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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타스정 Sep 20. 2022

서론. MZ세대라고 하지 좀 마세요!

MZ세대라는 구분은 누가한 것일까? 왜 우리는 세대를 구분하는가?

요즘 사회적 현상을 이야기할 때 꼭 빠지지 않는 것이 바로 'MZ세대'이다. 생활, 일상, 소비, 직장 등 모든 부분에서 화두가 되고 있는데, 왜 이들은 이토록 주목받고 있는 것일까? 기업의 조직문화 및 채용, 교육을 담당하면서 MZ세대라고 불리는 이들에 대한 직장(사회)의 시선을 인사팀 입장에서 이야기 하고자 한다. 또한, 실제 MZ세대인 내가 직장(사회)을 바라보는 시선도 함께 이야기 하고자 한다. 그리고 업무와 일상에서 늘 중간의 입장을 고수해야 하는 '내'가 느낀 생각들을 서슴없이 풀어내고자 한다.



"네가 MZ세대잖아. 무슨 아이디어 없어?", "아, 너도 MZ세대지!"


사실 몇 년전까지만 해도 내가 가장 많이 들었던 말들이었다. 2018년, 신입사원으로 처음 입사할 당시 가장 핫한 이슈는 밀레니얼 세대로 대표되는 90년대생들과의 소통이었다. 특히 당시 회사는 유통업(백화점)으로, 트렌드에 굉장히 민감한 산업이었기에 밀레니얼 세대의 생각을 이해하는게 무엇보다 중요했다. 그 당시 내가 맡았던 업무는 기업문화였다. 91년생인 나는 대표적인 밀레니얼 세대 중 하나였고, 그래서일까? 회사에서는 내게 MZ세대와 세대 간 갈등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한 업무들을 자주 맡겼다. 아무래도 그들에 속한 사람으로써, '가장 잘 이해하고 만들 수 있는 사람이지 않을까?'라는 생각때문이었다.


처음에는 하도 'MZ세대다', '요즘 젊은이들의 생각'을 묻길래 "우리가 그렇게 유별난가?"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직장생활을 하면서, 인사팀으로 기성세대와 MZ세대의 소통 프로젝트를 담당하면서 느낀 것은 '그들도 똑같은 사람'이라는 것에 별반 다를 바 없다는 것이다. 똑같이 편하게 일하고 싶고, 돈은 많이 벌고 싶고, 맛있는 것을 먹고 싶은 사람들이다. 그런데 사회는 그들을 향해 '이전에는 없던 MZ세대'라며 독특하다고 말한다. 과연 무엇이 그렇게 독특한 것일까?




1. MZ세대는 결코 다르지 않다. 그 이전에도 똑같은 세대 구분은 있었다.


아직도 신입 보수교육(Retention 교육) 때의 일이 기억에 남는다. 소비 트렌드를 소개하며, 젊은 소비를 즐기는 4050세대를 향해 '영포티(Yong Forty)', '뉴포티(New Forty)'와 같은 신조어를 이야기한 적이 있다. 그 과정에서 당시 아직 30대 중후반이었던 인사기획 과장을 향해 '영포티(Young Forty)'라고 소개하며 웃음을 준 적이 있다. (아직도 만나면 이야기하신다.ㅎㅎ) 사실 최근 40대가 된 사람들은 90년대를 주름잡았던 개성파 X세대이다. 현재의 50대는 혁명을 부르짖으며, 사회 개혁을 주도했던 노동운동 세대이기도 하다. 이들은 젊은 시절, 똑같이 변화와 혁신을 주도하기 위해 다양한 활동들을 해왔던 사람이라는 것에 별다른 차이점이 없다. 그러나 그 시절, 기성세대들에게 이들을 늘 '독특한 사람'들로 인식하고 '00세대' 라고 불렀다. 그리고 이들은 지금 또 하나의 기성세대가 되어 젊은 이들을 향해 'MZ세대'라는 타이틀을 씌워주고 있다.


중요한 것은 그들이 스스로를 "난 X세대에요!", "난 MZ세대에요!"라고 말한 적이 없다는 것이다. 오히려 그들은 자신들이 그렇게 불린 것을 싫어한다. 심지어 처음에는 사람들이 자신들을 향해 MZ세대라고 부르는 것조차 몰랐다. 그런데 사회는 그들을 굳이 특정 세대로 구분지으며, '기존과는 다르다'는 편견을 씌우고 그들의 특징을 분석하려고 한다. 심지어 고대 이집트 벽화에도 '요즘 애들은 버릇이 없다'라는 문구가 나오지 않았던가? 그만큼 시대와 장소를 가리지 않으며, 인류사에서 기성세대와 젊은 세대 간의 이야기는 늘 화두였다. MZ세대라고 유별나지 않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에게 매번 이런 일들이 반복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2. 모든 것은 정반합(正反合)이다.


