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 버스 에피소드 추가 - 친구 흰머리)
자신의 관점에서만 상황을 판단하면서 타인의 사정이나 어려움을 고려하지 않고 말하거나 행동할 때 많이들 사용하는 관용어구입니다.
"남의 속도 모르고 그렇게 말하면 상대방은 상처받을 수도 있어", "나는 시험 망쳐서 우울해 하는데 얘는 남의 속도 모르고 자기 성적 자랑만 늘어놓더라고" 등 일상생활에서 친구사이에서나 가족간에도 많이들 쓰곤 하는 표현이죠.
상대를 직접 대면했던 일은 아니었지만 아주 오래전 남의 속도 모르고 제 발을 동동 구르게 하고 속이 까맣게 타들어갔던 사건이 하나 있었습니다. 때는 지금으로부터 정확히 20년전, 2005년 초여름 어느날이었습니다. 아마 6월말이나 7월초로 기억을 합니다. 세월이 오래 흘렀지만 시기를 정확하게 기억하는 이유는 그 사건이 바로 저희 큰애가 태어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발생했었기 때문이죠.
결혼하고 감사하게도 바로 아이가 들어선 우리 부부는 이듬해에 딸아이를 드디어 만날수 있었습니다. 여느 신혼부부들처럼 아무것도 모르는 초짜 엄마 아빠에게 첫 아이는 모든것이 낯설고 어려웠으며 매우 조심스러웠습니다.
건강하게 자연분만으로 아이를 낳고 아내는 얼마 기간 처가에서 산후 조리를 했고, 몇주 후 어느날은 시댁이 있는 광주로 떠날 채비를 하고 있었습니다. 오매불망 첫손주를 궁금해 하시는 시어머니와, 시할머니에게 아이를 인사드리러 가기 위해서였죠.
지금 돌이켜 생각해보면 너무나도 서툰 젊은이 둘이, 이제 갓 태어난 아이를 데리고 먼길 간다고 하는 모습이 얼마나 미덥지 않아 보이고 걱정스러운지 한편으로는 아찔하기까지 합니다. 게다가 아내와 저는 상의 끝에 아예 다니는 차가 적은 밤에 내려가기로 결정을 했고 그렇게 그 위험한 밤운전은 시작이 되었습니다.
오래 전에 이미 단종이 된, 작은 노란색 소형차에 부부는 아이를 태우고 경부고속도로를 달려가고 있었습니다. 밤운전이기도 하고 아기가 있다보니 최대한 시야 확보를 하고 안전운전을 하려고, 안전 속도도 지키며, 반대편 차선이나 앞에 다른 차가 없으면 상향등도 잠깐식 켜면서 나름대로 시야 확보를 하면서 운전을 하고 있었습니다. 두세 시간 쯤 상향등을 껏다 켜기를 반복하던 중 갑자기 한번 켜진 상향등이 꺼지지를 않는 것이었습니다. 본의아니게 앞차에게도 그리고 반대편에서 달려오는 차들에게도 속칭 '눈뽕'을 마구 마구 쏘아대는 민폐를 끼치게 되었죠.
예상치 못한 상황에 저와 아내는 너무 당황스러웠지만, 고속도로를 달리는 중이었기에 차를 세울수도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게다가 아이도 깊게 잠이 들어서 더욱 조심해야 하는 상황이었구요. 어쩔수 없이 10여킬로미터를 더 가 휴게소에 들어갈수 있었고, 주차를 하고 시동을 끄고 나서야 라이트는 꺼졌고 민폐끼치던 상향등을 멈출수 있었습니다.
다시 출발전에 이리저리 시동을 다시 켜보고 라이트도 껏다 켜보고 이제는 다시 잘 작동되는 것 같아서 저희는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고 다시 갈 채비를 합니다. 뒷자리 카시트에 아이도 쌔근쌔근 잘 자고있었구요. 저도 아내도 그땐 몰랐습니다. 괜찮겠지라고 생각하고 그냥 출발한 다음 어떤 섬뜩한 일이 우리 가족에게 일어날지를요.
상향등이 문제였나 생각이 들어, 시야가 좀 어두웠지만 그래도 전조등만 켜고 운전을 하고 있었습니다. 어두워선지 당시 차량의 라이트 밝기는 신통치 않게 느껴졌고, 호남선 고속도로의 가로등도 그날따라 듬성듬성 몇개 없는 것 처럼 느껴졌었죠.
그때였습니다. 퍽 하는 소리와 함께 앞을 비추던 라이트가 갑자기 꺼져버렸고, 새벽 2시가 넘은 시간에 고속도로는 거의 차도 보이지 않는 상황이었죠. 가로등도 보이지 않는 구간에서는 정말 앞도 안보이는 깜깜한 암흑속을 운전을 하고 가야 하는 상황이었습니다. 이제 세상에 태어난지 한달 된 딸은 무슨 일이 생긴줄도 모르고 세상모르고 자고 있고, 예상치 못한 상황에 아내도 크게 당황하여 어쩌지 어쩌지를 반복하며 발을 동동 구를수밖에 없었습니다.
