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 멀리서 보면 희극이고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다

by 윤본
스크린샷 2025-10-19 오후 3.06.29.png From a distance, it's a comedy; up close, it's a tragedy


유명 희극배우 찰리 채플린의 명언에서 비롯된 말입니다. 수면 위를 우아하게 떠가는 백조의 모습은 아름답습니다. 하지만 수면 아래에서는 끊임없이 발을 움직이는 필사적인 노력이 숨겨져 있죠. 겉으로는 여유롭고 평온해 보이지만, 실상은 치열하고 힘든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비유하는 말이기도 합니다. 돌이켜보면 제게도 비슷한 경험이 몇 가지 떠오릅니다.


첫 번째는 다름 아닌 가족 여행에서 겪었던 일입니다. 아이들이 초등학교를 다닐 무렵이었습니다. 여느 해처럼 아내와 저는 여름 휴가 계획을 세웠고, 모처럼 다섯 가족이 즐거운 시간을 보내기 위해 멀리 제주도를 다녀오기로 결정했습니다.


성산 일출봉같은 유명 관광지도 다녀왔고, 예쁜 카페에 들러 편하게 쉬기도 했습니다. 배를 타고 신나게 낚시도 했죠. 기억에 남는 일들이 많았지만, 그중 가장 아찔했던 순간은 바로 한 해수욕장에 갔을 때였습니다.


서쪽 해변의 금능해수욕장으로 기억합니다. 사람들로 북적이던 해변 한쪽에 우리는 운 좋게 자리를 잡을 수 있었습니다. 저와 아내는 주로 자리를 지켰지만, 신이 난 아이들은 서로 어울려 바다를 오가며 놀기 시작했습니다.


시간이 좀 흘렀을까요. 피곤해 보이는 큰아이가 어느새 돌아와 엄마 아빠 곁에 자리를 잡고 앉았습니다. 둘째와 셋째는 여전히 신나게 첨벙대며 노는 것이 저 멀리 보였습니다. 아이들을 간간이 쳐다보며 우리 셋은 수다를 떨고 간식도 먹으며 그렇게 시간을 보냈습니다.


어느덧 날씨도 어두워지는 것 같았고, 문득 숙소로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여보, 우리 이제 가야 하지 않을까요?"

"조금 더 놀게 두는게 어때? 잘 놀고 있잖아. 신나게 뛰어놀면 이따 숙소 가서도 푹 잘 수 있을 거야."


그렇게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요. 입술이 파랗게 질린 둘째가 울상을 지으며 들어오는 것이 아니겠어요. 그 와중에도 막내 손을 꽉 잡고서 말입니다.


"엄마! 우리 죽을 뻔했단 말이야!"


깜짝 놀란 우리는 자초지종을 물었고, 둘째 말에 따르자면 사건은 다음과 같았습니다.


"항상 엄마 아빠가 말했어서, 우리는 엄마 아빠가 보이는 거리 안에서만 놀았어. 한 번씩 돌아 보면 아빠가 손을 흔들기도 해서 안심하고 놀았지. 그런데 막내가 튜브를 손에서 놓치고 말았어. 나는 놓친 튜브를 찾으러 조금씩 깊은 곳으로 갈 수밖에 없었어. 결국 튜브에 손이 닿았지만, 갑자기 발이 땅에 닿지 않아 너무 깜짝 놀랐어. 주변을 둘러봐도 사람들도 없어서 도움을 청할 데도 없었다니까. 엄마 아빠도 안보이고 너무 무서웠어. 근데 어떡해, 얘는 아직 어리니까 내가 구해줘야지. 그렇게 얘를 튜브에 태우고 열심히 헤엄쳐서 돌아온거야."


머리가 쭈뼛 설 정도로 깜짝 놀랐습니다. 잘 놀고 있는 것처럼 생각했던 것이 너무 미안했습니다. 지금까지도 둘째는 그것 때문에 물 트라우마가 생겼다며 농담 삼아 이야기할 정도로, 아이에게나 제게나 그날의 일은 잊을 수 없는 기억으로 남아 있습니다.