사람이 모여 만든 사회는 늘 변화와 혁신을 추구한다. 그렇기에 젊은 세대들은 성장과정에서 기존세대들이 살아온 환경에 대한 개선점과 문제점들을 파악한다. 그 과정에서 그들의 행동과 사고, 표현 방식은 기존세대와는 반(反)할 수 밖에 없게 된다. 반면 기존 세대들은 당대의 경제·산업 발전을 이끌어가는 사람(正)이다. 이들은 사회적 변화, 혁신을 주도하기 보다 현재의 삶에서 보다 나은 내일을 위해 살아간다. 미래보다는 현실에 더 가까운 사람들이기 때문에, 새로운 변화에 민첩하게 대응하기 쉽지 않다. 시간적 여유도, 삶의 무게감도 다르기 때문이다.


그러다보니 사회적 환경, 트렌드, 향후 미래를 설명하는데 있어 '젊은 사람'들은 늘 지표가 된다. 언론/학자/기업가 등은 이들을 특정 세대로 구분하고, 표현 방식과 행동, 사고 등을 바탕으로 향후 사회적 변화의 지표를 가늠한다. 그리고 기존 세대들에게 이들을 언급하며 변화의 지표를 제시하고 공유하게 된다. 즉, 기존 세대에게 이들은 '배움의 대상', '연구의 대상'으로 사회적 변화를 체감할 수 있는 하나의 지표인 셈이다. 문제는 이들이 현 시대에는 반(反)이라는 것이다.


기존 세대들의 정(正)에는 다양한 가치와 규범, 규칙들이 포함된다. 그 시대를 30~40년동안 살아오면서 만들어온 사회적 규범, 규칙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러한 규범과 규칙은 늘 새로운 세대에게 도전 받는다. 예컨데, "1분 일찍 출근하면, 1분 일찍 퇴근해도 되나요?", "워라밸이 더 중요하죠.", "전 받은 만큼만 일할래요."는 기존 세대에게 반(反)하는 행동인 것이다. 기존 세대들은 오전 7시까지 출근을 해야 했고, 10 to 10이 당연했던 세대였다. 열심히 일하는 노동의 가치를 신성하게 여기며, 노력의 댓가가 성장을 안겨줬던 세대였다. 그러나 산업과 경제 발전의 성장이 성숙기에 이른 요즘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젊은이들에게는 노동의 가치보다는 효율의 가치를 우선시 한다. 직장 보다 본인의 인생이 우선이며, 집단 보다 개인의 이익을 중시한다. 그러므로 시간적 효율을 따졌을 때, 직장생활보다는 개인생활에서의 효율을 더욱 중시하며 퇴근 이후의 삶에서 가치를 찾고자 하는 것이다. 이는 비단 대한민국 뿐 아니라 주요 선진국인 미국, 영국, 캐나다, 프랑스 등에서도 숱하게 일어나는 일이다. 그런데 여기서의 문제는 기존 세대(正)와 MZ세대(反)가 서로를 이해(合)하기 위한 소통의 방식에서 차이가 발생한다는 점이다. 그리고 이것이 주요 세대 간 갈등 원인으로 발생한다.




3. 합(合)을 위해서는 성장환경의 변화를 이해해야 한다.


사실 그 이유는 수 만가지가 있지만 핵심 요소는 서로를 이해하기 위한 노력의 방식이 '각자 만의 방식'이라는데 있다. 예를 들어, 기존 세대가 MZ세대에게 야근을 원할 때 그들이 택하는 방식은 '목적·목표 없는 일방향적 소통'이며 '눈치'를 강요한다. 또한 '직장 내 관계의 중요성'을 요구하며 그것이 사회생활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MZ세대는 '왜 우리는 그렇게 안자라왔는데 강요해요?' 라며 눈치보다 공정한 투명한 소통을 요구하며, 관계보다는 협력의 중요성을 이야기한다. 일례로 최근 리멤버 커뮤니티에 한 소기업 사장님이 글을 올렸다 뭇매를 맞은 적이 있다. "내가 솔선수범에서 사무실에 쓰레기를 치우고, 청소도 하는데 퇴근 길에 직원에게 쓰레기 좀 버려달라고 말했더니 가는 길이 달라서 버리지 않겠다." 라고 한 사건이었다. 기존 세대들 혹은 사장님은 '그정도는 해줄 수 있잖아?'라고 말할 수 있지만, MZ세대에게는 그 일이 이해되지 않는 일이다.


"아니 그정도는 눈치껏 해야지! 사회생활 어떻게 하려고?" 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여기에는 서로의 성장환경을 '누구의 기준'에서 이해하려고 했는가가 중요하다. 과거에는 대가족 중심(4~8인)으로 집단(Organization)과 관계(Relationship)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러나 MZ세대들이 자라온 가정환경, 교육환경에서는 능력(Ability)과 협력(Cooperation), 본인의 의사를 명료하게 밝히는 방식을 가르친다. 관계성과 협력성은 엄연히 다르다. 관계성(Relationship)은 누군가와의 연결 속에서 지속성을 갖기 위해 노력하며, 그 과정에서 결속력 강화를 위한 눈치싸움, 상하의 구분이 이뤄진다. 반면, 협력성(Cooperation)은 공동의 목표 달성을 위한 이익적 결속으로, 목표를 합의하고 함께 문제를 해결해나가는 거래적 관계이다. 이는 동등한 구조를 갖고 목표가 달성된다면 언제든지 흩어질 수 있는 이익 관계라는 것이다.


