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derstanding Through Care
자세히 설명하거나 친절하게 알려주지 않아도 신기하게도 상대방의 말이나 의도를 정확히 이해하는 사람을 일컬어 우리는 이렇게 빗대어 말하곤 합니다. 주변을 돌아보면 일터에서 혹은 가족 중에도 이런 사람들을 쉽지 않게 만나볼 수 있습니다.
기나긴 세월을 함께한 부부나 한 직장에서 오랫동안 함께 근무해온 동료라면, 이미 어느 정도 상대방의 성정과 발언의 배경을 잘 알기에 특별한 부가 설명 없이도 상황을 이해하기 수월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경우를 제외하고는 사람 속을 들여다보는 점쟁이가 아닌 이상, 보통 사람들은 그 사람의 진짜 의도를 자세한 설명 없이는 알아차리기는 쉽지 않습니다. 저는 이러한 속담의 배경에는 다름 아닌 '관심'과 '배려'가 그 바닥에 깔려 있다고 생각합니다. 어느 곳에서든 말하는 사람의 의도를 알아차리려고 노력하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의 차이는 쉽게 볼 수 있거든요.
지금으로부터 오래전 일입니다. 한 회사에 6년 가까이 잘 다니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중 회사에 새로운 사장이 부임하고, 그를 따르는 사람을 채워 넣기 위해 새로운 경영진은 기존 직원들을 하나둘씩 내보내기 시작했습니다. 저 역시 그들의 압력으로 어쩔 수 없이 희망퇴직을 신청하고 다른 회사를 알아보던 중이었죠. 갑작스러운 사직으로 인해 시장 상황은 녹록치 않았지만, 감사하게도 가깝게 지내던 한 임원분의 추천으로 업계의 한 회사에 면접을 보게 되었습니다.
나중에 우리 가족을 싱가포르까지 연결시켜준 이 고마웠던 회사의 당시 한국 지사장님을 처음 뵈었습니다. 이미 전 직장의 경영진 횡포가 시장에 공공연히 알려져 비밀 아닌 비밀이었기에, 면접을 진행할 때도 구구절절히 난처한 상황을 말씀드리지 않아도 함께 안타까워해주시고 잘 해보자며 용기를 북돋아주셨던 매우 고마운 분이셨습니다.
회사에 입사해서도 사장님과 저는 흔히 말하듯 합이 좀 잘 맞는 편이었습니다. 특별히 많은 말씀을 드리지 않아도 제가 요청하는 것에 대해서는 추가적인 질문이나 체크 없이 대부분 적극 지원해 주셨고, 저 역시 사장님의 스타일이나 방식, 그리고 속내를 너무 잘 알았기에 특별히 자세하게 말씀해주시지 않아도 당신이 원하시는 대로 빠릿하게 일을 곧잘 했던 것 같습니다.
그러나 코로나 팬데믹이 터지고 한국지사는 문을 닫게 되었고, 예상치 못하게 가족과 함께 싱가포르로 이주하게 되면서 저는 새로운 보스인 한 외국인 매니저와 일을 하게 되었습니다. 호주인인 그는 호방한 성격으로 장난과 농담을 많이 하는 유쾌한 사람이긴 했지만, 가끔씩 갑자기 흥분해서 할 말 못할 말 못 가리는 매우 다혈질적인 사람이기도 했습니다. 친하게 지내는 사람들도 많았지만 반대로 그를 멀리하고 싫어하는 사람들도 많이 있었죠. 제 직속 매니저이다 보니 관계를 가릴 처지는 아니었지만, 사실 제가 좋아하는 성향의 사람은 아니었습니다.
한국에서 함께 일했던 사장님과는 달리 이 매니저는 주로 일방향 커뮤니케이션 위주로 대화를 하곤 했습니다. 세일즈 부서이다 보니 주로 지난주의 성과와 다음 주 플랜에 대해서 정기적으로 논의하게 되는데, 이 매니저는 항상 본인이 원하는 모습만 요구하고 거기에 부서원들이 맞추기를 요구하는 그런 사람이었습니다. 한국을 포함해서 아시아의 각 국가에서 생길 수 있는 그들만의 특수한 상황에 대해서는, 들으려 하기보다는 화와 짜증, 그리고 이해할 수 없다는 한숨으로 일관했으며, 그로 인해 저를 포함해 다른 많은 동료들이 많은 스트레스를 받았었죠. 우습게도 이 속담을 거꾸로 해보면 "찰떡같이 말해도 개떡같이 알아듣는다"입니다. 이처럼 그에게는 다른 동료들이 아무리 자세히 배경을 설명하고 상황에 대한 이해를 구해도, 귀를 딱 닫은 채 자기 생각만 고집했던 그런 사람이었던 것이죠.
