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YBE CBO 민희진님의 이야기에서 얻은 영감을 공유합니다.
최근 HYBE의 CBO 민희진님이 <유퀴즈>에 나와 이런 말씀을 했다. "세상은 역시 정반합(正反合)인거 같다." 요즘 이 말이 잘 와 닿는다.
내가 살아오면서 경험하여 축적된 모든 것이 정(正)이라고 생각한다. 나의 성장 배경, 가치관, 생각, 경험은 '나'라는 존재가 옳게 만드는 모든 것이다. 즉, 나는 내가 배우고 경험했던 모든 것들을 현 시대의 정(正)으로 규정하고 세상을 바라본다. 직장 생활에서도 마찬가지다. 내가 축적한 지식과 노하우, 내가 경험한 회사의 시스템, 규율 등은 모두 내게 정(正)이다.
이것은 사회에서 말하는 '올바름'이 아니다. 오롯이 나에게 국한된 정(正)인 것이다. 이것을 직장으로 간주하고 범위를 넓혀보면, 직장에서 규율과 규범이라고 생각되는 모든 것들은 정(正)이다. 예를 들어, '30분 전까지 자리에 앉아서 준비하기', '매주 월요일 오전 10시 주간회의'와 같은 것들은 직장에서 갖고 있는 정(正)인 셈이다. 이를 기업으로 확대하면, 조직문화 · 의사결정 방식 · 인사제도 · 비즈니스 전략 등에 속한다.
자세히 보면 우리가 당연하게 생각하고 있는 것들은 모두 정(正)이다. 그리고 사람들은 생각보다 정(正)이라는 것에 집착하며, 그것이 옳다고 믿는다. 오랜 시간, 모두의 사회적 합의를 통해 굳건하게 만들어진 것이 '올바르다'고 믿기 때문이다. 그러나 세상은 정반합(正反合)이라고 했다. 이 말처럼, 지금 우리가 규정하고 있는 정(正)이 지속적으로 올바른 것일 수는 없다. 그리고 이것은 때론 강력한 반(反)에 부딪히게 된다. 우리는 이것을 "변화와 혁신"이라고 말한다.
현재 당연하게 생각하고 있는 것들에 "왜?"라는 의문을 던질 때, 반(反)이 형성된다. 그리고 반(反)에 직면한 대다수의 사람들은 이질감을 느끼며 강하게 거부하거나, 외면한다. 사람은 심리적으로 예상치 못한 것들에 강한 부정을 느낀다. 정(正)은 나의 가치관, 일상이기에 예측 가능한 삶이 벌어지지만, 반(反)은 가보지 않았던 길이기에 강한 반발심리가 생겨나게 된다. 즉 내 삶에서 늘 숭고하게 여겨왔던 가치관들에 도전 받을 때, 비로소 반(反)이 등장하는 것이다.
