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 미운놈 떡하나 더준다

Give the Mean Person an Extra Rice Cake

by 윤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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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십 년 인생을 돌이켜 보면 싫어하거나 미워했던 사람이 그렇게 많이 떠오르지는 않습니다. 그래도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는 나름 잘 맺고 살아온 것 같습니다. 그만큼 상처를 받거나 힘들어한 일도 많지 않았던 것 같고요. 하지만 솔직히 저에게도 잊혀지지 않는 미운 사람들이 한두 명은 있습니다.


이 속담의 의미는, 싫거나 미운 사람일수록 오히려 더 잘 대해 주고 그와의 관계를 잘 유지하려고 노력한다는 뜻입니다. 가까운 사이에서도 츤데레처럼 챙겨 주며 "옛다, 미운 놈 떡 하나 더 주는 거야" 라며 대놓고 농담을 하는 경우들도 많죠. 글자 그대로 마음에 들지 않는 사람에게 굳이 뭘 챙겨 주나 싶을 수도 있지만, 오히려 관계를 개선하려는 취지로 생각해 보면 어렵지 않게 이해가 됩니다. 직장에서 나와 맞지 않는 동료를 오히려 더 챙김으로써 관계를 개선해 나가는 모습이나, 트러블이 있는 자녀에게 더 신경을 쓰는 부모의 마음도 비슷할 터입니다.

솔직히 싫었던 사람을 내 글에 남기는 건 부담스럽습니다. 혹여 그가 우연히 보기라도 한다면 그에게는 미안한 일일 수도 있으니까요. 그리고 사람 관계는 어디까지나 양쪽의 말을 들어 봐야 하지만, 여기선 어디까지나 제 관점에서만 풀어보려고 합니다.


내 인생에서 정말 미웠던 사람을 꼽아 보라면, 저는 바로 B가 떠오릅니다. 그에게 직접적으로 표현한 적은 없지만, 그도 제가 자기를 못마땅해 한다는 것은 알고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아니면 이 일들을 이미 잊어버렸을 수도 있고요.


그 일이 있은 지 강산이 한 번은 변하고도 남을 세월이 흘렀습니다. B를 처음 만난 건 10여 년간 근무했던 부서를 떠나 새로운 부서로 발령받으면서부터였습니다. 새롭게 합류하게 된 팀은 총 다섯 명이었고, B 대리는 그중 막내였습니다. 당시 저는 차장이었으니 사실 그와 나이 차이도 상당히 많이 났어서, 서로가 쉽게 가까워질 만한 사이는 아니었죠. 하지만 어수룩한 그의 모습이 순해 보이기도 해 오히려 내가 더 챙겨 주어야겠다고 생각하기도 했었습니다.


제가 새로 맡게 된 업무는 그 팀의 주 업무가 아닌, 다른 조직과 함께하는 업무였습니다. 그러다 보니 팀원들과 서로 부딪칠 일이 많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당시 팀장님은 B의 업무 중 일부를 저에게 배정하였고, 저 역시 사람들과 빨리 가까워지고 싶어 기꺼이 새 업무를 받았습니다.


문제는 인수인계 과정에서 시작되었습니다. 대단한 일은 아니었지만, 10년 넘게 다른 부서에서 근무한 제게 이 업무는 상당히 생소했고, 그러다 보니 이해하는 속도 역시 느릴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B는 인수인계를 하며 제게 짜증을 내는 일이 많아졌고, 그럴 때마다 저 역시 자존심이 적잖이 상하기도 했었죠. 팀장님과 상의해서 업무를 맡지 않겠다고 할까, 아니면 이 녀석을 데리고 나가서 욕이라도 한바탕 퍼부어 줄까, 온갖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다른 팀원들에게는 살갑게 대하고 장난도 치는 B는 유독 제게만 눈도 안 마주치거나 무시하는 듯한 태도를 많이 보였습니다. 저는 참다 못해 B와 터놓고 얘기를 나눠 보기로 결심하고, 1층 카페로 그를 불러냈습니다. 갑작스러운 상황에 B도 적잖이 당황한 듯 보였습니다.


"B 대리, 잠시 얘기 좀 하자."

"...아니 왜요? 무슨 일인데요?"

"B 대리, 내가 뭐 기분 나쁘게 한 게 있나? 우리 터놓고 말 좀 하자."

"아니, 뭐...그런 건 아니고요... 근데 왜 그러시는데요?"

"나도 새로운 팀 와서 잘해 보고 싶어서 안 해도 되는 일 맡은 거잖아. 게다가 나는 이 업무가 처음이니 잘 모르는 게 당연한 거 아냐? 그런데 B 대리가 나한테 그렇게 대할 때마다 솔직히 화가 많이 나더라고."

"...아니, 뭐, 아니...그런 건 아니었는데..."

"좀 부탁하자. 혹시 내가 서운하게 한 게 있으면 숨기지 말고 말해줘."

"아니, 뭐, 네, 그게 뭐..."


대답을 하는 건지 마는 건지, B는 말을 얼버무리기 바빴고, 그의 입에서는 어쩌고 저쩌고 잘 들리지 않는 소리만 계속 이어졌습니다. 사내끼리 소주 한 잔 나누며 오해를 푼 건 아니었지만, 나름 진심을 전했다고 생각했습니다. 눈을 피하고 말을 돌리며 당황해하긴 했지만, 그래도 나이 많은 차장이 부탁을 한 건데 조금은 달라지겠지 하는 기대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제 기대와는 달리 B의 태도는 전혀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그래도 시간은 흘러갔고, 나를 애먹이던 업무도 어느새 익숙해 졌습니다. 다 함께 모이는 회의 외에는 B와 일로 엮이는 일도 많이 줄었습니다. 그런데 업무가 익숙해질수록 B에 대한 실망과 미움이 이상하게도 점점 커져 갔습니다. 이런 별일도 아닌 걸로 나에게 스트레스를 주었다니, 어느새 B는 제 마음속 매우 괘씸한 놈으로 자리 잡아버렸습니다.


팀의 다른 사람들은 대부분 좋은 기억으로 남아 있습니다. 다른 회사로 옮기게 되어 팀을 떠날 때에도 선물을 주며 이직을 축하해 주기도 했고, 시간이 오래 흐른 지금까지 안부를 묻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유독 B만이 오랜 세월이 지난 지금에도 제 마음속에 미운 놈으로 남아 있습니다.


분명 B 말고도 제가 서운함을 느꼈던 사람들이 또 있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런 사람들과도 서로 노력해서 좋은 관계가 될 수 있었으니, 지금 떠오르지 않는 것이겠죠. 어쩌면 B는 내 능력이 부족해 여태 내 속에 그렇게 남아 있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좀 더 크고 맛있는 떡을 그와 나눴더라면 조금 달라졌을까요? 그러나 여전히 마주하기 싫고 그의 행복을 빌어줄 마음도 안 드는 걸 보면, 그가 제게 남긴 생채기가 조금은 깊은 것 같습니다.


"Give an Extra Rice Cake Even to the One You Dislike" — This Korean proverb teaches that the more you dislike someone, the more reason you have to treat them well. By offering a little extra kindness, you preserve harmony and keep relationships from souring beyond repair.


In this essay, the author reflects on B, a junior colleague who met every attempt at connection with cold indifference. After years apart, B alone lingers as an unresolved wound. The author wonders whether a bigger, sweeter rice cake might have changed things — yet admits the scar B left still stings too much to wish him we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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