또 다른 쪽으로 속담을 아주 명쾌하게 설명할 수 있는 예는 다름 아닌 바로 우리 가족입니다. 가족 중에서도 바바로 아내가 그런 사람이죠. 그녀를 바라보고 있으면 참 신기할 정도로 찰떡같이 상대방의 속내를 다 알아차립니다.
외향적인 성격의 두 딸들은 항상 지지고 볶으며 시끌시끌하기도 하지만, 자신들이 원하는 것이 있으면 엄마 아빠에게 매우 정확하게 이야기를 하고 도움을 구하는 편입니다. 아이들이 하는 이야기를 가만히 듣고 있으면 늘 당당하고 또 놀라울 정도로 논리적이어서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습니다. 첫 스마트폰을 사줄 때도 그랬고, 노트북이나 태블릿을 사 줄 때도, 중학생 여자아이에게 혼자 한국 여행을 허락할 때도 언제나 자세하고 논리적으로 명분을 설명해서 엄마 아빠로부터 갖고 싶은 것을 얻어 내곤 하는 편이죠.
그런데 막내인 아들은 누나들과는 사뭇 다릅니다. 남자애들이 원래 다 그렇다며 아내는 대수롭지 않게 얘기하지만, 녀석이 원래 말수도 많지 않거니와 어쩌다 하는 말들도 그 속도가 빠른 편이어서 내용이 명확하게 전달되지 않는 경우도 많습니다. 그래서 가족들로부터 좀 천천히 정확하게 말하라며 자주 핀잔을 듣기도 하죠. 녀석은 가지고 싶은 것이 있어도 별로 표현도 하지 않으며, 이유를 물어봐도 '그냥', '갖고 싶어서' 이런 것들이 대부분입니다.
그런데 매우 재미나게도 아내는 귀신같이 아들의 마음속을 꿰뚫어 봅니다.
"성찬아, 입고 있는 티셔츠가 좀 애기 같구나? 좀 유치한 캐릭터 그림 없는 옷을 입고 싶은 거지?"
"학교 다른 친구들이 전부 아이폰을 써서 너도 이제 아이폰 가지고 싶은 거야?"
"너도 이제 중학교 가면 누나들처럼 혼자 방 쓰고 싶겠네?"
아내의 따뜻한 말에 언제나 그렇듯이 녀석은 또 '어' 하고 단답으로 마무리하지만, 입꼬리가 살짝 올라가는 것은 감출수가 없습니다.
이 속담처럼, 대충 대충 얼버무려도 누군가는 내 말을 찰떡같이 알아 듣고 내마음을 알아봐 준다면 필시 그는 나에게 관심이나 배려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일 것입니다. 모두가 자기 하고 싶은 말만 하고 듣고 싶어하는 말만 들으려 했다면, 이처럼 감사했던 기억이나 아내의 따뜻한 모습들은 어쩌면 제 인생에는 없었겠었죠. 힘들었던 일들을 모두 다 알고서 일부러 곤란한 질문을 하지 않으셨던 사장님이나, 수더분한 사내아이에게 특별히 별말을 듣지 않아도 친절히 그 속내를 다 알아봐주던 사려 깊은 아내 모두 지나고 보니 사람에 대한 관심과 배려가 원래부터 몸에 배어 있는 사람들이었습니다.
This personal essay explores the profound meaning behind a beloved Korean proverb: "개떡같이 말해도 찰떡같이 알아듣는다" (Even when spoken as roughly as coarse rice cake, someone understands it as clearly as smooth rice cake). This saying celebrates those remarkable people who can grasp our intentions perfectly, even when we express ourselves poorly or incompletely.
The author weaves together three compelling life experiences to illuminate this concept. The narrative begins with a workplace transition during corporate restructuring, where a compassionate Korean CEO demonstrated extraordinary empathy by understanding the author's difficult situation without requiring detailed explanations. This contrasts sharply with a later experience working under an Australian manager in Singapore, who embodied the proverb's reverse—someone who remained stubbornly oblivious to his team's concerns despite their patient, detailed explanations.
The essay's heart lies in intimate family observations, particularly of the author's wife, who possesses an almost supernatural ability to decode their introverted teenage son's minimal communication. While their two daughters express themselves articulately and persuasively, their son communicates in fragments—"just because" or "I want it"—yet his mother consistently interprets his unspoken needs with remarkable accuracy, whether it's outgrowing childish clothing, wanting an iPhone like his classmates, or needing his own room.
Through these personal vignettes, the author reveals that true understanding transcends linguistic clarity. The proverb's deeper wisdom lies not in communication skills but in the listener's genuine care and attention. Those who truly "understand rough speech as if it were smooth" do so because they approach others with curiosity, empathy, and love—qualities that transform even the most fumbling words into clear communicat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