반(反)의 긍정적 단어는 '변화와 혁신', '혁명', '진화', '수정과 보완'이라고 말한다. 부정적 단어는 '반역', '배신', '반란', '실패'와 같은 말을 사용한다. 이것은 내 삶에서도 그렇고, 직장생활에서도 늘상 일어나는 일이다. 누군가와의 대화에서 내가 미처 생각지도 못한 것들이 떠올랐을 때 우리는 반(反)을 변화와 혁신으로 생각한다. 예를 들어, 기업의 사례로는 애플의 스티브잡스가 투박한 모양의 휴대폰이 아닌 감각적인 부드러움, 심플함을 묘사한 iPhone 을 등장시켰을 때가 대표적인 예일 것이다. 최근 차량의 모습을 보면, 과거 5~10년전까지만해도 곡선형의 디자인을 선호하는 것과 달리, 최근 남성을 중심으로 각진 Jeep나 올드한 캐딜락을 선망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
그러나 반(反)은 기존의 정(正)을 부정하는 것이기에 성공 가능성이 희박하거나, 시도 조차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더욱이 반(反)은 나의 세계관을 건드리는 요소로, 자신감과 자존감에 스크래치를 내는 경우가 많다. 사람은 반사적으로 자신의 자신감과 자존감을 지켜내려하기에, 자연스럽게 반(反)에 반(反)을 하게 된다. 즉, 정(正)을 다시 찾는 것이다. 또, 반(反)이 매번 좋은 것은 아니다. 적절한 수준을 넘어서, 극단의 반(反)은 오히려 거부함과 혐오감을 만들어내기 때문에 그렇다. 그러므로, 단순히 반(反)을 강조하기 보다 정과 반의 합(合)을 만드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
합은 결국 정(正)을 얼마나 내려놓을 것인가에 대한 기준을 정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반(反)이 아무리 거세더라도, 정(正)에 대한 나만의 기준이 확고하다면 적정선의 합(合)을 이뤄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기준(Line)'이라는 것을 정하는 것도 쉽지 않다. 정(正)을 얼마나 내려놓을 것인가에 대한 기준을 설정하는 것도 지극히 주관적이기 때문이다. 최근 들어 세대 간 갈등, 조직문화, 소통과 관련된 내용을 깊이 고민하면서 결론 내린 합(合)은 '형식/방식'을 정하는 것이다.
나의 정(正)은 나의 세계관(앞서 말한 경험, 지식 등으로 축적된 나)이다. 본질을 기준으로 나라는 사람을 잃지 않는 선에서, 반(反)을 받아들이면 된다. 예를 들어, 최근 등장한 아이돌 뉴진스는 '아이돌'이라는 명확한 정체성을 갖고 있다. 트렌디한 음악의 Attention, Hype Boy는 대중에게 사랑 받는다. 그러나 그들이 입은 옷과 네이밍을 보면 최근 유행하던 옷이나 스타일과는 전혀 다른 90년대 스타일을 뽐내고 있다. 그들의 본질인 노래(正)는 그대로이나, 요즘의 패션이 아닌 과거의 패션을 가져오는 도전(反)을 형식의 변화(合)로 이끌어낸 것이다.
회사도 마찬가지다. 기존에 성공해왔던 방식(正)들이 있다. 그러나 때론 반(反)에 부딪히게 되는데, 그것은 새로운 사람, 고객과 시장의 변화, 생각, 어휘, 방식 등이 있다. 그리고 합(合)은 종합적으로 모색한 새로운 방식(형식)이다. 예를 들어, 과거 백화점은 쇼핑공간으로 평당 매대를 많이 깔아 수익을 내는 구조였다면, 현재는 평당효율을 포기하고 고객을 최대한 많이 모으고, 체류시간을 늘릴 수 있는 체험형 공간으로 활용되고 있는 점을 들 수 있다.
합(合)을 만들기 위해서는 결국 정(正)을 명확히 인지하여 기준을 확립하고, 반(反)을 받아들이는 형식을 모색해야 한다. 앞서 백화점의 본질(正)은 결국 쇼핑을 통한 매출증대라는 것이었고, 매출증대에 필요한 명품 브랜드 입점 등의 주요 요인들을 위해 또 다시 필요한 것은 많은 고객을 모으는 일이었다. 그리고 이를 위해, 쇼핑보다 체험형 공간을 선호하는 고객(反)에 맞춰 형식의 변화(合)를 이끌어낸 것이다. 조직 문화 또한 마찬가지다. 기업의 정체성이 정(正)이라면, 새로운 사람과 시스템은 반(反)이 된다. 그리고 이것의 합(合)을 이루는 것은 새로운 형식의 소통, 업무방식, 형태가 되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때론 나의 정(正)이 틀렸다는 것과, 반(反)이 옳을 수도 있겠다는 것을 끊임없이 인지하는 것이다. 또한 때론 정과 반이 뒤바뀔 때도 있다는 것이다. (물론 이 과정에서 '나'라는 정체성의 본질이 변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이런 생각들이 함께 진행되면 보다 합을 만들어내는데 수월하며, 좋은 의사 결정과 결과를 맺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