한 번 더 들여다보지 않으면 진짜 내막을 알기 힘든 경험은 이것 말고도 또 있습니다.


몇 년 전, 주요 고객들과 함께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회사 행사에 다녀온 적이 있습니다. 글로벌 최신 트렌드를 소개하고, 기술 업데이트나 향후 계획 등을 고객들과 함께 공유하는 연례 행사입니다.


당시 함께 참석한 고객은 굴지의 글로벌 국내 기업이었습니다. 운 좋게 CEO와 티 미팅을 잡을 수 있었죠. 30분 정도의 짧은 시간이지만, 원한다고 할 수 있는 미팅은 아니었습니다. 당시 업계 인지도가 상당했던 그와 안면을 트기 위해 미팅을 요청한 고객들이 꽤 많았었거든요.


영어로 진행되는 미팅이었기에 고객도 부담이 많았지만, 전날 밤을 새며 빼곡하게 질문을 준비할 정도로 그는 열의가 대단했습니다. 저 역시 회사 CEO를 고객 미팅으로 만난 적은 처음이어서 긴장되기는 마찬가지였습니다.


긴장한 고객을 모시고 함께 미팅룸에 들어가 가벼운 인사로 미팅을 시작했습니다. 대화는 순조롭게 이어졌습니다. 미래의 데이터는 이렇게 관리되어야 하고, AI가 더욱 발전하면 우리의 모습은 이렇게 변화할 것이라는 등, 기대했던 질문과 이에 상응하는 답변이 이어졌습니다. 부족했지만 저도 그들 간의 통역을 도왔습니다. 길지 않은 미팅이었지만 훈훈하게 마무리되었고, 뿌듯해하는 고객의 눈빛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저 역시 매우 성공적인 미팅으로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저의 그 생각은 산산조각이 났습니다. 고객이 미팅룸을 떠나자마자 제 귀에 들려온 날카로운 CEO의 한마디.


"So, what's their budget this time?"


미팅할 때 보여주던, 고객을 위해 카리스마 있고 통찰력 있는 말로 조언하던 그의 모습은 어디론가 사라지고, 도대체 얼마를 팔아 올 수 있느냐며 참석한 사람들을 강하게 채근하기만 하는 그의 모습에서, 더 이상 수준 높은 테크 기업 CEO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실적에 전전긍긍하는 영업사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습니다.


이후 고객은 행사장에서 마주칠 때마다 참 유익했던 미팅이었다며 몇 번이고 제게 감사를 표했습니다. 그러나 저는 그날의 진실은 알려줄 수 없었습니다. 비즈니스는 비즈니스이니까요.


저 멀리 뛰어노는 아이들도, 인자한 얼굴로 고객을 만나는 회사의 CEO도, 실제 모습은 우리가 모르는 다른 모습들이 숨어 있었던 거죠. 멀리서 바라보면 모든 것이 평화롭고 즐거워 보입니다. 그리고 처음 만나는 누구나 나에게 착하고 친절하게 대해 주죠. 하지만 한꺼풀 안을 들여다 보면, 다른이들은 미처 모르는 자신만의 절박함을 갖고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도 종종 있습니다.





This Korean saying, originating from Charlie Chaplin's famous quote, suggests that life appears comedic from afar but tragic up close—like a swan gliding gracefully while paddling frantically beneath. The essay explores two moments that embody this paradox.


First, children playing joyfully at a Jeju beach mask a terrifying near-drowning incident their parents never witnessed. Second, a tech CEO's warm, visionary demeanor during a Las Vegas client meeting instantly transforms into cold sales pressure once the client leaves.

These stories reveal a universal truth: everyone we meet carries hidden struggles and desperation that remain invisible from a dista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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