과거에는 대가족 환경에서 혈연 중심의 끈끈한 관계를 강조해왔다. 또한 지연, 학연과 같은 '연결'의 중요성을 늘 말해왔다. 그러나 요즘 세대들은 핵가족 환경에서 살아오며, 맞벌이 환경에서 가족 간의 끈끈한 관계보다 친구, 지인과 협력 관계를 우선적으로 배운다. 그러므로 요즘 세대들은 학창시절부터 '목적과 목표'에 대한 명확한 설명과 이해를 요구하며, 의견에 대한 합의 과정을 우선적으로 배운다. 또한 선생님의 질문에 자신이 틀렸을 경우 무능력한 사람으로 인식될까 두려워 주변의 눈치만 보던 과거와 달리, 현 세대들은 주변을 의식하지 않고 손을 들어 본인의 의사를 어필하는 것 조차 능력이라고 생각한다. 간단한 이야기로 소개했지만(앞으로 많은 이야기들을 하겠지만), 이미 성장환경부터 많은 부분에서 차이가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서로에 대한 '이해'의 기준이 누구에게 있느냐인 것이다. 자신이 MZ세대라면, MZ세대의 기준에서 기존세대를 이해할 것이 아니라, 기존 세대의 기준에서 기존 세대를 바라보아야 한다. 만약 자신이 기존세대라면 MZ세대의 기준에서 MZ세대를 바라볼 수 있어야 한다.



4. 그렇다면,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


결론은 서로에 대한 학습과정이 필요하다. 우리는 경험한 것 이상을 생각할 수 없다. 서로가 경험한 것을 체험하거나, 학습하지 않은 이상 알지 못한다. 우리가 역사를 배우는 것도, 과거와 요즘 문화를 이해하기 위해 체험학습을 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경험의 확장은 성장과 변화, 혁신을 일으킨다. 기업의 대표적인 사례인 명품 브랜드 GUCCI는 MZ세대를 타겟으로 한 리브랜딩에 성공하며, MZ세대 최애 브랜드로 자리잡았다. 구찌라는 브랜드의 본질은 잃지 않되, MZ세대를 타겟으로 한 형식의 변화는 'That's Gucci(엄청 멋지다!)', 'It's so Gucci(구찌스럽다!)'라는 고유명사까지 만들어내며 변화에 성공했다.


물론 나를 100% 변화시킬 수는 없다. 하지만 적어도 요즘 세대에 맞게 형식을 변화시킬 수는 있다. 대표적으로 요즘 세대의 형식을 취하며, 본질을 전파하는 구찌의 노력이 그 증거이다. 한국의 대표적인 '곰표' 또한 마찬가지다. 본인들의 상징성은 그대로 살려내며, 요즘 세대의 형식으로 탈바꿈한 것은 곰표라는 B2B 브랜드를 대중화하고 지속가능한 기업으로 성장하는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반대로 요즘 세대들도 기존 세대들을 이해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한다. 최근 유행했던 뉴트로(New-tro), 트로트 열풍, 토토가 등은 단순히 어른들을 위해 발생한 트렌드가 아니다. 당시의 문화를 공감 시키고, 세대 간 이해를 이끌고자 했던 기존세대들의 노력과 MZ세대의 호응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것이다. 즉, 서로가 서로의 문화를 진정으로 '이해(合)'하려는 열린 마음이 있었기에 가능했다는 것이다. 그 사이에는 'MZ세대'이거나' X세대', '기성세대'라는 구분은 없었다. 그저 사람과 사람만 있었을 뿐이다.


우리는 내가 이해되지 않는 대상을 발견하고, 그것을 표현할 때 꼭 특정한 이름을 붙여 설명한다. 그렇지 않으면 그것을 설명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반대로 그것은 서로를 이해하려는 노력보다 경계선을 긋고, 오히려 다른 점을 찾게 만든다. 그리고 그것을 '다르다 → 틀렸다'로 오해하게 만든다. 이러한 것들이 반복되면 감정의 골이 깊어지고 갈등이 된다.


만약 진정으로 누군가를 이해하고 싶다면, 그 사람이 되어야 한다. MZ세대가 이해가 안되는 기존 세대라면 그들이 되기 위해 노력해봐야 한다. 기존 세대가 이해가 안되는 MZ세대라면, 기존 세대의 문화를 학습해야 한다. 그리고 다시 한번 서로를 들여다보자. 과연, 얼마나 서로는 다를까? 아마 열심히 살고 있는 한 '사람'만 보이게 될 것이다. 그리고 생각보다 별반 다르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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