어떻게든 조금이라도 시야 확보를 하려고 머리를 앞유리에 가져다 대고 운전대를 잡아야 했고, 혹시 몰라 뒷차가 우리차를 발견 못하고 달려들진 않을까 룸미러도 함께 주시하면서 등에선 식은땀이 흐르고, 어떻게든 다음 휴게소까지 가야 하겠다는 생각밖엔 없었습니다.
그러기를 5분쯤 시간이 흘렀을까요. 다행히 앞서 가는 차가 한대가 보였습니다. 저는 그 차에 조금 바싹 붙어서 따라 가면서 "살았다. 이차 뒤를 붙어가면 안전하게 갈수 있겠다." 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세상은 제 생각과는 너무도 달랐습니다. 제가 차를 앞차에 조금만 가까이 붙으려 하면 그 차는 쌩하니 속도를 내고 가버리는 겁니다. 속도를 좀 더 내서 다시 따라 붙으면 다시 도망가고, 그러기를 수차례 반복하다 어느새 그차는 제 시야에서 벗어나고 말았습니다.
제 속도 모르고, 앞차가 원망스럽고 화도 짜증도 밀려왔습니다. 이후에 만나는 차들도 제가 조금이라도 그 뒤를 가까이 붙을라 치면 속도를 내 도망치기 바빴고, 애타는 저희 마음과는 달리 안전한 밤길을 도와주는 친절한 차들은 만날수가 없었습니다. 자리를 내어주지 않던 앞차들을 원망하면서 어느새 3-40킬로미터를 달려왔고, 등은 땀으로 다 젖었지만 그래도 안전하게 다음 휴게소에 도착할수 있었습니다. 두번다시 하고싶지 않은 아찔한 경험을 한 우리는 보험 긴급 출동을 불러 차를 수리 받을수 있었고, 어찌어찌 광주에 안전하고 무사히 도착할 수 있었습니다.
그날 밤 차를 견인시켜 근처 수리받을 카센터로 이동 하던 중에 무심코 도로를 달리는 차들을 살펴보다 문득 내가 얼마나 바보짓을 했는지 깨닫게 됩니다. 내가 그렇게 원망해 하던 앞차 운전자들에게 창피함과 죄송함이 들기 시작 했었죠.
그때야 저는 비로소 알아차렸습니다. 그분들의 입장은 어땠을까요? 깜깜한 고속도로에서 갑자기 라이트도 켜지 않은 차량이 계속 바짝 붙어오는 상황이었으니, 그 새벽에 얼마나 당혹스럽고 위협적이었을지요. 그분들은 제 상황을 전혀 알 리 없이, 그저 어떤 미친놈이 라이트도 켜지 않고 시속 100킬로 넘게 질주하며 자신을 뒤쫓는다고 생각했을 테니까요.
저는 급박한 상황에 놓여 제 공포만 생각하며 그분들 사정은 헤아리지 못한 채 원망했으니, 얼마나 부끄러운 일인지요. 지금도 그날을 떠올리면 아찔함과 함께 창피함이 밀려옵니다.
어른들께 인사하고 며칠 후 서울로 올라오던 길에 문제의 라이트는 다시한번 말썽을 일으켰습니다. 그러나 올때와는 달리 오전에 출발하여 이동했던 탓에 우리 가족은 서울까지 안전히 올수 있었고, 돌아온 바로 다음날 우리는 새 차를 계약했습니다. 짠순이 아내가 지난 사건에 너무 놀랐는지, 여유가 많진 않았지만 흔쾌히 허락을 했습니다.
This essay explores the Korean idiom "남의 속도 모르고" (nam-ui sok-do mo-reu-go), which refers to judging situations only from one's perspective without considering others' circumstances or difficulties. It's commonly used in phrases like "If you speak that way without considering others' feelings, you might hurt them" or "I was feeling down about failing my exam, but he went on bragging about his grades without reading the room."
The author shares a personal experience from exactly 20 years ago, in early summer of 2005, shortly after the birth of their first child. As new parents, they decided to drive overnight to Gwangju to introduce their one-month-old daughter to the paternal grandparents. Looking back, the author realizes how risky it was for two inexperienced young parents to embark on such a journey with a newborn.
Their adventure took a frightening turn when their small yellow car's headlights suddenly malfunctioned on the highway around 2 AM. After driving in complete darkness for about 40 kilometers, frantically trying to follow other vehicles for safety, they finally reached a rest area where they could call for emergency assistance.
The pivotal moment came when the author realized why other drivers had been speeding away whenever their car approached. From the perspective of those drivers, an unlit car was mysteriously following them at high speed in the middle of the night - naturally appearing threatening and dangerous. The author had been angrily blaming these drivers, completely unaware that from their perspective, the author seemed like a reckless driver with malicious intent.
This realization brought shame and embarrassment. The author had judged the situation solely from their own desperate circumstances without considering how their actions appeared to others. The experience serves as a powerful reminder of how easily we can misinterpret situations when we fail to consider others' perspectives.
The essay concludes with their safe return to Seoul, where they immediately purchased a new car. The author's typically frugal wife readily agreed to this expense after their harrowing experience - a testament to how deeply the incident had affected them both.
Through this personal anecdote, the essay beautifully illustrates how unconsciously self-centered our perspectives can be in moments of crisis, and how important it is to remember that others are acting based on their own reality, not our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