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료)
The body ages, but the heart remains young
열 살 남짓쯤 되었을까요? 어린 시절, 군대를 다녀온 막내 삼촌이나 사촌 형들을 보면 몸집도 크고 목소리도 굵직해서 아직 애티를 벗지 못한 나와는 많이 달랐습니다. 어딘가 엄청 큰 어른으로 생각이 들었었죠.
시간이 흘러 어느덧 나도 군대를 가게 되었고, 제대 후 어느 날 친구와 술을 한잔하며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고 있었습니다. 누구 누구가 이쁘더라, 누가 고백했다가 차인 것 같더라, 엊그제 술 먹고 너무 힘들어서 수업 빼먹었다 등등. 시덥잖은 얘기를 주고받다가 문득 친구에게 말했습니다.
"OO아, 우린 왜 군대를 갔다 와서도 이 모양일까?"
"왜? 우리가 뭐 어때서?"
"아니, 나는 군대 갔다 오면 좀 뭔가 큰 어른이 될 줄 알았거든. 근데 이건 뭐 옛날이나 달라진 게 없으니."
"임마, 나이 먹는다고 뭐 생각이 바뀌냐? 사람 마음 다 똑같지. 나중에 나이가 더 들어도 별반 차이 없을걸?"
"흐음, 그런가?"
"바뀌면 더 이상한 거야. 그게 더 우울하지 않겠냐?"
그래서 그런지 지금도 이 친구들을 만나면 전보다 더 철없이 얘기하고 투닥거리곤 합니다.
보통 마음의 젊음을 얘기할 때면 사람들은 흔히 그가 가진 꿈을 생각하곤 합니다. 가족이나 타인을 위한 목표가 아닌, 순수하게 자신의 만족을 위해 하고 싶고 결국 이루고자 하는 그런 꿈 말입니다.
학창시절, 적당히 대학을 졸업한 후 취업을 하고 돈이나 열심히 벌어야지 라고 생각했던 지극히 평범했던 저와는 달리, 아내는 매우 꿈이 남달랐습니다.
연애 시절, 어느 늦은 밤 내부 순환로를 따라 그녀를 집에 데려다 주던 날이었습니다. 조수석에 앉아 재잘재잘 옛날 이야기를 꺼내던 그녀의 모습이 눈에 선합니다. 그녀는 어린 시절부터 파일럿이 되고 싶었다 했습니다. 그래서 고등학교 3학년 때 용감하게도 공군사관학교에 지원했지만 아쉽게도 장렬히 탈락한 얘기를 했죠. 당시 사관학교라 하면 명문대 수준의 수능 성적이 필요했었고, 성적뿐 아니라 매우 높은 수준의 체력 검정 또한 통과해야 했습니다. 여지껏 살아보니 체력적으로는 매우 월등한 유전자를 가지고 있는 여인이라, 조심스레 예상해 보건대 아마도 수능 성적이 살짝 부족하지 않았을까 생각됩니다.
아내와 나는 같은 해 대학을 졸업했습니다. 별뜻없이 이런저런 신입사원을 뽑는 회사들을 지원했던 저와는 달리 아내는 다양한 분야에 여러 가지 도전을 했습니다. 당시 모방송사의 신인 탤런트 모집에도 지원해 나름 수차례 통과하기도 했습니다. 결국은 연기 테스트에서 낙방하고 말았지만 그녀의 도전은 이후에도 계속되었습니다.
또 다른 방송사의 아나운서 선발시험에도 도전했고 또다시 서류전형까지는 통과했지만 항상 실기 면접에서 고배를 마시곤 했습니다. 생각해보면 탤런트나 아나운서 직종은 경쟁자들처럼 충분한 실기 준비 없이는 애초에 합격될 수 없는 도전이었지만, 그녀는 도전을 계속했었죠.
세월이 흘러 결혼을 하고 아이들이 생기면서 아내는 또 다른 준비를 합니다. 아내는 원체 아이들을 좋아하는 사람이라 길을 걷다가 유모차에 있는 아이들을 봐도 특유의 윙크를 서슴지 않고 온갖 손짓으로 관심을 끌려고 합니다. 당시 맞벌이던 우리 부부는 아이들을 어린이집에 보내고 있었고, 이런 아내에게 보육교사나 원장 같은 직업은 매력적으로 보였나 봅니다. 그때부터 관련 자격 준비를 해서 몇 개월을 잠 못 자고 늦은 밤까지 공부해 1급 자격을 취득했습니다. 직장을 다니며 아이 셋을 돌보면서도 실습까지 모두 수료했죠.
