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와의 아주 사소한 시간
인생 숙제. 첫 번째.
엄마와 마트 장보기를 하시오.
그간 얼마나 많은 장바구니를 집으로 옮기셨을까.
성인이 된 후 결혼을 하고 아내와 함께 수박을 한통 사 오며 문뜩 생각이 들었다.
이제야 내손으로 장을 본 후 집으로 가는구나.
돌이켜보면 나는 엄마를 위해 그 흔한 귤 한 봉지, 수박 한 통을 사는 것이 익숙하지 않았는데.....
엄마는 그 무거운 장바구니를 마트에서부터 우리 집까지 그렇게 수천수만 번 옮기셨구나.
엄마가 돌아가신 후 가장 후회되는 것 중에 제일 첫 번째로 떠오르는 것이 바로 엄마와 마트를 가는 것이다.
동네 마트는 엄마가 카트를 이용해서 혼자 다니실 수 있지만, 대형 마트는 차로 이동해야하기 때문에, 엄마는 가끔 나에게 부탁하셨다.
"아들~ 퇴근하면 엄마랑 이마트에 같이 가자"
그때마다 나는 귀찮은 듯이,
"오늘은 그냥 동네 마트에서 사도 되지 않을까?"
라며 엄마에게 이야기했던 것 같다.
그리고는 엄마는 또 작은 장바구니 카트를 가지고 골목길을 걸어서 장을 보시고 오셨겠지...
뭐 얼마나 바쁘다고, 뭐 얼마나 대단한 일을 하겠다고 나는 고작 마트 장보기도 몇 번 못했을까.
<인생숙제 : 첫 번째, 엄마와 장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