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 츤데레

(완료)

by 윤본
tempImageRhxJcW.heic

tsundere

쌀쌀맞게 구는 행동을 뜻하는 '츤츤'과 좋아하고 부끄러워하는 태도를 뜻하는 '데레데레' 두 일본어의 조합이 한국의 새로운 관용구가 되어버린 독특한 경우입니다. 한 일본 애니메이션에서 사용되었던 단어가 완전하게 한국의 사회 문화에 정착된 말입니다. 예전에는 주로 어린 학생들이 사용하던 말이었다면 지금은 모두가 다 자연스럽게 사용하는 말이 되어버렸죠.


이 단어를 떠올릴 때마다 저는 아버지 생각이 납니다. 그 시절 아버지들이 모두 그러하셨듯 아버지는 항상 엄하기만 하고 저는 혼나는 일만 생기는 게 일쑤였었죠. 게다가 아버지는 유독 아들에게 더하셨던 것 같습니다. 그래도 그런 아버지를 츤데레로 기억하는 것을 보면 뒤로는 스윗하게 챙겨주시는 것도 많았던 모양입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을 입학할 무렵이었습니다. 학과에서 수업을 듣고 공부를 수월하게 하려면 컴퓨터가 필요하다고 아버지께 말씀드린 적이 있습니다. 솔직히 말하자면 사실 없어도 하려고 하기만 하면 못할 것도 없었죠. 기껏해야 1학년인데, 리포트를 작성하거나 프린트를 하는 등 대단하지도 않고 간단한 일들이 대부분이었죠. 그래도 저는 기숙사 방에 컴퓨터를 두고 쓰는 친구들이 너무 부러웠었고, 밑져야 본전이다는 생각으로 아버지께 나름 심각하게 말씀을 드렸죠.

"아빠, 나 학교에서 과제 하고 리포트 제출하려면 컴퓨터랑 프린터가 있어야 돼. 다른 애들은 다 있고 나만 없어."

"너는 임마, 그래서 그게 꼭 필요한 거야? 학교에서 교수님이 사래?"

"어 그렇다니까. 사래. 그리고 선배들도 다 사야 된대."

"....."

"아빠. 나 공부 열심히 한다니까요."

"...알았어 임마, 기다려봐, 아빠가 알아볼게."


매사에 돈 들어가는 일이면 항상 폭풍 잔소리가 끊이지 않으셨던 아버지였지만, 자식이 공부한다는데 필요하다니, 아버지 체면에 잔소리를 많이 하시진 않았고, 애써 속내를 감추려 하시는 듯 보였지만 새어나오는 퉁명스러운 말투에서 불편한 심기를 느낄 수 있었죠. 이런 아버지와는 반대로 저는 속으로 쾌재를 불렀습니다. '어라? 이렇게 쉽게?' 다년간의 아버지와의 대화 경험으로, 이건 거의 100%다. 아버지가 사주실 거라는 확신이 들었었죠.


일주일쯤 흘렀을까요, 학교 기숙사로 고대하던 컴퓨터가 배달이 왔습니다. 당시 최신형이었던 펜티엄 컴퓨터가 모니터, 프린터와 함께 책상에 가지런히 설치되었고, 주변 친구들이 쓰던 컴퓨터보다도 훨씬 최신 사양이어서 다들 부러워했고, 제 기분도 덩달아 날아갈 듯했습니다.


"야 임마 너 그게 얼마짜린 줄 알아?"

"아빠 감사합니다 ^^ 잘 쓸게!! 공부도 열심히 할게요!!!"

"아니 얼마짜린 줄 아냐고."

"아 몰라 그냥 잘 쓸게 고마워."

"야 그게 165만원이야 165만원!"

"알았어 알았어 고마워 잘 쓸게요 공부도 열심히 할게요."

"너 이 자식 내가 비싼 거 사줬으니 공부 열심히 해라. 알았냐?"

"네네 알았어요 네네."


165만원이면 당시 웬만한 직장인들 한 달 월급보다도 많은 금액이었습니다. 아버지는 광주에서 수소문을 해 나름대로 지인의 건너 건너 또 다른 지인을 소개받아 용산에서 조립해서 제게 보낸 것이었습니다. 컴퓨터를 받고 아버지와 통화하면서 이게 얼마짜리네, 누구의 누구한테 부탁해서 전문가한테 샀네 등등 당신의 노력을 수차례 확인시켜주고서야 아버지는 공부 열심히 하라며 전화를 끊으셨습니다. 물론 맨날 이렇게 돈을 가져다 쓴다는 잔소리도 빠지지 않으셨죠.