흔히들 발동 걸렸다고 하죠. 내친김에 아내는 요양보호사까지 도전해 역시 1급 자격을 취득했습니다.
힘들게 취득한 자격증을 써먹기도 전에 우리 가족은 싱가포르로 급작스레 떠나게 되었습니다. 몇 년이 흘러 큰아이는 기숙사로, 작은 아이들도 학교에 가며 엄마 손이 뜸해질 무렵 아내가 조심스레 말을 꺼냅니다.
"여보, 나 공인중개사 한번 준비해 볼까?"
"응? 갑자기? 왠 공인중개사?"
"아니, 애들도 다 학교 가버리고, 오후쯤 되면 그냥 너무 고요한 게 시간이 너무 아까워서. 만약에 내가 자격 따면, 나중에 우리 한국 가면 이걸로 작게나마 돈벌이라도 할 수 있지 않을까?"
"그래 그럼 한번 해봐! 그런데 그게 만만치가 않대!"
"그냥 해보는 거지 뭐. 일단 무료 강의부터 들어보려고!"
저야 당연히 Why not이죠.
오늘도 아내는 자기 책상에서 이어폰을 끼고 열심히 무료 강좌를 듣고 있습니다.
무심코 아내에게 버스 운전하는 여성 기사분들이 너무 멋지다고 말한적이 있었습니다. 아내는 기다렸다는 듯이 사실 어렸을 적부터 자기는 대형면허를 꼭 갖고 싶었다며, 면허를 따면 서울 시내 버스 기사를 꼭 해보고 싶었답니다.
서울 시내를 돌아다니는 근사하고 커다란 버스를 내 아내가 운전한다니, 그리고 내가 손님으로 타는 장면을 상상해 봅니다. 벌써부터 웃음이 나오네요. 멋지게 제복을 입고 따듯한 웃음으로 손님들을 맞는 그녀 모습이 제법 잘 어울려 보입니다.
파일럿이 되지도 못했고, 탤런트나 아나운서 시험도 번번이 실패했습니다. 없는 시간 쪼개가며 힘들게 딴 자격증은 아직 써먹지도 못했죠. 나중에 정말 번듯한 부동산 대표가 될지 아니면 서울 버스를 운행하는 멋진 제복을 갖춰입은 버스 기사가 될지는 아직도 전혀 알 수 없습니다.
문득 아내를 바라보면 그렇게 어여뻤던 얼굴엔 어느새 안 보이던 주름들이 생겨갑니다. 힘이 빠져 체력도 예전만 못해 자주 골골거리기도 하죠. 그래도 쉬지 않고 자신만의 새로운 꿈을 향해 달려나가는 모습들을 보면, 여전히 맑고 빛이 나는 그녀의 눈과 예쁜 생각들이 그 어떤 젊은이들의 그것보다도 생생하고 아름답습니다.
새뮤얼 울만은 '청춘'이라는 시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머리를 높이 들고 희망의 물결을 붙잡는 한 그대는 여든 살이라도 늘 푸른 청춘이다." 이때 그의 나이가 78세였다고 하죠.
제게는 마치 아내의 인생을 말하는 글귀처럼 느껴집니다. 저는 아내의 눈빛에서 진짜 청춘을 볼수 있거든요.
"몸은 늙어도 마음은 청춘" (The body ages, but the heart remains young) is a beloved Korean proverb reflecting the cultural belief that true vitality comes from maintaining dreams and passion regardless of age.
This personal essay explores this wisdom through the author's life journey, beginning with his military service experience about unchanging human nature. The narrative focuses on his wife's remarkable story of persistent dreams and endless challenges—from her teenage aspiration to become a pilot and attempt at the Air Force Academy, to later pursuits in broadcasting as a talent and announcer.
Even after marriage and raising three children, she continued pursuing new goals: earning certifications as a childcare teacher and elderly care worker, then studying for a real estate license in Singapore. Her latest dream of becoming a bus driver adds authenticity to her character.
Through specific episodes and conversations, the author illustrates how despite physical aging, his wife's clear eyes and vibrant spirit remain more alive than those of many young people. The essay concludes by connecting this story to Samuel Ullman's poem "Youth," suggesting that true age is measured by the size of one's dreams.
This piece reminds readers that maintaining curiosity, pursuing challenges, and holding onto dreams keep us truly young, regardless of passing year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