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

by 윤본
스크린샷 2025-12-30 오후 10.40.27.png Failure is the mother of success

우리가 많이 듣던 매우 익숙한 말인데, 알고 보니 다름 아닌 미국의 발명왕 토마스 에디슨이 했던 말이라고 하네요. 이런 대단한 사람들 뿐 아니라 우리 같은 평범한 사람들도 각자의 성공 뒤에는 들키기 싫은 자기만의 실패 스토리가 대부분 있기 마련입니다. 이번 격언에서는 저와 제 딸의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2018년 초로 기억합니다. 5~6년 정도 다니던 회사에 새로운 대표이사가 부임을 하게 되었습니다. 새로 오신 대표는 자기 사람들을 하나 둘 데려오기 시작했었죠. 머잖아 기존 임원들이 회사를 그만두게 되었고, 회사 분위기는 점점 우울해지고 불편했습니다. 저 역시 이 무렵 이직을 진지하게 고민했었죠.


때마침 다른 팀에서 내부 채용 공고가 하나 났고, 담당 매니저분과는 가까운 사이이기도 했어서 저는 지원해 보기로 결정 했습니다. 얼핏 외부 지원자들도 있다고 전해 들었지만 저는 그분과 얘기도 많이 하고 업무 설명도 따로 듣기도 했어서 크게 신경 쓰지는 않았습니다. 아무래도 내부 직원을 선호할 것이라 생각했었거든요. 하지만 호기롭게 예상했던 것과 달리 저는 보기 좋게 떨어졌습니다. 한 외부 지원자가 결국 최종 합격을 하게 된 거였습니다.


인터뷰는 잘 알고 지내던 직속 매니저와 1차를 하고 그 위인 외국인 매니저와 2차 인터뷰를 하는 순서였습니다. 영어 면접이 쉽진 않았지만 분위기가 유쾌하게 잘 진행되어서, 막상 최종 탈락 소식을 들었을 때 충격이 크기도 했었죠.

시간이 흘러 우연히 제가 탈락했던, 전혀 예상 못했던 이유를 알 수 있었습니다. 그것은 다름 아닌 '질문'이었습니다.


"너와의 인터뷰도 물론 좋았지만 우리는 그가 너보다 더 적합한 인재라고 판단했어. 그가 물어보았던 질문들이 훨씬 생산적이고 건설적이었거든. 지원해줘서 고맙고 이번에 함께하지 못해 아쉽다"


외국인 매니저로부터 설명을 들었을 때, 망치로 머리를 한 대 맞은 듯했습니다. 기억을 돌아보니 내내 잘할 수 있다고만 했지, 혹시 더 궁금한 게 있냐는 질문에는 별다른 말을 하지 않았던 것이 떠올랐습니다. 어쩌면 그 모습이 절실하지 않다 느껴졌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퍼뜩 들었죠. 심지어 나를 잘 모르는 외국인에게는 더더욱 그럴 수도 있겠다 싶었습니다.


고맙게도 이 가슴 아픈 실패는 제가 미처 알지 못했던 '면접관의 입장'까지 생각을 넓힐 수 있었던 계기가 되었습니다. 그 덕에 시간이 흘러 다른 회사로 이직할 때도 보다 적극적으로 면접에 임할 수가 있었습니다.


첫째 딸은 자존감이 매우 높은 아이입니다. 특히나 공부에 있어서는 더욱 그렇습니다. 아이는 중학교 때부터 또래들보다 제법 성적이 잘 나오는 편이었습니다. 그래서 싱가포르에 와서도 공부 잘하는 아이들만 간다는 JC(Junior College)로 목표를 잡았고, 그런 아이가 부모 눈에도 무척 기특해 보였습니다. 그래서 여느 유학생 아이들처럼 국제학교 과정을 선택하지 않고 싱가포르 공립 중등 과정인 O-Level 공부를 시작했었죠.