아버지의 무뚝뚝한 모습은 삐삐(무선호출기)에 메시지를 남길 때도 여실히 느낄 수가 있었습니다. 이제는 추억 속의 유물이 되어버린 삐삐는 지금처럼 휴대폰이 일상화되기 전인 그 당시에는 전 국민의 이동 통신 수단이었죠. 모든 사람이 허리춤에 그리고 주머니에 다양하고 예쁜 디자인의 삐삐를 가지고 다녔고, 저 역시 대학생이 되면서 처음으로 가질 수 있게 되었습니다.


상대방의 삐삐 번호로 전화를 걸면 숫자를 남기라는 음성 안내가 나옵니다. 그러면 내가 받을 수 있는 전화번호를 입력하면 호출이 되는 것이죠. 또는 전화번호를 남기지 않고 다른 옵션으로는 음성 사서함에 목소리를 녹음하여 메시지를 남기는 경우도 많았습니다.


아버지는 종종 음성 메시지를 남기시곤 했습니다. 별로 연락 올 데도 많지 않던 제게 음성 메시지가 오면 누굴까 궁금해 신이 나서 공중전화로 달려가곤 했는데,

"아빠다. 집으로 전화해라."


짜증도 났고 왜 자꾸 그러시는지 선뜻 이해도 가지 않았죠. '이럴 거면 그냥 집 전화번호를 남기지 왜 메시지는 남겨서 사람을 귀찮게 하는 거야. 힘들게 공중전화 찾아서 왔더니만 또 아빠야? 아 짜증나.' 하라고 하셔서 막상 집에 전화를 걸어보면 그렇다고 특별한 말씀이 있던 것도 아니었습니다. 그냥 밥 먹었냐, 공부 열심히 하라, 돈 적게 써라는 일상적인 잔소리가 대부분이었죠. 기분이 좋지 않던 저도 퉁명스레 대답하고 짧게 끊는 경우가 태반이었습니다.


매번 이런 식이었던 아버지의 호출이 저는 마음에 안 들었지만 어쩌면 아버지는 저보다 몇 수 위에 계셨던 것 같습니다. 평소에 돈 달라고 할 때 아니면 집에 전화하지도 않는 아들놈한테 삐삐에 집 전화번호를 남겨봤자, 미루고 미루다 결국 전화 안 할 것이 뻔했겠죠. 그래서 너무 귀찮지만 음성 메시지를 남기면 이놈은 누군지 확인하러 공중전화를 찾을 테고, 아빠인 걸 알면 이놈이 실망은 하겠지만 바로 앞에 전화기가 있으니, 집에 전화는 하겠지 라는 생각으로요.


아버지가 생각하신 대로 다행히 제겐 그 정도의 양심은 있었고, 그렇게 아버지는 아들 목소리를 듣고 싶을 때마다 삐삐에 어색한 음성 메시지를 남기시곤 했습니다. 세월이 흘러 어느덧 제가 아버지가 되어보니 그때 아버지가 왜 그러셨는지 십분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나의 츤데레 아버지. 전화하라던 삐삐 속의 그 짧고 투박한 목소리와, 이게 얼마짜리인지 아냐며 여러 번 강조하시던 당신의 말씀이 귀에 들리는 듯합니다. 보고 싶네요. 통화하고 싶네요.




This essay explores the unique Korean adoption of the Japanese term "tsundere" - a combination of "tsun tsun" (cold, aloof behavior) and "dere dere" (sweet, affectionate attitude). Originally from Japanese anime, this word has seamlessly integrated into Korean culture, evolving from student slang to mainstream vocabulary used by all generations.


The author reflects on their father through the lens of this concept, recognizing the classic tsundere pattern in his parenting style. Like many fathers of that generation, he maintained a stern, demanding exterior while secretly demonstrating deep care and love through his actions.


Two vivid memories illustrate this dynamic. First, when the author requested a computer for university studies, their father initially responded with his typical gruff reluctance about expenses. However, he ultimately purchased a top-of-the-line Pentium computer worth 165万 won - more than most people's monthly salary at the time. Despite his complaints about the cost, he had carefully researched and sourced the best possible machine through multiple connections.


The second memory involves the father's use of pagers (beepers), the primary mobile communication device before cell phones. Rather than simply leaving his phone number, the father would record voice messages saying "This is Dad. Call home." Though this seemed unnecessarily complicated and annoying to the young author, it revealed the father's psychological insight - knowing his son would only call out of curiosity about the voice message, ensuring actual contact.


Now a father himself, the author fully understands his father's motivations and cherishes these memories of awkward but profound paternal love expressed through practical actions rather than words.

keyword
작가의 이전글50. 머슴살이도 대감집에서 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