만 때로는 단절이 필요한 것 같다.

그래서 훗날에 무인택시가 나온다면 아마 나는 적극적으로 이용할 것이다.


<2020년에 발행하는 2018년 즈음의 글>

<발행시기를 놓치면 그냥 망하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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