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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금개구리 Jan 18. 2021

단상 : 어떤 마음으로 등산을 하셨을까

요즘 등산을 자주 가게 되었다.

지난겨울 손을 다치면서 사이클을 못 타게 되니 회복받는 동안 종종 등산을 다니게 되었는데 다니다 보니 거의 격주로 가는 꼴이 되었다. 




엄마는 등산을 좋아하셨다. 등산을 같이 가자고 엄마에게 몇 번이나 이야기했지만, 정작 가까운 도봉산 한 번도 가지 못했다. 그땐 시간이 아직 많이 남아있을줄 알았다. 누구나 그렇듯. 우리는 부모님의 시간을 따라가지 못하니까. 엄마가 떠난 후 자식이 후회하는 뻔한 패턴의 후회를 하고 있는 나 자신이 부끄럽다.


엄마는 매주 어떤 마음으로 등산을 하셨을까

어제 신발장을 정리하다가 어머니가 가지고 다니시던 등산스틱을 발견했다  듀랄루미늄으로 만든 스틱인데 처음 보는 브랜드였다. 엄마에게 좋은 등산스틱 하나 못 사드린 탓에 마음이 좋지 않다. 


나는 결혼을 하고 나서 많은 것을 느끼고 있다. 엄마가 얼마나 힘들었을지, 엄마가 계셨을 때, 내가 지금처럼 행동했다면 어땠을까. 엄마에게 며느리가 차려주는 식사를 대접해드렸으면 어땠을까. 엄마와 함께 가족여행을 갔으면 어땠을까. 수많은 후회가 담긴 생각을 하게 된다. 

엄마가 살아계실 때에 가끔 시장을 보고 돌아오는 길에 엄마의 보폭을 맞추지 않고 걸었던 내 모습까지 떠오르며 후회가 된다. 그 시간이 얼마나 소중한데, 그것마저도 빨리 끝내려고 엄마의 걸음을 재촉했던 걸까.


오늘 꿈에는 엄마 대신 장모님이 나오셨다. 장모님이 우리 집에서 주무셨는데 별일 없는 일상적인 꿈이었다. 

엄마에 대한 그리움이 커질수록 장모님께 더 잘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헤헤는 원래 잘하고 있고, 이제 나만 잘하면 된다. 


오늘 저녁에는 장모님께 전화를 드려야겠다. 


<2021년 1월 18일 눈 오는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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