그러나 현실의 벽은 매우 높았습니다. 한국에서 잘한다던 영어 점수는 이곳에서는 아무 쓸모가 없었습니다. A로 가득 찰 거라는 처음 기대와는 달리 C와 D가 성적표 곳곳에 보이기 시작했고, 아이의 자존감도 바닥을 치기 시작했습니다. 한국으로 돌아가겠다고 히스테리를 부리는 날이 많아졌고, 부모와 언성을 높이는 날들도 점점 잦아졌습니다. 덩달아 집안 분위기도 우울한 날이 많았죠.


결국 아이는 한참 부족한 O-Level 점수를 받았고, 원했던 JC에는 갈 수 없었습니다. 싱가포르에 올 때의 기세는 온데간데 없이 사라지고, 아이는 한국 가겠다는 말만 입에 달고 살았습니다. 그래도 바로 돌아갈 수는 없어 우선 호주 고등 과정을 교육하는 국제학교 과정에 진학했습니다.

아이도 별다른 선택지가 없었기에 큰 고민 없이 다니기로 결정했습니다. 그러나 익숙하지 않은 호주 영어로 진행 되는 수업들은 여전히 아이에게 힘들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했습니다. 집에 오면 문 걸어 잠그고 아무런 말도 안 했던 아이는 어느새 학교 이야기를 하거나 성적 얘기도 종알대는 아이로 조금씩 변해 갔습니다. 자기가 시험을 제일 잘 본 것 같다며 깔깔대기도 하고, 시험 기간이면 밤새워 공부를 하는 날도 많아졌습니다. 징징대며 한국으로 가겠다는 말들은 어느새 사라졌고, 어느새 예전의 자존감 높고 파이팅 넘치던 모습으로 돌아 오고 있는 것을 가족들도 느낄 수가 있었죠. 덕분에 집안 분위기도 덩달아 좋아졌습니다.


"아빠 엄마, 학교에서 나더러 Valedictorian Speech 하래"


생전 들어본 적도 없는 단어였습니다. 어느 날 조금 부끄러워하며 말을 꺼내는 큰애에게 그뜻을 되묻기를 여러 차례, '졸업생 대표연설'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죠. 그동안 마음고생한 것을 너무나 잘 알기에 아내와 저는 아이가 너무도 자랑스럽고 고마웠습니다.


지금 아이는 최선을 다해 열심히 치른 대학시험 결과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또 대학에서 요구하는 영어시험 준비도 해야 하죠. 어쩌면 시험 결과에 따라 아이는 또 다른 실패를 경험할 수도 있겠죠. 그러나 이제 갓 성인이 된 아이는 아마 어렴풋이 깨달았을 것입니다. 살면서 맞닥뜨리는 크고 작은 실패들이 영원한 인생의 실패는 결코 아니라는 것을요. 오히려 그런 실패한 경험들로부터 미처 알지 못했던 다른 기회들이 생겨나고, 거기서 또 다른 큰 성공을 이룰 수 있다는 것을요.


저도 어느덧 직장생활이 25년 차가 되어갑니다. 또래의 다른 이들처럼 저 역시 많은 도전들을 받고 있죠. 다시 이직을 해야 하는 때가 오거나 결국 제 비즈니스를 해야 하는 때가 조만간 올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그 익숙치 않을 험난한 여정에서 저 역시 크고 작은 실패들을 마주할 것입니다. 그렇지만 또다시 꿋꿋하게 그런 어려움들을 이겨내게 되겠죠? 마치 제 아이가 그랬던 것 처럼요.


"Failure is the mother of success" – a saying attributed to Thomas Edison – takes on deeply personal meaning through parallel stories of a father and daughter confronting disappointment.


The father learns a crucial lesson about asking meaningful questions when he loses an internal job opportunity to an external candidate.


His daughter, who aimed for Singapore's prestigious Junior College, faces academic struggles that shake her confidence, forcing her to take an unexpected path through an Australian curriculum international school.


Through these setbacks, both discover that failures aren't permanent defeats but doorways to growth, resilience, and ultimately, surprising achievements like becoming valedictori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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