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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금개구리 Jan 14. 2021

문뜩 미안하다는 생각 :

결혼 후의 삶

문뜩, 미안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와 결혼해서 말이다. 


더 좋은 것들을 해줄 수 없어서, 더 근사한 삶을 살게 하지 못해서, 더 멋진 남편의 모습으로 있지 못해서,

그래서 미안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도 "우리는 소소한 행복을 누리면서 살고 있잖아~"라고 위로 하지만, 너무 “소소한 행복만 누리게 해 주는 건 아닐까?” 하고 말이다. 솔직한 심정으로는 나도 좋은 집, 좋은 차, 억대 연봉으로 헤헤가 다른 사람들 앞에서도 어깨에 뽕이 들어갈 수 있었다면 좋았겠다는 생각을 하니까.


아무튼. 

내가 아니었다면, 당신이 아니었다면, 우리는 어떤 삶을 살고 있었을까? 결혼을 했을까? 

헤헤는 모르겠지만, 나는 아직 결혼하지 못했을 것 같다.  나는 운이 좋고 헤헤는 운이 나쁜 걸지도..




나는 틈이 날 때마다 문뜩문뜩 생각날 때마다 글을 써두고 브런치에 임시 저장을 해둔다. 윗글은 며칠 전에 썼던 글이지만, 지금 이 문단은 지금 쓰고 있는 글이다. 조금 전에 헤헤와 말다툼을 했다. 사소한 말다툼.

그리고 점심을 먹고 한숨을 자고 난 후, 지금 이 글을 열어봤다. 문뜩문뜩 고맙고, 미안하고, 사랑하지만, 현실의 삶에서는 좀처럼 표현하기 어렵고 자꾸 잊는 게 현실이다.


사랑하는 사람과는 언젠가 헤어지게 된다. 연인과의 사랑도, 부부의 사랑도, 이별이든, 죽음이든, 마지막 순간에 사랑을 상실하고 나면 후회와 그리움밖에 남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나는 왜 이럴까?

결국 나를 사랑해줄 사람, 내가 사랑할 사람은 지금 이 순간에도 내 옆에 있다는 것을. 잃기 전에 조금이라도 더 표현하고 더 사랑해야겠다.  


나는 이 글을 쓰고 헤헤에게 다가가 사과할 것이다.

물론 받아줄지 모르겠지만ㅋ

그리고 또다시 문뜩 미안하다는 생각이 든다. 


<2021년 1월 12일 화요일 오후 5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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